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V8 6.2L 품은 럭셔리 픽업 GMC 시에라..연비도 준수해
[시승기] V8 6.2L 품은 럭셔리 픽업 GMC 시에라..연비도 준수해© 제공: 스포츠조선
국내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장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정식 수입 모델을만나볼 수 없었다.대표적으로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포드 F-150이나쉐보레 실버라도, 닷지 램 등은 직수입해 타는 이들도 꽤 있었지만 수입 대행 수수료부터 통관까지 만만치 않은 금액부담과 구입까지 스트레스도 심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모델들이였다.
지난해한국GM에서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공식수입 모델인아메리칸 풀 사이즈 픽업트럭 GMC시에라출시였다. 쉐보레실버라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지만실버라도에 비해 확연히 고급화된 외관과 더 넓은 실내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춘 럭셔리 픽업트럭이다.
GMC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아메리칸 브랜드의 대한 관심도가 적다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한국 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 들여와 50년대부터 70년대 이전까지 운용되던 군용 2½ 트럭이 바로 GMC트럭이다. 당시 일본식 발음으로 '제무시'라고 불리웠다. GMC라는 이름 자체가 익숙치 않을 수도 있지만한국과의 역사는꽤 길다고 볼 수 있다.
한국GM은 시에라최고 트림인 '드날리'를수입했다. 마치 캐딜락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비주얼과 디테일을 뽐내며 편의 장비와 주행 보조장비 등 풍부한 옵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 픽업이다.한국 땅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풀 사이즈 픽업트럭GMC 시에라 드날리-X를 타고 서울-태백 500여km를 시승했다. 드날리 X가격은9,550만원이다.
처음으로 보자마자 그 어떤 차보다 위압감이 느껴진다. 평균 성인 남성키를 훌쩍 넘는 엄청난 높이와 웬만한 MPV보다도 훨씬 큰 차체가 여태 만나온 픽업트럭과는 다르다.
과연 이걸 서울 시내에서 주차도 하면서 몰고 다닐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 제원을 살펴봤다. 전장 5,890mm전폭 2,065mm높이 1,950mm에 휠베이스는 무려 3,745mm에 달한다. 국내에 수입된 가장 큰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보다훨씬 길고 높았다. 마치 커다란 땅 덩어리의 미국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이다.
국내 판매하는 시에라 모델은크루캡(풀 사이즈 2열 시트가 있는 캐빈)에 숏 베드(적재함 사이즈) 사양으로 미국에서 제일 큰 사이즈는 아니다. 이보다 큰 모델은 크루캡에 스탠다드 베드 사양으로 무려 6,158mm의 전장을 가지고 있다. 서울 도심처럼 골목이 많은환경에서는 운행이 힘들 수준의 크기다. 한국GM도 이를 고려해 숏 베드를 수입한것으로 보인다.
전면을살펴보면 드날리시그니처인 대형 크롬 그릴이 시선을 압도한다. 보통차량은 크롬이 크면다소올드해 보이기 마련이다. 엄청난 덩치의 시에라는 전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그릴이 오히려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한다. 주변에C자로 이루어진 LED DRL과 하단에 크롬으로 포인트를 준 견인고리와 인서트가 잘 조화되는 모습이다.
측면부로 돌아서면 역시나 처음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긴 전장이다. 이 차량의 압도적인 포스의 비중 절반을 담당한다고 생각 드는 부분이다. 22인치 알로이 휠이 마치 18인치 휠처럼 느껴질 정도의 큰 펜더 아치와 큰 사이드미러, 전동식 사이드 스텝, 윈도우 크롬 몰딩이 눈에 띈다.
전동식 사이드 스텝의 경우 차량도어를 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구조다. 다소 인상 깊은부분은 사이드 스텝의 옆에 위치한 버튼을 발로 조작하면 적재함 쪽으로 이동한다. 이는 측면에서 적재함에 물건을 실어야 할 때 차고가 높아 접근하기 쉽지 않다. 사이드 스텝을 적재함 쪽으로 이동시키면수월하게 적재가 가능하다.
후면은 커다란 GMC 로고와 함께화려한 그래픽의 테일램프와 크롬 듀얼 머플러가 반긴다. 트럭이지만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럭셔리 픽업트럭의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적재함은 픽업트럭 60년의 역사와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다. 적재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범퍼 하단부에 밟고 오를 스텝이 양 측면에 배치되어 있다. 적재함에 오를 때 잡을 수 있는 접이식 손잡이도달려있다.차고가 높은 픽업트럭은 적재함 위에 올라갈 때 마땅히 잡을 부분이 없어 다소 힘이 드는 편인데, 손잡이 덕분에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테일게이트 또한 적재할 짐의 사이즈에 맞춰 1단, 2단으로 단계적으로 개폐할 수 있다. 테일게이트를 완전히 개방한 뒤 계단처럼 밟고 오를 수도 있다. 단순히 적재함의 구성만 갖춘 것이 아닌 편의성도 생각한 GMC 노하우가 느껴진다.
