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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수장(生長收藏)
봄에 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추수하고, 겨울에 갈무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生 : 날 생(生/0)
長 : 길 장(長/0)
收 : 거둘 수(攵/2)
藏 : 감출 장(艹/14)
출전 : 사기(史記) 卷130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 第70
夫陰陽四時 八位 十二度 二十四節各有教令, 順之者昌, 逆之者不死則亡, 未必然也, 故曰; 使人拘而多畏.
저 음양가는 사시(四時; 춘하추동), 팔위(八位), 십이도(十二度), 이십사절(二十四節)기 마다 여기에 해당되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 규정에 따르는 자는 번창하고, 거스르는 자는 죽든지 망한다고 한다. 물론 반드시 그런 이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옛말은 '사람들을 구속하여 매우 두려워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夫春生夏長, 秋收冬藏, 此天道之大經也, 弗順則無以為天下綱紀, 故曰; 四時之大順, 不可失也.
봄에 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추수하고, 겨울에 갈무리하는 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 하늘의 법칙이다. 만일 이것을 따르지 않는다면 천하의 기강을 세울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네 계절의 운행 법칙을 놓칠 수 업다고 한 것이다.
창경궁에 가면 해시계가 있다. 신기하듯 주위에 사람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해시계의 시간을 알기는 생각보다 쉽다. 먼저 날의 절기를 알아야 한다.
절기를 나타내는 가로선을 따라가면서 영침(影針)의 끝에 그림자가 맺히는 세로선의 지점을 찾으면 된다. 중앙의 세로선이 12시이므로 왼쪽으로 가면 오전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후다. 영침의 그림자의 시간에다 시차 보정표에 따라 보정 시간을 더하면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복잡하게 느껴진다. 요즘 같은 그냥 시계나 스마트폰을 보면 금세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번거롭게 계산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원래 시간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는데 시대마다 문화마다 과학기술의 힘을 통해 측량하고 일정한 단위로 분절해 정확한 시점(時點)을 파악하고자 했다.
현대인은 보통 시간을 시간 단위나 분 단위로 쪼개서 생활한다. 출근해서 일하다가 '회의 시간이 다 됐다'거나 '점심시간이 됐네', '벌써 퇴근할 시간이네'라는 말을 한다.
이렇게 반복된 생활을 하다가 간혹 분과 시보다 더 큰 시간의 단위를 의식한다. 계절이 바뀔 즈음에 '벌써'라는 말과 함께 '시간이 참 빠르다'라고 말하고 연말이 다가오면 '벌써 한 해가 끝나가는구나' 라고들 한다.
오늘날 양력이 보편화하기 이전에는 일력은 음력으로, 절기는 양력으로 함께 사용했다. 음력만 사용하면 농사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7일이 24절기로 치면 입동이었다. 입동의 한자를 물으면 의외로 '入冬'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봄이 오면 대문 앞에 '입춘대길(入春大吉)'로 쓰는 경우도 있다. 입동은 겨울로 들어서고 입춘은 봄으로 들어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한자는 '입동(立冬)'이고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다. 이때 입(立)은 사람 인(人) 자가 있는 위(位)와 의미상으로 많이 겹치는데 '立冬'은 절기상으로 가을의 자리가 끝나고 겨울의 자리가 시작돼 주도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이를 줄이면 그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 자기 자리에 나타나서 선다는 뜻이 된다.
들어간다는 입(入)이 밖에서 안으로 옮긴다는 공간적 특성을 드러낸다면 서서 주도한다는 입(立)은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서 활동을 한다는 시간적 특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24절기(節氣)는 태양의 황도(黃道)에 맞춰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해 계절을 구분한 것이다. 입동이 지나고 눈이 오는 시기가 다가오니 소설과 대설이 차례대로 시작된다. 절기만 보더라도 눈이 언제 올지 그 흐름을 일별할 수 있다.
