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을 위해 정말 근사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 전까지는 외국인등록번호가 주민등록번호와 숫자가 달라서 서류를 작성하거나 컴퓨터로 등록하는 것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완전히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그 문제를 힘들게 다 해결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외국인등록번호를 완전히 바꿨다. 이제 외국인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체계로 되어 있다. 생년월일 다음에 5로 시작해서 남자는 1, 여자는 2가 된다. 예를 들면 800101-5100000이면, 1980년 1월 1일에 태어난 외국남자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에 다른 곳은 아직 이 훌륭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외국인등록번호로 한국의 e-mail이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록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 유행인 미니 홈피 사이트에도 등록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한국 공중파 프로그램을 외국에서 보고 싶을 때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사람은 등록할 수 있지만 아직도 외국인등록번호를 가진 사람은 등록할 수 없다. ‘한외모’(한국말 하는 외국인 모임)의 회장인 나는 회원들을 위해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등록하기가 너무 복잡한 이유로 회원들의 참여가 미비하여 결국엔 오프라인만 진행하기로 했다.
한번은 신용카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여기에도 엄청난 장벽이 있었다. 복잡한 서류 절차로 신용카드를 내 손에 넣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다. 또 한번은 인터넷으로 미국비행기표를 구매하려고 했더니 에러 현상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계속해서 뜨는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되어있다’ 는 에러 창에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해마다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한국에 유학을 오고, 이 외국인들은 모두 외국인등록번호를 받는다. 그 외에도 외국인 회사원, 교사, 근로자들도 입국하는 수가 수만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 또한 외국인등록번호를 받는다. 이 번호는 그 사람들이 자기나라로 돌아가도 바뀌지 않는다. 한국에서 살아 본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도 대다수는 꾸준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을 것이고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경제와 이미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한국을 알리는 데에도 많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의 언론이나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만큼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아시아엔 한류가 한창이다. 현재 한국은 이 한류를 적극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갖추는 지혜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이 한류 때문에 오늘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사람들을 한국 매체에서 홀대한다면 이 어찌 억울해 할 일이 아니겠는가. (도와 주고 싶으신 분은 http://www.petitiononline.com/korea/petition.html로 가셔서 온라인서명운동에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티븐 리비어 한양대 교수〉
입력: 2005년 05월 13일 17:52:43 / 최종 편집: 2005년 05월 13일 17:52:43
첫댓글 사바님. 저 위 사이트를 가봐서 서명란으로 이동했는데, 영어넹... 살짝 해석을 도움주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