실내로 들어서면픽업트럭이 아닌 프리미엄 대형 SUV에 탔나 싶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가운데놓여진 13.4인치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12.3인치디지털 클러스터, 조수석블랙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한우드 트림이 럭셔리 모델이라는 걸 반증한다.
대시보드 상단 가죽도 시각적인 만족감 이외에부드러운 촉감이 고급감을 더해준다. 전반적으로 클러스터를 포함한 디스플레이는 높은 해상도를 지녀깔끔하다. UI디자인도 말끔하게 정리된데다클러스터디자인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다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은 다소 플라스틱 내장재의 비중이 높고 조수석 우드 트림도 다소 아쉬운 재질이지만 픽업트럭을감안하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을 살펴보면 ADAS와 멀티미디어를 조작하기 위한 버튼으로 구성했다. 뒷편에는 패들 쉬프트가 자리했다. 전반적인 조작 편의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지문이 쉽게 남는 버튼 재질은 살짝 아쉬웠다. 운전석 유리 전면에는 15인치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ADAS와 오프로드 관련 정보를 또렷한 해상력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해준다.
GMC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직관적인 UI 디자인으로 사용하기 쉽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따로 탑재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한다. 국내 도로상황에 최적화 된 T맵, 카카오내비를이용할 수 있어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또10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어라운드 뷰 및 리어뷰 미러, 디지털 룸미러를 제공한다.이러한 시스템들은 타 차종 대비 거대한 차체를 운전할 때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전장 6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몸집은 어디든 국내 도로에 진입할 때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더불어 운전자가 감으로 운전해야 하는 영역을 해소해준다.
센터 콘솔은 차체 크기에 걸맞게 웬만한 물건은 다 수납할 수 있을법한 용량을 제공한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트레이가 위치한다. 기어 조작은 전자식 기어 레버로하단에 위치한 트레일러 브레이크 컨트롤러가 눈에 띈다. 이 차는 최대 3,945kg 중량의 트레일러를견인할 수 있다. 트레일러와 연결해 하중에 따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정할 수 있다.
1열 전동 시트는 훌륭한 착좌감을 보여준다. 천연 가죽의촉감이 좋은 편이다. 열선과 통풍,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며 10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했다.
허나, 2열은 조금 아쉬운 편이다. 좌판길이가 짧아 허벅지를 전체적으로 받쳐주지 못했다.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시트 각도로 인해 오랜 시간 2열에 탑승하는 건 다소 불편함이 느껴졌다. 2열에서도 센터 콘솔에 위치한 USB A타입, C타입 포트 각 하나씩 사용할 수 있으며 열선시트가 탑재됐다.2열 시트의 등판과 좌판을 열어 숨겨진 수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인상적이였다.
파워트레인은 V8 6.2L 직분사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 액티브 4x4 구동 시스템이 매칭됐다.최대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f.m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이 2.6톤에 육박하는 덩치지만가속 시 답답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 시 급격한 가속을 진행해도 3,000RPM을 넘기지 않는 등 대배기량에서 오는 저속 토크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다운 사이징 추세로 터보 엔진이 대부분이지만 V8 6.2L 엔진이 선사하는 대배기량의 여유로움은 운전의피로감을 해소해준다.
연비도 예상 외로 우수했다. 시내에서는 4~5km/l연비에 그쳤지만 고속도로에서100km 정속 주행을 하면12km/l까지 나오는 등 상당히 준수한 연비를 보여줬다. 이는 부하율이 적을 경우 17개의 모드로 엔진 실린더의 연료 분사를 비활성화 하는 다이나믹 퓨얼 매니지먼트(DFM) 덕분이다.
차량의 거동 능력 또한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풀 사이즈 픽업트럭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산길의 와인딩 영역에서도 꽤나 잘 버텨주는 점이 인상적이였다. 차량의 성격상 와인딩을 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코너링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은 운전자에게 주행에 대한 신뢰감을 안겨주는 부분이다. 여타 세단이나 SUV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픽업트럭으로는 상당히 훌륭한 주행 감각이다.
앞서 판매된 쉐보레 콜로라도는 중형급 픽업트럭으로 국내에서 나쁘지 않은 판매실적을 보였다. 이를 통해 국내 수입 픽업트럭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풀 사이즈 픽업트럭은 국내 도로 여건에 맞지 않는데다 높은 판매가, 대배기량 등의 부정적 요소 덕분에 수요가 있을까 하는 예상도 나왔다.하지만 지난해시에라는 총 443대가 팔려 첫풀사이즈 픽업트럭을감안했을 때 훌륭한 실적을 거두었다.
국내에서 직수입을 통해 풀 사이즈 픽업트럭을 구매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지불해야 한다. 정식 수입된 시에라는 9,550만원에 아쉬울 것 없는 상품성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에서풀사이즈 픽업트럭을 만나볼 수 있게 해준 한국GM의 쉽지 않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시승기] V8 6.2L 품은 럭셔리 픽업 GMC 시에라..연비도 준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