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지원하란 전화를 '체포 지시'로 만들어 내"
증인신문서 '메모 진위' 공방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2025.02.20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자신의 탄핵 심판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 “내란과 탄핵의 공작”이라고 말했다.
홍장원은 이날 메모와 관련된 헌재 증언, 검찰 진술에 대해 “일부 혼동이 있어 정정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작성 경위 등을 번복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4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출석한 홍장원을 상대로 ‘홍장원 메모’의 진위를 적극 따졌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지난 13일 메모 작성 과정·장소 등이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하면서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서 홍장원은 “작년 12월 3일 밤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입구의 공터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불러준 체포 명단을 메모지에 받아 적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말을 듣고 여 전 사령관에게 연락하자 명단을 불러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정원 CCTV 영상을 보면, 홍장원은 그날 오후 10시 58분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국정원 본청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홍장원은 이날 “메모 장소는 공관 앞 공터가 아닌 사무실”이라고 했다. 계엄 당일 밤 10시 46분과 58분, 11시 6분쯤 여 전 사령관과 세 차례 통화했는데, 두 번째는 공관 주차장에서 세 번째는 사무실에서 통화했다고 한다.
홍장원은 “기억을 고증하니 여 전 사령관이 처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한 것은 공터에 있던 10시 58분이었고, (명단을) 받아 적은 건 사무실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 당시엔 기억이 안 났고, 지금 기억난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홍장원은 “조 원장이 CCTV (내용을) 공개해 여러 부분을 재검토하니, 두 통화를 한꺼번에 한 것처럼 진술했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이날 “CCTV 시간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에게 간첩을 많이 잡아넣기 위해서 방첩사도 좀 지원해주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이를 목적어도 없는 체포 지시라고 해서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만들어 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홍장원은) 그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에 해임되니 체포 지시라고 엮어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의 목적이 ‘체포’가 아닌 ‘동향 파악’이었다면서 “동향과 위치를 파악하려고 한 것은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