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순아짐매 산에서 약초 캐다 뱀에 물린 날( 2편 )
해순아짐매 ‘헬레레꽃’이란 약초를 캐러 갈 날이 다가 오자 새벽부터 일어나 혼자 엄청 부산을 떤다. 근처 냇가에서 달빛을 받으며 준비한 짚으로 온 몸을 빡빡 문지르며 묵은 시커먼 떼를 벗겨내고 읍내 5일장에 가서 산 분이며 구루므를 평소보다 두 배 듬뿍 찍어 완전 떡칠한다. 부산한 준비가 끝나자 시집올 때 가져온 고운 옷으로 갈아 입고 망태기를 메고 호미를 들고 집을 나선다. 등에 멘 망태기에는 잘 익은 감자가 하얀 모시보자기에 쌓여 김을 무럭무럭 내고 있었으며 된장이랑 아주 맛나게 보이는 고추장이 담긴 그릇도 보인다. ‘꼬끼오’라고 세 번째 닭이 울자 살그머니 싸리문을 도둑모양 나와서 누가 볼세라 서둘러 길을 나선다.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날씨가 서늘하지만 과대망상 선천성 구제불능인 우리 해순아짐매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하고 이마에는 땀이 번질거린다. 산을 넘고 골짜기를 지나고 내를 건너 반나절을 낑낑 대며 산행해도 넘 멀리 있어 아직도 연인봉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지치고 힘들어 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떠서 마시고 망태기에서 삶은 감자와 된장을 꺼내 먹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어 겨우 연인봉 아래에 도착한다. 도착해 보니 아니 산신령님 말 그대로 아주 아름다운 ‘헬레레 꽃’이 탐스럽게 한 송이 피어 있다. 얼른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기에 안심하고 다가가 큰 절을 백번하고 호미를 망태기에서 꺼내 아주 조심스럽게 신비한 약초를 캐어 망태기에 담는다. 보름달이 중천에 뜬 날 해순아짐매는 산신령의 지시대로 문이란 문은 다 걸어 잠그고 안방에서 미리 준비한 소오줌, 닭똥, 양귀비꽃과 헬레레꽃을 믹서기에 넣고 갈기 시작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정신을 집중하여 갈으니 곁에 귀신 이 와도 모를 지경이다. 한 30분 동안 갈아 뚜껑을 열으니 지릿하고 구린 냄새가 방안을 진동하고 이상한 광체를 띤 액체들이 믹서기안에 있다. 얼른 사발 그릇에 쏟아 다시 보아도 너무 좋다. 얼른 사발을 들어 껄쭉한 냄새나는 액체를 기분 좋게 쭉 들이키자 정신이 몽롱하고 천정이 아래로 방 구들이 위로 올라가고 세상이 혼미해진다. 마침내 정신을 잃은 해순아짐매 그 자리에서 픽 쓰러지자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더니 천정에서 수술용 칼을 들고 흰 가운을 입은 성형외과 의사 2명과 간호원 2명이 나타나 가져온 수술용대위에 해순아짐매를 눕히더니 쓸고 베고 갈고 꿔매고 순식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바꿔 놓고 왔던 곳으로 뿅 사라진다. 긴 잠을 잔 해순아짐매 일어나보니 한 시간 정도 잠을 잔 것 같은 계절은 한여름이다. 손을 꼽아보고 달력을 확인해보니 3개월이나 지나있었다. 아마 먹은 재료중 양귀비꽃이 마취제 역할과 수면제 역할 을 하여 수술과정도 못 느꼈고 회복과정도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니 예전의 자기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이효리같은 몸매, 인순이같은 죽여주는 피부, 소녀시대 윤아같은 아주 청순한 얼굴로 바꿔져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좋아서 펄쩍 뛰어오르다 천정에 부딪쳐 혹이 나도 아프지가 않다. 이젠 됐다 싶고 단지 잘나고 돈많은 서방놈만 기다리면 되겠지 생각하니 사지가 흐느적거리고 온 몸이 야시시 떨려온다. 그야말로 죽여주는 날이다. 그리고 세월은 말없이 흘러간다 해순아짐매 달력에 동그라미 그리며 밤을 낮처럼 기다려도 도대체 산신령이 약속해준 잘난 서방은 나타나지 않는다 혹시나 치성이 부족했나 싶어 치성을 드려도 마찬가지다. 천일 기도를 더 드려도 효과는 별로 없고 이젠 눈에 보이 는건 없고 이판사판 따라지판이다. 전에 산신령이 가르쳐 준 두륜산 연인봉 아래에서 혹시나 헬레레꽃이 다시 있나 가볼 작정이다. 