24절기의 숫자를 압축하면 4계절이 된다. 아직 가을 단풍의 뒷자락이 남았지만 겨울이 조금씩 깊어지는 계절이다. 계절의 특성을 한 단어로 말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사마천은 '사기'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말했다. "봄에 태어나고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다. 이것이 하늘 길의 큰 규칙이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세상의 기틀을 세울 수가 없다(春生夏長, 秋收冬藏, 此天道之大經也, 弗順則無以爲天下綱紀)." 압축하면 생장수장(生長收藏)이 된다.
생장수장은 농경사회의 한해살이를 간명하게 보여주지만 오늘날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생장수장의 사이클을 1년에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번 되풀이하며 바쁘게 살 뿐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나 작업 공정이 생장수장의 사이클을 돌며 마무리되면 또 다른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장수장의 사이클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축적을 통한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
반면 생장수장 중 하나의 고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발전이 주춤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결실의 시간에 거두는 것이 없으면 다음에 갈무리를 할 것도 없고 씨를 뿌릴 것도 없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인 만큼 결실의 계절에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온정의 눈길이 필요할 때다.
▶️ 生(날 생)은 ❶상형문자로 풀이나 나무가 싹트는 모양에서 생기다, 태어나다의 뜻으로 만들었다. ❷상형문자로 生자는 '나다'나 '낳다', '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生자의 갑골문을 보면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生자는 본래 '나서 자라다'나 '돋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生자는 후에 '태어나다'나 '살다', '나다'와 같은 뜻을 갖게 되었다. 生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본래의 의미인 '나다'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姓(성 성)자는 태어남은(生)은 여자(女)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生(생)은 (1)생명(生命) (2)삶 (3)어른에게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 흔히 편지에 씀 등의 뜻으로 ①나다 ②낳다 ③살다 ④기르다 ⑤서투르다 ⑥싱싱하다 ⑦만들다 ⑧백성(百姓) ⑨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⑩자기의 겸칭 ⑪사람 ⑫날(익지 않음) ⑬삶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있을 존(存), 살 활(活), 낳을 산(産)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을 사(死), 죽일 살(殺)이 있다. 용례로 살아 움직임을 생동(生動), 목숨을 생명(生命),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생존(生存),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잡은 그대로의 명태를 생태(生太), 자기가 난 집을 생가(生家),생물의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생활 상태를 생태(生態),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生日), 사로 잡음을 생포(生捕), 태어남과 죽음을 생사(生死), 먹고 살아가기 위한 직업을 생업(生業), 활발하고 생생한 기운을 생기(生氣),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생모(生母), 끓이거나 소독하지 않은 맑은 물을 생수(生水), 어떤 사건이나 사물 현상이 어느 곳 또는 세상에 생겨나거나 나타나는 것을 발생(發生), 배우는 사람으로 주로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을 학생(學生),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先生), 사람이 태어남을 탄생(誕生),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일단 못 쓰게 된 것을 손질하여 다시 쓰게 됨 또는 죄를 뉘우치고 마음이 새로워짐을 갱생(更生), 다시 살아나는 것을 회생(回生),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사람이 삶을 사는 내내의 동안을 평생(平生), 어렵고 괴로운 가난한 생활을 고생(苦生), 살림을 안정시키거나 넉넉하도록 하는 일을 후생(厚生), 사람을 산채로 땅에 묻음을 생매장(生埋葬), 생명이 있는 물체를 생명체(生命體), 이유도 없이 공연히 부리는 고집을 생고집(生固執),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고통 즉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의 고통을 이르는 말을 생로병사(生老病死), 산 사람의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궁하여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구불망(生口不網), 학문을 닦지 않아도 태어나면서부터 안다는 뜻으로 생지生知하는 성인을 이르는 말을 생이지지(生而知之), 죽은 자를 살려 백골에 살을 붙인다는 뜻으로 큰 은혜를 베풂을 이르는 말을 생사골육(生死骨肉), 사람이 태어난 뒤 사흘 동안과 죽은 뒤 이레 동안을 부정하다고 꺼리는 기간을 이르는 말을 생삼사칠(生三死七), 몹시 곤란한 지경에 빠져 삶이 차라리 죽음만 같지 못하다는 말을 생불여사(生不如死), 기운이 꺾이지 않고 본디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생생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생동생동(生動生動), 삶은 잠깐 머무르는 것이고 죽음은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것은 잠깐 동안 머물러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죽는 것은 본래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생기사귀(生寄死歸), 산 채로 삼키고 산 채로 껍질을 벗긴다는 뜻으로 남의 시문을 송두리째 인용함을 이르는 말을 생탄활박(生呑活剝), 나면서부터 알아 쉽게 행한다는 뜻으로 배우지 않아도 사물의 도리를 알아 쉽게 그것을 실행한다는 말을 생지안행(生知安行), 일속을 잘 알지 못하고 관계가 없는 사람을 그릇 책망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생면대책(生面大責), 태어나서 만나 본 적이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생면부지(生面不知),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거듭나서 유전한다는 뜻으로 만물이 끊이지 않고 변해 감을 이르는 말을 생생유전(生生流轉) 등에 쓰인다.
