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시는 제가 효자인줄 알았는데 죄인입니다
어제는 원두막에서 홀로 차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한동안 발길이 뜸한 희연거사님이 절을 찾아왔다.
깔끔한 법복에 얼굴은 삼복 불볕더위에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하얗고 말쑥하다.
차 한잔을 마시는데 ...갑자기.
"스님..제가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효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죄인이더라구요..흑!
감정에 목매여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눈가에 찍어대면서도 말을 잇지 못한다.
그동안 못들은 이야기 못한 이야기 두런두런 ....
사방이 정말 어두워져서야 근 4시간 지나감을 알았다.
나 또한 늙은 노모 때문에 마음고생이라면 마음고생이지만
동병상린이라 이야기를 해주면 마음이 편안한지...
스님은 어찌 제맘을 그리 잘 아세요? 제 동생들도 이런마음 절대 몰라요..
바라지도 않지만요..흑..."
...그야...스님도 우리 노모님 중풍생활 올해로 6년째 앉은뱅이이니
겪어보았으니..잘 알지....이런 또 우시네..."
이제는 그만 내려가시라고 하면서
겨우 겨우 멍하게 말도 없이 계속 우는 희연거사님을 달래서 보냈다.
세상살이가 여러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 희연거사님의 상황을
자세히 본인입으로 듣고보니,..참으로 힘든상황이 아닐수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간호하는 비용은 있으니 요즘세상에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도 하여드렸지만
긴 병간호에 본인의 속마음의 상처와 가슴앓이는 지금
심각한 우울증 증세로 전환이 됨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혹 나쁜 생각으로 자살할까봐...마지막으로 어름장도 놓았지만...
그래도 축 쳐진 저 어깨는 언제 일어날지 모를일이다.
희연거사님의 사정은 이렇다
부모님은 76세 , 아버님이 84세인데
어느날 단란하던 가정, 행복하던 가정에 불행이 닥쳤다.
연이어 부모님 두분이 쓰러진지 햇수로 아버님은 12년째
뇌종양암에 전림선암이시고,..어머님은 근 8년을 병원에서 노환으로 계셨는데
큰 아들이라는 책임감도 있지만 그 긴세월동안 엄청난 병원비에
늘 나를 낳아주신 어머님, 아버님 머리맡을 떠나지 못하였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니...긴 시간동안 형제지간들 발길도 뜸해지고
병원비 간병인 비용이라도 아끼고자 본인이 책임감으로 하다보니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울 엄마
생소한 기저귀도 갈아주게 되고, 목욕도 시켜주면서 늘 병상을 떠나지 않으니
결국 마누라는 헤어지고 다 큰 아들들은 쳐다보지를 않는단다.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우리 부모님을 시봉하여주겠는가..현실이 막막하지만
야속한 형제지간을 원망만 할수는 없는일이었다.
" 스님...제가 제 아들들에게도 마누라에게도 이제와서 보니
엄청난 구업을 지었지요..흑..
"니들은 버려도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못버려...그러니 선택해!..
더구나 저렇게 아프신 분을 자식인 나까지 버리면..
그나마 오래사실 상황에도 그냥 돌아가시게 되니 나는 너희들을 버릴란다..
내 부모가 더 중요해...." 하였는데 그게 얼마나 자식된 입장에서, 아내된 입장에서
엄청난 구업입니까...?
요즘 제가 말이 저절로 줄어들고..그냥 하염없이 서럽고...모든것이 재미도 없구요...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하여도 눈물이 줄줄줄...해요"
늘 병원에서 케어며 식사며 간병인 역활을 하는데
처음에는 기저귀가는것이 그리도 힘들더란다.
역겹고 조금 여자의 시커먼 생식기를 보니...생소하고 부끄럽고
남자인 내가 이렇게 하여야 하나 하는 자존심.....
한해, 두해...8년을 간병하였던 어머님이 올 봄에 드디어 이승을 하직하였다.
그리도 바랬던 죽음이었고 예고된 죽음이니 이제는 조금 자유롭고
홀가분할줄 알았었다..
그런데 웬걸...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잘못한것만 생각이 나고
이 세상에 정말 나만 혼자이구나 하는 제행무상에다가...
세상이 갑자기 시들시들 재미도 없어지더란다.
아직도 아버님은 84세인데도 병원에 누워계신다
12년전 뇌종양암과 전립선암이 고령이라 수술도 못하는 처지에
그냥 번지는것도 나이가 들어 더디니..병원밥을 먹어야 하는상황이고
드시는것은 병원죽을 드시는데 때때로 젊어서 늘 드셨던 술을 찾고
병원청소부 시켜서 몰래 술을 드시곤 하여
겉으로는 호통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우는적이 비일비재...
"우리 아버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술을
뇌암에는 치명적인것을 알기에 제가 못드리는데
세상에 불효자도 이런불효자가 있습니까? 스님?"
"그나저나 어머님 장례는 잘 치르셨나요?....
" 네 스님... 그래두...제가 연천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리 헛살지는 않았나봅니다.
직장을 그만둔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어머님 장례식날 화환이 60개가 들어와서 건너편
기독교 망자님들과 옥신각신 장례식장 자리 침범한다고 실랑이도 벌어졌드랬습니다....
문상객도 많이 오고 장례는 아주 잘 치렀습니다."
........................
그래서....제가 장자이고 하여
장례 다 치르고,.권속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하였지요..
.나는 이제 어머님을 할만큼 하였으니
아버님은 니들이 돌아가면서 해주면 좋겠는데 어찌 생각하느냐?"
