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질메¤
바닷물 넘실넘실 둔덕 아래 밀려와
구름 가생이 자는 바람 가열차게 키워
살진 아이 젖살 같은 텃밭 음산히 스쳐
갓나 멈마 아저씨 아짐도 옷깃 여미는 곳
어스름 북산 그리메 시나브로 물들면
갯내음 물신 풍기는 굴 게 홍합 그리워
떼 쩔은 옷 두른 솜털 돋힌 섬집 아이들
콧노래 실은 입시울 창목 원둑을 달렸다.
검붉은 햇살 슬그머니 고개 숙인 정오
아릿동네 개구장이 훌쭉한 암소 따르고
땅거미 반갑게 손짓해 굴뚝연기 피우면
진황색 등짝 앉은 웃음 벌판에 메아리쳤다.
엄매 아배 논밭에서 기쁜 땀 쏟아내어
찰진 홍시 같이 도톰하게 잘 익은 마음
찰흙이 괴어있는 뿌듯한 몸빼는 남실남실
색바랜 감물바지 양쪽 다린 기백이 돋았다.
건질메 바람은 여울처럼 소리없이 아우성
쳐 냉길 북돋았다.
큰놈 간댓놈 시바도 고두산 너머 스러져
덧칠한 길만 외로운 나그넬 반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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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질메는 월강 아릿동네에서 정자리 가는 첫들머리에 있다. 확 트인 월강평야와
정자리 분산 분토리 동산 한사리를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다. 월강 사람들에게
건질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람이다. 건질메 바람은 겨울철 창목
너머 한의리 쪽에서 불어오는 기세는 살을 에일 만큼 매섭기 그지없다.
그리고 월가리 곡창지대인 월강평야와 새절을 가려면 반드시 건질메를 지나치기
때문에 과거 월강에서 살았거나 마을에 있는 사람들 마음속에 깊은 인상으로 남
아있다.
특히 이곳은 어린 시절 건질메 중턱에 우리집 밭이 있어 고구마를 캐면서 애감자
순을 따먹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동심이 살아있는 공간이어서 그려보고 싶
었다.
1연은 창목이 축조되기 전에 건질메 바로 아래인 바다에서 찬바람이 불어 사람들
이 추위에 옷깃을 여미는 모습을, 2연은 어렸을 때 어머니들이 한의 갯펄로 굴 홍
합 비토리 따러 가면 아이들이 해질녁에 건질메를 거쳐 정자리 쪽으로 마중을 나
갔던 추억을, 3연은 소 띠끼로 갈 때 건질메를 지나쳤던 어린 시절의 장면을, 4연
은 월강평야에서 기쁘게 일을 마치고 건질메를 거쳐 마을로 돌아오는 어른들의
발걸음을, 5연은 도시화로 인해 인정이 매말라 가는 현실을, 마지막연은 건질메를
통해 오고 갔던 고향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진 오늘을 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우
리의 자화상을 보여주었다.
나는 올해 8월과 중추절을 맞아 고향의 건질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로 복작거렸
던 옛날을 회상하고 월강이 옛날처럼 사람들로 가득해 행복한 마을이 되기를 간절
히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