▶️ 長(길 장/어른 장)은 ❶상형문자로 仧(장),兏(장)은 동자(同字), 长(장)은 약자(略字)이다. 長(장)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으로, 나중에 노인이 전(轉)하여 나이가 위인 사람으로 관리(官吏)의 長(장), 또한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長자는 '길다'나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長자는 머리칼이 긴 노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길다’였다. 長자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후에 '어른', '우두머리'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長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張(베풀 장)자나 帳(휘장 장)자에 長자가 쓰이기는 했지만, 長자가 부수로 지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長(장)은 (1)어떤 조직체(組織體)나 또는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책임자) (2)긴 기다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오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길이 (5)늘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다 ②낫다 ③나아가다 ④자라다 ⑤맏 ⑥어른 ⑦길이 ⑧우두머리 ⑨처음 ⑩늘 ⑪항상(恒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릴 유(幼), 짧을 단(短), 늙을 노/로(老)이다. 용례로는 좋은 점을 장점(長點), 긴 것과 짧은 것을 장단(長短), 목숨이 긺을 장수(長壽), 맏 아들을 장남(長男),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오랜 기간을 장기(長期), 장편으로 된 노래를 장가(長歌),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어른과 어린이를 장유(長幼), 나이가 많고 덕이 많은 사람의 존칭을 장로(長老),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장작(長斫),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을 장고(長考),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을 성장(成長),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회장(會長),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조장(助長), 시간이나 물건의 길이 따위를 처음에 정한 것보다 늘이어 길게 함을 연장(延長),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특장(特長), 오륜의 하나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유유서(長幼有序), 길다란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한 입이라는 뜻으로 관상에서 목이 길고 입이 뾰족한 상을 이르는 말을 장경오훼(長頸烏喙),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권문세가에 빌붙어 이익을 얻고자하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장립대명(長立待命), 긴 눈과 날아다니는 귀라는 뜻으로 옛일이나 먼 곳의 일을 앉은 채로 보고들을 수 있는 눈이나 귀 곧 서적을 이름 또는 사물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널리 정보를 모아 잘 알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목비이(長目飛耳), 길고 짧음은 상대적 관계에서 비교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단상교(長短相較),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말을 장풍파랑(長風波浪),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은 사람이 유리함을 일컫는 말을 장수선무(長袖善舞), 날이 새도 창을 가리고 불을 켜놓은 채 며칠이고 계속하는 술자리를 일컫는 말을 장야지음(長夜之飮), 길고도 긴 봄날을 일컫는 말을 장장춘일(長長春日),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을 장구지계(長久之計),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을 일컫는 말을 장림심처(長林深處), 오랫동안 살아 죽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장생불사(長生不死),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일컫는 말을 장석친구(長席親舊),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일컥는 말을 장와불기(長臥不起), 먼 장래의 계책이라는 말을 장원지계(長遠之計), 긴 줄로 해를 붙들어 맨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매어 멈추게 하려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을 이르는 말을 장승계일(長繩繫日), 장자의 일만 개의 등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부자가 신불에게 일만 개의 등을 올리는 반면에 가난한 여인은 단 하나의 등을 바치지만 그 참뜻만 있으면 가난한 여인의 한 등이 장자의 만등에 못지 않다는 말을 장자만등(長者萬燈), 부자는 3대까지 가기 어렵다는 말 곧 아버지가 고생해서 재산을 만들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인 2대는 그것을 잘 지키지만 3대인 손자는 생활이 사치하여 마침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한 가산을 탕진하는 예가 많음을 이르는 말을 장자삼대(長者三代), 긴 베개와 큰 이불이라는 뜻으로 긴 베개와 큰 이불은 함께 누워자기에 편하므로 형제 간에 우애가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장침대금(長枕大衾) 등에 쓰인다.
