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月光, Moonlight) 소나타는 1801년에 작곡되었다. 월광은 당시의 문필가 가 붙인 제명이며, 베토벤이, 조이메라 하는 2류시인의 "기도하는 소녀"라는 詩(시)에 감격하여 작곡하였다. 또, 베토벤의 애인이었던 줄리에타 기차르디 백작의 令孃(영양)에게 바쳐진 것으로, 戀愛(연애)의 정열로써 작곡했다'
베토벤은 평생 독신이었다. 그러나 그도 인간인 이상 57세의 생애에 몇 차례의 연애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격렬했던 것이 지울리에타 구이치아르디(Giulietta Guicciardi)와의 연애였다. 1800년이라면 그가 30세 때이다. 당시의 베토벤은 이미 귓병이 상당히 악화되어서 사교계와 점점 멀어졌던 시기이지만, 비인에서는 그와 겨룰 만한 음악가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 해 봄에 트리에스트에서 비인으로 이사온 구이치아르디 백작은 자기의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하려고 베토벤에게 제자로 보냈다. 당시 16세의 지울리에타는 루드비히 노르의 표현대로 <용모가 아름답고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한> 애띤 소녀였다. 베토벤은 수 개월 동안 이 소녀를 엄격하게 교육했지만, 어느덧 사제(師弟)의 관계를 넘어서 지울리에타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울리에타에게는 갈렌베르크(W.R. Gallenberg) 백작이라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그녀도 어느새 베토벤을 사모하게 되었다.
1801년 11월에 베토벤은 그의 친구 베겔러에게 이런 편지를 쓰고 있다. <내가 최근 2년 동안에 얼마나 고독하고 슬픈 생활을 해왔는지 아마 자네는 상상하지 못할 걸세. 전혀 들리지 않는 귀, 나는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으니까 남들은 내가 인간혐오자(人間嫌惡者)인 줄로만 알고 있다네. ...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네. 이 커다란 변화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준 것일세.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인 1803년, 베토벤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는 부친에 못이겨 지울리에타는 울며불며 갈렌베르크 백작과 결혼하고 말았다. 베토벤은 지울리에타를 한없이 원망했지만, 아무리 원망한들 상처입은 마음은 쉽사리 낫지 않았다. 지울리에타와 갈렌베르크 백작과의 결혼은 분명 실패였던 모양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몇 명의 아이까지 생겼지만, 한 집안에 살면서도 별거나 마찬가지 생활이었다고 한다.
서두가 장황해졌는데, 사실 오늘날 <월광>으로 불리는 이 <피아노 소나타 제14번>은 이 지울리에타와의 격렬한 사랑 속에서 씌어졌고, 지울리에타에게 헌정된 곡인 것이다.
이 곡에 붙여진 <월광>이라는 제목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다. 옛날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눈먼 소녀와의 이야기 등은 과연 그럴 듯 하기는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전설이다. 그의 생애에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혹시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곡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연유로 <월광>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 장본인은 루트비히 렐시타프(Ludwig Rellstab; 1799~1860)라는 시인이다. 그가 후년에 이 곡의 제 1악장을 듣고 <스위스 뤼째른 호수 위에 달빛에 흔들리는 쪽배 같다........> 고 표현한 데서 비롯된 듯하다. 과연 시인의 직감(直感)이란 날카로운 것이다.
어쨌든간에 <월광>이 아니라 <샛별>이라 했다 할지라도, 이 곡이 매우 환상적 기분을 돋우는 것만은 사실이다. 또 실지로 베토벤은 이 곡에 <환상적 소나타>라는 제목을 붙였었다. 그만큼 이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곡이다.
그 어떤 예술 작품도 그 작가와 생활환경과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만약 그 무렵에 베토벤 신상에 지울리에타와의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이와 같은 명곡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Beethoven Sonata No.14 in C shap minor for Piano, Op.27-2 Emil Gilels Piano
1. Adagio sostenuto,
보통 피아노 소나타의 제 1악장은 템포가 빠른 소나타 형식으로 씌어지는 것이 정석인데, 여기서는 불규칙적인 3부 형식으로 씌어져 있다. 제 1부는 느릿하고 신비로운 서주가 4마디쯤 연주된 뒤에 제 1주제가 조용히 나타난다. 이것은 아주 몽환적(夢幻的)이고 아름다운 선율이다. 제 2주제는 B장조로 나타나는데, 이 주제의 성격은 제 1주제와 아주 비슷하다. 중간부는 제 1주제가 중심이 되어 활약하다가 제 3부에 들어가면 2개의 주제가 규칙대로 반복된다. 종결부는 아주 로맨틱하다.
2. Allegretto,
메뉴엣과 스케르쪼의 양쪽 성격을 가진 악장이다. 작곡가 마르크스는 <이별의 노래>라 했고, 라이네케는 <황금의 가교(架橋)>라 했고, 리스트는 <두 개의 심연(深淵) 사이에 핀 한 송이의 꽃>이라 표현했다. 곡은 요정(妖精)의 춤과도 같고, 달빛에 어른거리는 구름 송이의 덩실거림과도 같은 경쾌한 선율로 시작된다. 트리오의 선율도 경쾌한 점에서는 앞 주제와 비슷하다. 다시 최초의 선율로 돌아와서 곡은 끝난다.
3. Presto agitato
소나타 형식. 전곡을 통하여 가장 베토벤적인 악장이다. 솟구치는 정열, 남성적인 씩씩함, 앞의 두 악장이 시정(詩情)에 넘치는 조용한 악장이었던 만큼, 더 한층 압도적이다. 게다가 얼핏 듣기에 아주 자유 분방한 형식으로 씌어진 듯한 인상을 받는 이 악장이, 사실은 아주 정연한 소나타 형식으로 씌어진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 1주제는 폭풍우와 같은 거치른 것인데, 이것은 운명과 맞서 용감히 도전하는 씩씩한 베토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제 2주제는 g#단조인데, 제 1주제에 비하면 훨씬 선율적이다. 그러나 역시 호소력이 강한 주제다. 전개부에 들어가서 이 2개의 주제는 서로 얽혀서 발전하고, 재현부를 거쳐 격렬한 부풀음을 보이면서 종결부에서 곡은 끝난다.
밤 호수에 비친 달빛 ‘월광’이라는 부제는 베토벤 사후 음악학자 렐슈타프가 1악장에 대해 “마치 루체른 호수에 떠 있는 달빛이 떠오른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