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절을 앞두고 큰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긴장되는 요즘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별 피해 없기를 바라봅니다.
앞서 라임에서 <칼의 아이>, <#구멍>을 출간한 은이결 작가의 청소년 단편집 <잘 모르던 아이>는 나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자하는 바람과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관계에 대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표제작인 <잘 모르던 아이>는 눈 덮인 산을 보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이 중학교 때 만났던 K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상담센터에서 만난 주인공과 K는 빠르게 가까워지지만 K가 갑자기 자신의 비밀을 풀어놓자 그로 인한 부담감에 K를 매몰차게 밀어내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K를 만나 다시 그 비밀 앞에 놓이게 되면서 어떤 일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목마저 웃음을 자아내는 <동생년>은 재혼한 아버지 집에서 만난 의붓동생과 친해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달라진 환경으로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어른들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보며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걸... 작품을 읽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의붓동생과 나누는 공감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깨닫게 됩니다.
<너의 시작>은 태권도장에서 만난 새로운 사범님에게 빠진 연애 전문가-사실은 연애를 책으로 배운-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연애 상담사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하고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귀여운 주인공은 뜻밖의 사실을 고백하는 절친으로 인해 잠깐 동안의 첫사랑을 마감하게 됩니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움을 경쾌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한 소리가 있어>는 위태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있는 주인공의 불안과 막막한 감정을 환청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엄마의 지방 근무, 가출한 언니로 인해 강압적인 아빠의 강압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받아내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강아지를 기르며 조금 상황이 나아지는 듯 하지만 이 역시 아빠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주인공은 캄캄한 골목을 벗어날 용기를 내며 한 발 앞으로 내딛게 됩니다. 안쓰럽고 답답한 상황을 선택한 주인공이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와 응원을 하게 되는 뭉클한 작품입니다.
이 단편집의 첫 번째에 자리하고 있는 <스토커>는 중학교 후배에게 꽂혀 주위를 맴돌던 주인공이 같은 방식의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로 벌어지는 불협화음, 상대방이 원치 않는 마음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방식의 관계 맺기가 가져오는 폭력성을 가해자였던 주인공을 피해자의 자리에 옮겨놓음으로써 올바른 관계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잘 모르던 아이>가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과 그 시간을 지나온, 그리고 때때로 그 시절을 조우하는 어른들에게 인상 깊은 소설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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