▶️ 收(거둘 수)는 ❶형성문자로 収(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丩(구, 수; 모으다, 세게 졸라 매다, 매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收자는 '거두다'나 '잡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收자는 丩(얽힐 구)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丩자는 줄이 엉킨 모습을 그린 것으로 '얽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줄이 엉킨 모습을 그린 丩자에 攵자가 결합한 收자는 몽둥이(攵)로 죄인을 잡아 줄(丩)로 포박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잡다'는 뜻은 사라지고 '들이다'나 '거두다'는 뜻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收(수)는 잡다, 거두어 들이다의 뜻으로 ①거두다 ②익다, 곡식(穀食)이 여물다 ③정제(精製)하다, 거두어 들여 정리하다 ④쉬다, 그만두다, 그치다 ⑤등용(登用)하다 ⑥모으다 ⑦긷다, 물을 긷다 ⑧잡다 ⑨빼앗다, 약탈(掠奪)하다 ⑩시들다, 오그라들다, 쇠하여지다 ⑪불이 꺼지다, 사라져 없어지다 ⑫수확(收穫) ⑬관(冠)의 이름 ⑭수레 뒤에 가로로 댄 나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기 총(叢), 약할 약(弱), 부를 징(徵), 주울 습(拾), 거둘 철(撤), 거둘 렴(斂), 부드러울 유(柔), 거둘 확(穫), 연할 연(軟), 모을 집(集),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지탱할 지(支), 줄 급(給)이다. 용례로는 돈을 추렴하여 모아 거둠을 수렴(收斂), 어수선한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음을 수습(收拾),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 또는 그 물품이나 돈을 수입(收入), 곡식을 거두어 들임을 수확(收穫), 이익을 거두어 들임을 수익(收益), 물품을 걷어 감을 수거(收去), 일정한 곳에 받아들임 또는 범법자 등의 특정한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가둠을 수용(收容), 옥에 가두어 놓음을 수감(收監), 일정한 계통의 것 등을 모아서 적음 또는 그 기록을 수록(收錄), 어떤 물건이 오그라들거나 줆을 수축(收縮), 거두어 모음을 수집(收集), 강제로 빼앗음을 수탈(收奪), 물건을 거두어 사 들임을 수매(收買), 빨아서 거두어 들임을 흡수(吸收), 거두어 들임을 철수(撤收), 다시로 거두어 들임을 환수(還收), 나라에서 세금이나 그밖의 돈이나 물건을 거두어 들임을 징수(徵收), 도로 거두어 들임을 회수(回收), 물건을 사들이기 또는 금품 따위로 남을 꾀어 제편으로 끌어 들임을 매수(買收),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둬 들이는 일을 추수(秋收), 수입이나 농작물의 수확이 적어짐을 감수(減收), 물건 따위를 모조리 거둬 들임을 몰수(沒收),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어찌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복수불수(覆水不收),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반수불수(反水不收), 봄에 농사를 지어 가을에 거두어 들임을 이르는 말을 동작서수(東作西收), 짐짓 체면이 서도록 하는 치레를 이르는 말을 이면수습(裏面收拾) 등에 쓰인다.
