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을 지난 국도변
오월 하순 월요일이 밝아왔다. 지연학교 등교를 위해 아침 이른 시각에 현관을 나섰다. 평일 오후는 대산면 가술 국도변에 머무르기에 점심나절까지 그곳 근처까지 나가야 한다. 주로 1번이나 2번 마을버스를 갈아타거나 30번대나 40번대 녹색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러함에도 가술로 곧장 향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거쳐 가고 있다. 가끔 마을도서관을 먼저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드물게 행정구역이 김해로 바뀐 곳에서 하루 여정을 시작하기도 한다. 창원중앙역으로 나가 한림정역까지 열차로 이동해 들녘을 지나 강둑을 걸어 가술로 갔던 적도 몇 차례 있다. 소답동에서 김해 시외버스터미널로 다니는 140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진영 부근 내려 들녘을 걸었던 경우가 있기도 했다. 이번 월요일도 진영으로 나가 우암리 들녘 들길을 걸을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는 타고 가던 도중 소답동에서 내렸다.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오는 140번 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간 덕산에서 시 경계를 넘었다. 좌곤리로 들어 부곡과 중부를 거친 진영 시외터미널을 앞두고 내렸다. 반듯하게 구획이 정리된 택지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들어선 신도시였다. 이전해 온 중학교와 새로 생긴 초등학교는 규모가 컸다.
북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주남저수지에서 흘러온 주천강이 진영읍에서 대산 들녘으로 돌아갔다. 강변과 경계를 이룬 곳에 홍수를 대비한 대형 배수장이 설치되어 큰비가 내려도 침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길게 이어진 강 언저리로 공원이 조성되어 산책로는 아파트 주민들이 간간이 지났다. 저지대를 연상하는 이국적인 풍차도 세워져 눈길을 끌었는데 숲길을 따라 걸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도중 배수로 덮개에 한 마리 참새가 날개를 펼쳤다가 접기를 반복해 어디를 다쳤는가 싶어 유심히 살펴봤다. 다른 참새들보다 통통해 보였는데 이제 막 둥지에서 어미 품을 갓 벗어난 새끼였다. 날개를 접었다가 펼치기를 반복하며 날기 연습하는 새끼 참새였다. 여태 자연으로 나와 숱하게 살핀 생태계인데 날기를 연습하는 새끼 참새는 처음으로 보는 장면이었다.
공원이 끝난 곳은 주호마을 회관과 함께 본산리 공단으로 이어졌다. 공단 입구는 노 대통령 생가 봉하마을 가는 길목으로 대산 우암리로도 나뉘었다. 주천강에 놓인 우암교를 건너자 들판을 가로지른 신설 도로는 부산 기장으로 통하는 고속도로와 접속되도록 했다. 행정구역이 창원으로 바뀐 차도를 따라 걸으니 시야에는 대산 들녘이 들어오고 가술 일대 아파트와 집들이 보였다.
용등 동구 바깥 정자에 오르자 아침 공기가 선선했는데 한동안 머물며 지기들에게 주변 풍광을 사진에 담아 보내주었다. 주천강은 우암리를 배경으로 삼는 월림산을 돌아 유등으로 흘러갔다. 쉼터에 일어나 용등마을을 거쳐 신촌을 지나다가 현지 농민 윤 씨가 가꾼 토마토를 한 상자 사 손에 들었다. 윤 씨는 군을 제대한 젊은 날부터 30년째 비닐하우스에서 수박과 토마토를 키웠다.
우암리 들녘 수박이나 당근 비닐하우스는 거의 철거되어 모를 내려고 무논으로 다려졌다. 전신주나 가로수가 한 그루 있을 리 없는 넓은 들녘 들길을 무념무상 걸었다. 십 리는 족히 될 직선 농로를 따라 가술에 이르러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토마토와 배낭을 두고 이마의 땀을 씻고 잠시 쉬었다. 이후 가술 국도 편의점을 찾아 손에 든 토마토를 맡겨두고 국숫집에서 점심을 때웠다.
점심 식후 아동안전지킴이 동료를 만나 국도변에서 맡겨진 임무를 수행했다. 주택지 골목을 지나니 뜰보리수 열매가 익어 갔다. “손 닿을 키 높이로 울타리 낙엽 관목 / 초봄에 꽃이 피자 벌들이 모여들어 / 꿀 찾아 꼼지락거려 몸살 날듯 바빴다 // 꽃 지자 잎이 돋아 어느새 철 바뀌어 / 꽃 저문 자리마다 알알이 영근 열매 / 아무도 쳐다도 안 봐 새가 와서 먹는다” ‘뜰보리수 열매’ 전문. 24.05.27
첫댓글 뽈똥이라고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