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용(龍)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은 ‘고3병’ 이라는 걸 앓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둔 가정은 어느 집을 막론하고 ‘고3병’ 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모든 가족들이 수능시험 준비하는 학생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대학의 관문을 들어가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옛날 우리는 대학을 가기위해서 본인만 열심히 공부 하면 되었던 세월을 살아왔다. 대학에 합격하면 부모님들은 등록금이나 대주던 시절이다.
세월 가며 교육제도가 바뀌고 대학시험을 치르는 사회 환경도 옛날과는 너무 만이 달라졌다.
수험생을 둔 부모나 가족들은 모든 걸 대학입시 준비에 가정생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잠자는 시간 아침저녁 식사시간도 수험생에 맞추어야 한다.
가족 중에도 어머니는 누구보다 고생하고 신경 쓰며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만 한다. 시험장 학교 정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며 자식의 성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시험이 끝나고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 시험 성적표가 배부되던 날 이었다. 가슴 뭉클하게 감동을 주는 어느 수험생의 이야기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경남 김해시의 송영준(18세) 이라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이 들고 있던 성적표는 만점 이었다고 한다. 김해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127 명중 126 등에 그쳤던 학생이 만점을 받고 전국 1등이 되었다는 것이다.
승준 군은 “수능 만점의 기적을 가져다 준 부적” 이라며 책가방에 매단 장식을 보여 주더라는 것이다. 부적 보다는 그가 6년동안 들고 다녔다는 가방에 눈길이 갔다. 그의 고모가 중학교 입학선물로 사 준 가방이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써서 가방 구석구석이 뜯어지고 가방 손잡이는 해져서 덜컹거렸다.
어려운 집안 살림 살이에도 마음고생 하며 이루어낸 ‘인간승리’ 인 셈이다.
남편을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아들 뒷바라지를 한 그 어머니의 소감이 또 한 번 감동을 주었다. 만점을 맞은 영준 군에게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가장 고마운 건 공부 잘 하는 게 아니라 엄마 앞에서 늘 웃어 준 것” 라고 했다. 또 그 어머니는 “없는 살림살이지만 우리 모자가 인복(人福) 은 많다” 며 보관하고 있던 편지를 꺼냈다.
“언제나 성실하고 인사성 밝은 너를 보며 외고에 근무하게 된 게 자랑스럽고 너희를 위해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 그동안 쌓아 온 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수능시험 전 날 영준이 에게 학교 영양교사가 준 편지 였다. 평소에 영준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지 않고도 느껴지는 장면이다. 영준이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장학금, 생활비 등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지저분한 개천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용이 나온다는 의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시원찮은 환경이나 변변찬은 부모에게서 빼어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굳은 의지와 불굴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는 젊은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환호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왔다.
‘개천의 용’을 상징하던 대표적인 사례가 사법고시 제도 이었다.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신분이 상승하지 않았던가. 로스쿨(Law school)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법고시 제도는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다.
‘용이 되지 않더라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 고 어느 사이비 지식인은 말했었다. 그는 스스로의 지위와 권력을 앞세우고 부정을 저지르며 자기 자식들은 쉽게 대학을 보냈다. 상식에도 맞지 않는 장학금까지 혜택을 받았다. 범죄혐의가 드러난 위인은 고위직을 차지하고 개혁을 부르짔는다. 그런 인물을 지지한다며 백주 대로에 군중집회까지 한다. 정의와 공정 공평을 외치는 위정자들이 너무도 유치하고 불쌍해 보인다.
노력해도 안된다며 자조하는 청년세대가 늘어나는 요즈음 세태에 “열심히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다” 는 메시지를 다시 남긴 영준 군은 이 세상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 같다.
첫댓글 가마솥 밥이 뜸들이는 시간은 길어도 맛이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 힘든 상황만겪은것이 아닌 열심히 정직하게 사시는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성이 좋은학생이니 결과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