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네모네-Anemone
1.@
#김포공항
'드디어..!!..드디어!!!!!!!!!..드디어왔다!!!!!'
햇살이 따사로운 8월의 어느여름날.
내가살았던 집보다 다섯배,아니 정확히 열배 이상의크기의 비행기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라다니는 이곳.
'김.포.공.항.' 이라는 큰 글씨를 건물꼭대기에 하나씩 심어놓은 이곳에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또르륵 흘릴것만같은 눈을하고
우두커니 서있는 여자하나.
그게바로 나였다.
"엄마!!저누나좀봐!!저누나 코에서 지지흘러!!"
"어머..!찬호야 쉿쉿..!가까이가지말고 얼른엄마옆으로와!!"
눈이 똘망똘망한 꼬마신사의 입에서 나온 '지지'라는 단어와
꼬마의 오른쪽 검지손이 가르키고있는것은 다름아닌 내콧구멍..
다른사람들에 비해 평수가 넓은..나의콧구멍이였다.
꼬마의 검지손끝에있는 내 얼굴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던 꼬마의 엄마는..
황급히 아들의 입을 막아버렸고 빠른걸음으로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마치..괴물이라도 보듯..
그도 그럴것이 13년만에 섬나라에서 탈출해온 내 두발이 육지의땅에
서있다는것 자체로 너무 감격스러운 나였기에 지금 내 몰골은..
"악...!..!!!!"
아니 이것은..
뒤를돌아본 유리창에 비친 내모습은 옆집에살던 덕구(매일 우리집마루에있던
감자며 고구마를 매일 움쳐먹던..옆집강아지..)의 응가만도 못한얼굴이였다
설레임에 밤새 잠을설치고 일어나서 퉁퉁부어버린얼굴에..
두눈두덩이가 부은건 당연지사요 새빨개져버린 두눈..
그 두눈에고인 짭쪼름한 눈물과
큰평수를 자랑하는 콧구멍에서 흐르는 끈적한 플러버..
언젠가 판타지영화에서 보았던 못된 악당얼굴이였다.
"♩♬♪♩♬♪♩♬♪"
유리에비친 내얼굴을보며 고여있던 눈물이흐를려는순간
타이밍좋게 울리대는 내핸드폰.
*064-782-5...
"할망!!!!"
-기여..잘도착했시냐?
"응응!!지금막 공항도착했어"
-덤벙대지말고 길 잃어버리지않게 조심하라게
"에이..걱정하지마 길모르면 물어보면서 찾아갈게!!
할머니도 서울올라오기전까지 약 꼬박꼬박챙겨먹고!
물질하러갈때마다 가스렌지 꼭! 확인하구!!"
..또르륵..
고여있었던 눈물이 흘러내리지않던 이유가 이거였나보다.
할머니..할머니의목소리 한번에 이렇게 쉽게흘러버릴줄이야..
아무도없던 나에겐 엄마였고 아빠였고 형제였다
잠시 떨어져있는거지만 그래도 빈자리가 너무컷기때문이였다
버스안.
설렌다. 13년만에 보는 엄마의얼굴
1년에 딱 한번. 생일날이면 받았었던 편지와 선물 그게다였다.
서울에서 제주도..한시간반이면 도착하는 거리였지만
난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무도 만날수없었다.
오고싶었다. 계속 그리워했었지만 올수없었다.
그래서지금 엄마를만나러가는 이 순간이 너무도 설레고 너무도 떨린다.
그리고..많이 무섭다.
훌쩍훌쩍
'비염이 또 도졌구만..'
가방에 휴지가..있었는데..휴지가분명..
챙겼는데..어...없다..젠장
컹- 컹-..
흘러나오는 코를 다시 속으로넣을수밖에..
커-엉..!
"하..진짜드러워서 못들어주겠네"
에..?정확히 네번째 콧물을 다시 들이마시는 순간이였다.
젊은남자의 퉁명한목소리가 내귓구멍을 때려버린 상황이였다.
옆자리에서 이어폰을 낀채 눈을감고있던 이남자.
모자를 푹 눌러쓴채 감은눈은 그대로 입만움직이는 이남자.
"죄..죄송합니다아..제가비염이심해서.."
"휴지를들고다니던지 손수건을들고다니던지..더럽게"
할망..서울사람들은 다이런거야?..헝헝..서글퍼진다
내콧물들도 나고오싶어서 나오는게 아닐것인데..
'삐익'
정차버튼이 눌리고 '더럽다'는말로 내심장에 비수를박은 이자식..이 일어났다.
이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휙-
내머리위로 날아온 수건하나. 하얀색바탕에 연하늘색 잔체크무늬가 새겨진
작은 손수건이였다.
"가..감사합니다"
"......"
아무말없이 쌍커플이없는 쫙찢어진눈으로 한번 째려보곤 버스에서내렸다.
그순간 봤지만 귀에꼽고있던 이어폰의 연결부위는 아무곳에도 연결되지않은채
주머니밖을 빼꼼히 구경하고있었다.
아닐거야..나때문에 내콧물이더러워서 콧물먹는 내소리가 더러워서내린게아닐거야
그냥 이자식의 목적지였을거야 그럴거야..
그래 츤데레..이걸보고 츤데레라고 하더구만
훌쩍훌쩍 손수건에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내고있을무렵
목적지를 알리는 버스안내음성이들렸다.