▶️ 藏(감출 장)은 ❶형성문자로 蔵(장)은 통자(通字), 匨(장)은 고자(古字), 蔵(장)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臧(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臣(신)은 눈을 지그시 감은 모양으로 신하와 臧(장)은 무기로 죽이는 일로서, 臧(장)은 전쟁에 져서 잡혀 눈을 상처내거나 입묵(入墨)을 당하거나 한 노예(奴隸)를 말한다. 그러나 이 글자는 善(선; 좋다)의 뜻으로 쓴 예가 많다. 나중에 넣어두다, 감추다, 곳집의 뜻으로 쓰는 것은 음(音)이 비슷한 裝(장; 물건을 싸다, 넣어두다), 莊(장; 풀이 무성하다, 물건이 괴어서 모이다), 倉(창; 물건을 넣어두다, 곳집)과 결부되었기 때문이다. 藏(장)은 莊(장)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속체(俗體)이다. ❷회의문자로 藏자는 '감추다'나 '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藏자는 艹(풀 초)자와 臧(착할 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臧자는 臣(신하 신)자와 戈(창 과)자가 결합해 있던 글자로 노예의 한쪽 눈을 멀게 하여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臧자에 '착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은 저항하지 못하는 노예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예를 뜻하는 臧자에 艹자를 결합한 藏자는 도망친 노예가 풀숲에 숨었다는 의미에서 '숨다'나 '감추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藏(장)은 ①감추다 ②숨다 ③곳집(곳간(庫間)으로 지은 집) ④광 ⑤서장(西藏)의 약칭 ⑥오장(五臟)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적을 간직하여 둠 또는 그 서적을 장서(藏書), 겨울에 얼음을 떠서 곳집에 넣어 둠 또는 그 얼음을 장빙(藏氷), 넣어 둠이나 간직하여 둠을 장치(藏置), 보관하여 둔 서적을 장판(藏版), 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감춤을 장졸(藏拙), 감추고 숨김을 장닉(藏匿), 물건을 간직하여 지킴을 장수(藏守), 숨은 행습을 장습(藏習), 몸을 감춤을 장신(藏身), 물건을 쌓아서 간직하여 둠을 저장(貯藏), 사물을 유용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넣어 둠을 사장(死藏), 물건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싸서 간직함을 포장(包藏), 간직하여 둔 물건이나 물건을 간직하여 둠을 소장(所藏), 안에다 간직함을 내장(內藏), 비밀히 감추어 두거나 간직함을 비장(祕藏), 묻어서 감추는 것을 매장(埋藏), 자기 집에 보관함 또는 그 물건을 가장(家藏), 보존되도록 갈무리 함을 보장(保藏), 물러나서 자취를 감춤을 퇴장(退藏),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말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종적을 아주 감춘다는 말을 장종비적(藏蹤祕迹), 공부할 때는 물론 쉴 때에도 학문을 닦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어야 한다는 말을 장수유식(藏修遊息),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으로 말은 좋게 하나 마음속으로는 해칠 뜻을 가진 것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소리장도(笑裏藏刀),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는 나가서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버리면 물러나 몸을 숨긴다는 뜻으로 나아가고 물러섬이 깨끗하고 분명함을 이르는 말을 용행사장(用行舍藏),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아는 처신의 신중함을 이르는 말을 행장진퇴(行藏進退),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는 뜻으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미장두(露尾藏頭), 솜 속에 바늘을 감추어 꽂는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부드러운 듯하나 속으로는 아주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면리장침(綿裏藏針), 새를 다 잡고 나면 활은 창고에 넣는다는 뜻으로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진궁장(鳥盡弓藏),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 준다는 뜻으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비(天藏地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