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조각공원
강 문 석
3천만 민족의 비극 6.25동란 70주년을 맞으며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이제 한반도 인구는 그때의 배를 훌쩍 넘어섰고 대한민국만 따져도 5천만 고지를 달성했다.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묵묵히 내려다본 천마산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당시의 유엔군도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고 유엔묘지에 속속 묻히는 그들의 유해까지도. 부산 천마산은 사변 공간에서 대통령 관저와 상공부 등 정부부처가 들어섰던 아미동과 토성동도 산자락에 들어 있었다. 또한 남포동과 광복동도 천마산에선 아주 가까웠다. 이곳은 서울 명동처럼 동란 때 대한민국 유행을 주도했던 도심이기도 했다.
산길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조각품은 보통 한두 점이나 서너 점으로 끝나지만 천마산조각공원은 이름만큼이나 달랐다. 무려 44점이나 되는 조각예술작품을 품은 것이다. 그것도 관할 기초단체의 담당부서에서 임의대로 세운 것이 아니라 공모전 당선작과 교수들이 추천한 작품들을 고른 것이었다. 천마산에 조각공원을 앉힌 것은 부산 원도심이 가까워 시민들의 접근성이 빼어난 지리적 특성도 고려했을 터이다. 평지가 적은 부산의 지형은 천마산도 예외일 수 없었다. 조각공원을 만든 부산 서구청 산하 아미동 초장동 남부민과 천마산 고개 너머 문화마을로 한창 인기몰이 중인 감천동이 산자락에 들었다.
이들 동 중에서도 조각공원이 앉은 자리는 가장 남쪽인 남부민동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25개 ‘사진 찍기 명소’에도 든 천마산 조각공원이 들었다. 이곳 조각공원은 2002년 만들기 시작하여 2년 뒤 개장했다. 그해 부산비엔날레 공모전 당선 조각품 20점이 먼저 설치되었고 다음해 전국 10개 대학 교수들이 추천한 초대작가 작품 25점이 추가되어 45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청동조각상 한 점을 도난당하는 바람에 현재는 44점이다. 부산은 8개 조각공원에 227점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곳 천마산조각공원에 작품이 가장 많다.
드디어 산을 관할하는 부산 서구청이 천혜의 자연경관과 부산 최고의 산복도로 조망권을 가진 천마산 일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소외돼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부민동과 아미-초장동 권역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바로 작년 7월 5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실시용역설계에 들어간 ‘천마산복합전망대’와 ‘관광모노레일’ 사업이다. 금년 하반기 착공하면 2년 후인 2022년 12월 운행이 시작될 전망이란다. 지상 3층 규모의 복합전망대는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 전 철거한 송전탑 부지에 필로티 구조로 세운다는 것.
몸담은 은퇴자단체 사무실이 부산 서구청 가까이 있어서 작년 3월 우리 쪽 정기총회에도 다녀간 서구청장은 천마산에 건설하는 전망대와 모노레일에 대한 기대감이 실로 컸었다. 야외 전망데크는 물론이고 식당·커피숍 등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선다고 했다. 그는 천마산 일원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전망대에서 식사와 차를 즐기면서 부산항과 남항 일대의 파노라마 풍광까지 감상할 수 있어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관광코스에는 조각공원 작품을 비롯하여 천마산 동식물 이야기나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여 방문객들에게 이색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라 밝혔다.
또한 모노레일 출발지인 하부승강장은 연간방문객 200만이 넘는 감천문화마을 입구인 만큼 연간 33만 가량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앞서 구청이 실시한 타당성조사 용역에서도 경제적 파급효과 550억과 고용유발 효과 340명으로 추정된 바 있다고 했다. 이어서 구청장은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우리 서구의 미래 먹거리산업은 관광산업에 있다고 본다. 이 사업을 통해 낙후지역의 균형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욕과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난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천마산 남녘 송도에서 연전 시작한 해상케이블카도 수입이 초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고전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관광시설은 그곳에서 계속하여 뻗어나가는 새로운 상품을 연결시키지 않는 한 다녀간 사람은 더 이상 찾질 않는다. 가까운 영도대교 도개현장도 파리를 날리고 있지 않은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하지 않던가. 반세기 전 천마산에서 영도로 전기를 공급하느라 건설했던 송전선로도 말끔하게 걷어낸 만큼 천마산도 하나하나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일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천마산 둔부에 해당하는 넓은 평지 체육공원 운동장이 조각공원 중심이다. 산을 처음 찾는 이방인들은 산중의 운동장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천마산 조각공원 작품 중 나의 시선을 가장 끈 것은 중년의 아들이 노년의 아버지를 업고 오르는 부자상이다. 이미 기력이 딸리는 아버지 표정도 리얼하고 근심스러운 아들 얼굴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효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장탄식이 이어지는 세상에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순간을 맞닥뜨렸던 것. 네티즌들은 현대사회에서 샐러리맨의 도전과 꿈을 형상화한 돈키호테와 그리스신화에서 욕망과 도전의 상징인 이카루스를 형상화한 작품에도 감상평을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