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 미사에서 선포되는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올해는 전례력으로 가해이므로, 마태오가 전하는 수난기가 미사 전례에서 선포됩니다. 오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시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예수님의 죽음에서 정점에 이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시편 22(21)편 2절을 인용하시며 십자가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으셨습니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이 부르짖음은 신체적 고통에서가 아닌, 영적이며 정신적인 고통에서 나오는 호소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 육체적 고통은 참을 수 있으셨지만 하느님에게서 버림받는 것은 두려우셨습니다. 그래서 잔을 거두어 달라고 아버지께 청하셨지만(26, 39 참조), 아들의 ‘버림받음’ 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주실 때, 비로소 많은 이를 구원하는 사명을 완수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죽음이 예수님과 하느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끊어 버리지는 못합니다. “저의 하느님” 이라는 부름은 하느님에 대한 예수님의 믿음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르짖음에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역설’ 을 발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버림을 받으셨지만, 이로써 많은 이가 생명의 양식을 받았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이 증명한 역설의 진리를 삶 가운데 실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