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십수년 전의 일이다. 나는 그때 사냥을 하는 일로 하루를 소일하고 지냈다. 공기총을 하나 장만하여 한적한 시골 집에서 매일매일을 사냥하는 재미로 보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맵새같은 것들을 잡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청설모 꿩 비둘기 오리 등등 날고 기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쏘아 죽였다. 사람은 여자를 보면 음욕을 품고 돈을 보면 탐심이 일듯이 총을 잡으면 무조건 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 잡힌다.
내가 지내는 시골집에는 온갓 동물들의 털가죽과 깃털이 잔뜩 쌓이기 시작했다. 냉장고에는 잡은 동물들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되풀이해서 허구헌날 먹다보면 식상하고 질리는 법이다. 나는 먹지도 않을 동물들을 다만 잡는 재미로 마구 잡아 죽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총을들고 산밑을 걸어가던중 내 머리에 울려 퍼지는 동물들의 절규와 외침을 듣고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에 총에 죽어간 수많은 동물들이 나에게 원망을 하는 듯한 환청이 들리는 것이였다.
나는 머리가 멍해지는 가운데 내 스스로를 자위하고 정당화 하는 말을 생각해 내었다. " 너희들은 한낱 미물이 아니더냐, 모기와 파리처럼 다를바가 무어냐, 너희들을 죽이는 것이 죄라면 수많은 파리와 모기들을 해충이라는 이유로 죽인 자들은 어찌 되겠느냐" 라는 마음속 답변으로 그들의 원망의 외침을 사그러 들게 만들었다. 허나 한번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사냥을 한다는 것이 여간 심적으로 힘든것이 아니였다. 왠지 더 이상 동물들을 죽이면 나는 아주 지독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어느날 까치 새끼와 어치를 죽인일이 자꾸 회상되었다. 인간들이 길조라고 명명해준 덕에 수많은 까치들이 세를 과시하며 다른 텃새들을 쫏아내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나는 마음을 바꾸어 까치를 퇴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망설이다가 한방 쏘았다. 그런데 총에 맞은 것은 까치새끼 였다 노란 부리가 아직도 입가에 배어잇고 솜털이 날개곁에 약간씩 보였다.
새끼가 나무에서 떨어지자 여러마리의 어른까치들이 괴성을 지르듯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날라들었고 나를 쪼으려고 위협을 하였다. 한두마리가 아니라 수십마리가 함께 나를 공격하려하니 실로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그 새끼를 보호하려고 그토록 많은 수가 인간에게 대적하는 모습을 본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까치의 기세에 눌려 달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달겨드는 까치들을 총으로 휘둘르며 쫒은 후 파닥이고 절뜩이며 부리로 나를 위협하는 총에 맞은 까치를 다시 한방 총으로 쏘았다. 총소리에 놀라 잠잠해진 까치들이 보란듯이 나는 완전히 생명을 잃은 새끼까치를 들고 되돌아서 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어떤 날은 어치를 쏘았는데 이 어치가 빗맞았는지 땅에 떨어지고 나서도 부리로 나에게 공격하는 모습이
그렇게 위협적이 였다. 두 눈을 부릅뜨고 날 맹렬히 주시하는 그 눈이 보기싫어 다시 한방을 쏘았지만 다시 빗나가 더욱 발악적으로 날 위협하는 것이였다. 매서워 보이면서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어치의 모습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차피 총에 맞은 몸으로는 살 수없다는 생각에 어치의 고통을 없애준다는 명분으로.다시 한발을 발사하여 부리리던 눈이 축늘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까치 새끼와 어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냥에 대한 심적 고통이 가중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동물들의 외침이 내 깃가에 쉬지않고 맴돌았다. 그래도 나는 모기와 파릴르 죽이는 자와 너희들을 죽이는 자와 무슨 차이가 잇느냐 " 라는 말로 내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였다. 계속되는 정신적 중압감은 미래를 확실하게 예견하는 불길한 징조였을까? 나는 그 예견대로 육감대로 오랜동안 수인으로 지내는 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