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장어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 어렵다. 꿈틀대는 장어 눈에 못을 박아 고정시킨 다음 배를 따서 반으로 가르고 등뼈를 발라내는 손질 과정은 전문가 아니면 쉽지 않다. 굽기도 번거롭다. 장어의 기름은 먹을 땐 고소하지만 구울 땐 엄청나게 많은 연기를 뿜어낸다. 온몸은 물론 집안 전체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차면서 비릿한 장어 냄새가 밴다고 상상해 보시라.
다행히 장어를 손질하고 초벌구이까지 마쳐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손질만 한 장어에서부터 초벌구이, 완전 구이한 장어까지 다양한 형태의 장어를 파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초벌구이 장어는 1㎏(3~4마리)에 3만~4만원대.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도 초벌구이한 장어를 판다. 100g당 3000~4000원이니까 가격은 비슷하다.
장어를 눈으로 보고 고르고 굽는 과정까지 보고 싶다면 재래시장으로 간다. 서울 홍제동 원일시장 안 '임진강 민물'은 전남 함평에서 양식한 장어를 가져다 초벌구이해서 판다. 1㎏당 최저 1만6000원까지 하던 장어가 최대 성수기인 초복을 앞두고 3만원대로 가격이 훌쩍 뛰었다. 임진강 민물에서는 1㎏당 3~4마리짜리는 3만1000원, 4~5마리짜리는 3만4000원에 판다.
장어 식당에서는 대개 하루 팔 장어를 아침에 미리 구워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데우는 수준으로 구워 낸다. 임진강 민물에서는 손님이 주문하면 그제야 장어를 잡아 굽는다. 웬만한 식당보다 선도가 나을 수밖에 없다. 단 기다리는 시간이 꽤 된다. 잡고 손질하고 굽고 포장까지 20~30분쯤 걸린다. 기다리기 싫으면 미리 전화 주문을 하는 편이 좋다. 양념장도 판다. 안주인 김정현씨가 "유명 장어집 주방장을 3년 동안 구워 삶아서 비법을 배운" 간장양념장(데리야키 소스)과 고추장양념장이 1통(250g) 1500원, 한방소스 4000원.
◆ 석쇠·숯불 없이 장어 맛있게 굽는 비법
김정현씨가 소개하는, 집에서 석쇠나 숯불 없이 장어 맛있게 굽는 요령.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세요. 달궈지면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이세요. 초벌구이한 장어를 살이 바닥에 닿게 놓고 마냥 내버려두세요. 기름이나 양념을 두르지 마시고요. 뒤집어서 기름이 지글지글하면 속까지 열이 받아 먹기 알맞다는 증거예요. 먹어도 될 만큼 초벌구이해서 드리니까 오래 구울 필요 없어요. 따뜻해진 장어에 양념을 발라 조리듯 구우면 맛있어요. 양념장에 파, 양파를 넣고 조글조글 조리면 대파와 양파의 달착지근한 맛과 향이 배 나와 더 맛있어요. 매운 맛 좋아하면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