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의 콘서트
권민경 엄마 아빠는 일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다 소리, 시간, 불과 물과 시끄러운 기름,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짜장면집 주방 문간에 기대어 내가 부르던 노래. 소란 속에서야 진정한 고독을 느낄 수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다시는 울지 않겠다’란 가사. 용필 형님. 어떻게 해야 울지 않을 수 있나. 절대 불가능을 선언하는 가사에 가슴이 메이다. 국민학교 1학년. 멜랑꼴리는 누가 물려준 유전인가, 버려둔 유적인가. 부서진 짜장면집을 헤매다 고대 문자를 발견한다. 미래엔 새 문명이 들어섰다. 해독 불가. 보물인지 괴물인지가 저장된 장소에, 기다릴 것인데. 알지? 거기가 여기는 아니다. 세상이 우리를 괴로움에 몰아넣어. 내 것이 아닌 고통이 전이되고 자주 내 몸이 나를 공격하네. 그러니까, 누가 물려준 SHIT인가. 줄줄이 같은 병으로 죽은 조상들은 자신의 병명도 몰랐을 것. 모르는 게 나은 경우가 더 많다. 이어지는 암의 연대기는 내 대에서 끝난다. 대들보 아래에 지도를 묻었다. 해석되지 않는 말. 한발 앞선 유행어.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노래한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태어나지 않아서, 영원한 우상. 도래할 수 없는 것이 도래하는 날, 괴물과 보물이 동시에. 깨어난다. 미래. 미래. 미래. 세 번 말하는 것은 버릇이니 토 달지 말 것. 초현실적인 미래. 미래. 미라이. 흥미롭지만 결국 엉터리일 것. 싸구려 공상과학 잡지같이, 조악한 그림이 미래. 섣부른 예언이다. 6공화국의 시작. 나는 너무 어렸고 소중한 시절을 보냈다. 무너진 짜장면집. 바퀴벌레들은 잘 탈출했을까? 지금도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집에서 산다. 미래. 미래. 더 퓨처. 그건 백지라기보다, 먹지다. 아무 말이나 갈겨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훨씬 더 먼 미래, 미래, 미래의 연약한 몸에 새겨지네. 꼭 닮은 병과 유사한 슬픔.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대 동전을 쥐고 달려간다. 엄마 백 원만. 엄마 오십 원만 50주년 콘서트. 많은 것이 묻혀있는 내 몸 위에서 열린다. 우천 중지 없이. 《문장웹진_콤마》 2023-08-16 --------------------- 권민경 /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산문집 『등고선 없는 지도를 쥐고』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