#수원 권선동.
하..떨린다.
왼쪽손에는 내옷가지들과 짐을담아놓은 캐리어가있었고
오른쪽어깨엔 정확히 17살 작년 생일날 택배로받은 엄마 검정색 크로스백.
오른쪽 손에는 내가 지금앞에서있는 TV에서만 보았던 으리으리해서무서운
이 집주소가 적힌 종이가 들려있었다.
'띵동'
두근두근..5분가량 뜨거운 햇살아래 멈춰있던 내 손가락이
드디어 초인종을눌렀다.
1초..2초..3초..
-누구세요?
40대 중반의 중년여자목소리였다.
엄마..?엄마의목소리인가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들려오는 말투에서
딱딱함이 느껴졌다.
"..아..저....채..채경이요 신채경이요.."
-..신채경..?아..잠시만요
'딸칵'
열렸다.대문이 열리는소리.
163cm인 내키보다 반쯤? 더길고 큰 대문을열고들어서면
집을향해 올라가는 돌계단9칸과 양쪽에 심어진 화단,
돌계단을지나 올라가면 계단양옆에있던 화단은 시작에불과했는지
예쁜 꽃들이 활짝핀 정원이있었고 정원 중앙에는
빨간색 꽃을이 예쁘게핀 나무한그루가 서있었다
그리고 문앞에서보았던 으리으리하고 무서웠던집은
'내가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게' 라고 말이라도하듯
더 웅장하고 멋진 모습으로 우뚝 서있는
2층짜리 건물의 검정,흰색으로 만들어진 큰 집이였다.
"멋..멋지다"
나도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
맞아. 정말 멋진집이였다.
이건 TV에서만 볼수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집인줄알았는데..
"멍멍!"
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땐 멋진집과 화려한정원에 한눈팔려
차마 보지못했던 개집이였다.
"꺄 귀여워라!!넌이름이뭐야?"
"멍멍!"
내 질문에 대답할리만무했다.
대답대신 큰소리로 멍멍!이라고짖어주는 강아지
희고 부드러운털로 온몸을감싸고 덩치는 나보다 반쯤더큰
그레이트 피레니즈.
언젠가 옆집 덕구랑 바닷가로 산책나갔을때
흰색 원피스를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그에걸맞게
희고 멋진털, 듬직한 덩치를 자랑하듯 우아하게 걸어가던걸 본적이있다.
마치 천사와 천사를 수호하는 페가수스같았다고나할까..
나는덕구..(동네에 떠돌이강아지였음. 품종은 알수없는 갈색강아지)
흰색천사는 멋진수호견..
과거 회상을하고있을때 그순간 눈에들어온건 개집위에 크게 써져있는 '봉이'
"봉이구나!!아이구 이뻐라!!누나네옆집살던 덕구도 애교가참 많았는데..
아참..넌 여자니 남자니??어디보자..남자인가 여자인가.."
"채경..이?"
앗..!?봉이의 성별을 확인하고자 고개숙여 확인하려는찰나,
다시한번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이름.
흑갈색긴머리 살짝 넣어진 웨이브
나이에맞지않게 탄탄하고 굴곡있는..그렇다고 너무 마르지않은몸에
웅장한 집에 어울리게입은 검붉은색과 검정색이 섞여진 원피스.
적당히태닝한것같은 피부색에 깊고큰눈 오똑한코 붉은입술.
분명히 말하지만 초인종을 눌렀을때 그목소리와는 다른목소리였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 들었던 할머니의 목소리때문에
흘렸던 눈물과는 다른..온도도, 느낌도 다른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졌다
"..어..엄마..?"
한눈에 알아볼수있었다.
13년 이였지만..목소리도 얼굴도 보지도,듣지도 못한지 13년이 지났지만
엄마였기때문에 내가 늘 그리워하고 꿈에서 찾아헤매였던 엄마였기때문이였다.
"엄마!!!!!!!!!!!!!"
한걸음에 달려갔다 웅장한 집 현관앞에서서 날 바라보고서있는
엄마에게 한걸음에달려가서 그리웠던 엄마품에 안겼다.
"흐윽..흑..엄..엄마..맞죠?..흐어어어엉..!!"
"채경아..엄마가 미안해.."
"흐어엉..흐윽흐어어엉!!!"
하고싶은말이 너무많았다.
울지않으려고했다. 어제밤 잠을설치면서..
아니 일주일전 서울로 올라오라던 엄마의 연락을받은 할머니가
나에게 비행기표를 건내주던 그날부터 다짐했다.
울지않을거라고 원망도안할거라고 그냥 다시 날찾아줘서 고맙다고
보고싶었다고 너무 그리웠다고 그렇게말해줄거라고
세상에서 가장 밝게 환하게 웃어줄거라고
그래야 엄마 마음이 안아플거라고
그래야..다시 버리지않을거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을 보는순간 뜨거운 눈물이,
13년간 그리움에 사무쳐서 흘렸던 눈물양만큼
엄마품에서 그렇게 흘러버렸다.
5살.
이별을 맞이하기엔 너무도 어린나이였다.
이별이라는 단어의 뜻을 헤아리고 가슴에 담기엔 너무도 작은 소녀였다.

첫댓글 겁나 드럽네 콧물 들이마시는 거 --
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