읍내 마을에 용하다는 점장이를 찾아가 날을 잡아 해순아지매 새벽 꼬꼬닭이 울기도 전에 입산할려고 분주하다. 용궁에서 노래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다 돌아온 산신령은 하늘나라 감사원에 비리가 포착되어 내사 를 누구보다도 강하게 받고 있었다. 10년만에 한 번 열린 용궁 노래경연대회는 그야말로 바다 에서 알아주는 가수 등용문인데 산신령은 미리 청탁을 받 고 더군다나 거액의 뇌물까지 챙겨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10등을 강제로 1등으로 선정하여 발표하여 모든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지원자들의 거센 항의에 견디다 못해 천상으로 몰래 도주해 온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용왕이 옥황상제에게 요청하여 뒤를 캐던 중 너무 많은 비리가 포착되었던 것이다. 얘기 못낳는 여자 10만냥이면 낳게 해주고, 그 위에 5만냥 더 언지면 아들이거나 딸이거나 무조건 골라 낳게 해주었고, 산신령 애첩 기거하는 두륜산 정상 성황당에 돈을 듬뿍 가져 다 주면 논농사에 필요한 비도 장소에 다르게 내리는 양도 조절하였던 것이다. 액수가 많으면 풍요롭게 많은 양의 비가 적절히 내리고, 약간 짠 놈이 성황당에 오면 비에다 소금을 조금 풀어 내리 게 하였던 것이다. 더 심한건 지역 유지들과 심한 유착관계를 맺어 매년 정기적 으로 상납을 받았고 상납액이 매년 느는 고장일수록 땅을 더 만들어주곤 하였다. 과거 해남은 남해바다 끝자락의 섬이 었는데 뇌물 금액이 억수로 많아지고 어마어마해지자 아예 토지신에게 명을 내려 두륜산에 붙여 육지로 만들었고 주변 진도와 완도를 해남에 복속시켜 해남 군수가 다스리게 하였던 것이다. 그 비리가 무진장하니 산신령인들 성할 수가 있겠는가 꽁지 떨어진 수탉처럼 천상에서 가택연금을 당하고 처분 만 기다리는 형편이니 해순아짐매일은 오래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야기로 잊어버렸던 것이다.
다음 카페의 ie10 이하 브라우저 지원이 종료됩니다. 원활한 카페 이용을 위해 사용 중인 브라우저를 업데이트 해주세요.
다시보지않기
Daum
|
카페
|
테이블
|
메일
|
즐겨찾는 카페
로그인
카페앱 설치
좋은 글과 좋은 음악이 있는 곳
https://cafe.daum.net/daum1000
………… 자유게시판
|
………… 눈물감동글
|
………… 가요감상실
|
………… 산꾼동아리
|
최신글 보기
검색
카페정보
좋은 글과 좋은 음악이 있는 곳
다이아 (공개)
카페지기
마음의천사
회원수
125,696
방문수
210
카페앱수
1,257
카페 가입하기
카페 전체 메뉴
▲
검색
지난주 인기글
다음
▶
조회
▼
1.
(11/17) 담양 메타세..
2.
(11/10) 아산 곡교천 ..
3.
(12/14) 좋은글방 제1..
4.
(09/29) 자연의 아름..
5.
(10/20) 달도 쉬어가..
6.
[단편소설]박 Laka 전..
7.
마음속 깊이 담고 산..
8.
가슴에 감동을 주는 글
9.
[소설]여류시인(女流..
10.
가을 낙엽길에 듣는 ..
댓글
▼
지난주 인기글
다음
▶
조회
▼
댓글
▼
1.
(11/17) 담양 메타세..
2.
(12/14) 좋은글방 제1..
3.
민해경 - 어느 소녀의..
4.
잊으리 / 이승연
5.
설악산 - 신흥사 - 비..
6.
홀아비 과부 훔치기
7.
가을비ㅡ코스모스/감..
8.
놀부의심보
9.
선생님 먼저 벗으세요
10.
가을여인ㅡ어머니 사..
카페 게시글
목록
이전글
다음글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친목ノ자유게시판
해순아짐매 산에서 약초 캐다 뱀에 물린 날( 2편 )
모네타
추천 0
조회 237
10.05.13 15:57
댓글
1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댓글
1
추천해요
0
스크랩
0
댓글
예쁜줌마
10.05.13 17:44
첫댓글
어쩜 이렇게 좋은글을 읽을수 있도록 허락 해주신것에 다시 한번 감사해요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
선택됨
옵션 더 보기
댓글내용
댓글 작성자
검색하기
연관검색어
환
율
환
자
환
기
재로딩
최신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첫댓글 어쩜 이렇게 좋은글을 읽을수 있도록 허락 해주신것에 다시 한번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