하면서 동생들을 휘 둘러보니 고개를 못들고 모두들 침묵....
..............................
알..았다....
이제는 부모님이 아버님 한분밖에 안계시니,...
아버님은 내가 병원에서 모시던 것처럼 계속 모실테니
대신 자주 찾아와주는것이 간호하는 이 형에게도 힘이 될듯 하다.
대신 이 형은
아버님 마무리까지 다 하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서 나홀로 살테니 더 이상 이 형은 찾지 말고....
"그제서야 한 5분간 모두 고개를 못들던 동생들이 고개를 들대요..스님"
제가 모신다고 하니 마음이 또 편했나 봅니다.
동생들중에 막내 여동생이 그렇게 울대요...스님..
오빠,,,힘들어도 조금만 참어...내가 잘못했어요...하면서요
임종때는 자신의 설움에 많이들 울지,..정말로 참회하면서 흘리는 눈물이랴 싶어요..
지그들은 모를것입니다.
환자가 한분 계시면 내가정이 얼마나 헝클어지는지
가장의 역할이 얼마나 허무하고 힘들어지고..이중 삼중 고통을 받는지요..
니네집 우리집 하면서 내 마누라는 사람아닙니까?......"
저요...하루종일 어머님 머리맡에 떠나지 않고..늘 바른말로 악역을 하여도
어쩌다 오는 자식들은 정말 우리 부모님한테는 효자더라구요...
기저귀를 갈때 들어오면 옆에서 보기만 하지요..
그냥 소변냄새 똥냄새에 우~욱~...우리 제수씨들 여자들인데도
한번도 거들지 않고 바로 토하고 돌아서요...
그리고 한달에 어쩌다 체면상 한번 오셔서 우리 엄마 손한번 잡아주고 가면
그들은 효자 효녀가 되드라니까요...나는 죄인이구요..
우리 어머님,...늘 오지 않는 그 자식들만 오매불망 찾아요...
나는 어머니를 케어하느라고 드시고 싶으신것 못드시게 하지요
하고 싶은것 제지하지요...그러니 달가와하지도 않으시고 가시는 순간에도
안온 자식들만 그렇게 찾고 가니...제가 하는 행위가 효자인줄 알았는데
동생들, 형제지간들에게도 못할말 함부로 한죄...
어머님, 아버님에게 함부로 구업을 지은죄.....
제가...죄..인입니다...."
요즘은 밥맛도, 무엇을 하고 싶은 일도 매사가 심드렁 재미도 없고
의욕도 안나니...어느날은 3일동안 물만 먹고 다리가 주저않아버려서
왜그런가 한참 생각하였더니 밥 먹은지 오래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스님에게 법회 문자는 늘 받는데,..받는 순간은 와야지..하면서도
막상 당일날 되면 의욕도 안나고 부처님께 가면 무엇을
깨달을까 내가 이런 상태인데..이러다 저러다 또 무기상태에 빠지니....."
제가 구인사 다니면서 천배 철야정진할때.. 그 총무스님이
손수 부엌 공양간에서 해주시던 행동과 말씀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대요
우리는 죽을때 모두 남의손을 빌어서 간다고...
그러니 평소에 구업...행동 바르게 하고 남에게 적선을 많이 하여야그 빛을 갚는다고
나는 그말뜻을 몰랐는데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서야 몸으로 몸으로 다가오네요
그 스님은 비구스님이신데도 늘 손수 밥도 지어주시고 감자와 양파를 썰어서 손수
된장국 끓여서 저희들을 해 먹이셨지요..
저희들이
"스님...체통과 위상이 많이 떨어지시는데..저희들이 죄송해서 어떻게
얻어먹어요? 하면 당장....
"나는 내 복을 지어야 하니 상관없다..죽을때 다 남의 손을 빌려서 가는데
그 남들에게 복을 지어놓아야 죽을때 나도 편히 가지...복을 안지어놓으면
죽을때 바락바락 자손들 힘들게 하고,...장의사 힘들게 하고,..119 구급대원들 힘들게 하고..
그렇게 되니..
지금이라도 어떤 사람이 나를 도와줄지 모르니
할수 있는 행동은 하여야 하지 않겠나?
하시면서 내 복을 짓는것이니 상관마라고 하셨지요...
저와 불자님들 모두 그때는 참 괴팍스런 스님이다 생각하고 웃어넘기고 곧 잊었지만
요즘 그 스님이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스님..."
"정말 맞아요...죽을때 저는 제 힘으로 하는것이 하나도 없어요.."
굶어서 대부분 죽잖아요...
숨쉬는것도 힘들지요,..거친숨을 내뱉으면서 아주 고통스럽게 자식들 원망하면서 가더라고요..
그리운데,..보고싶은데 홀로 가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다행히 막내여동생과 저는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았지만....
안오는 자식들만 찾고...지금도 눈에 선해요...."
오늘 제가 모처럼 와서 스님에게 힘든 이야기 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내일이 돌아가신 어머님 첫 생일이라서 온 가족들 산소에 가서 참배할려고
하는데 갑자기 스님얼굴이 떠올라 그냥 왔어요...스님은 제 이야기를 하면
제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실듯 해서요...."
"..희연 거사님!....원래 정이라는것이 그리 좋은것은 아닌듯 하네...
가장 잘 모시던 분이 가장 후회도 많이 하고, 가장 정이 들어서
상대에 대한 원망도 많이 하기 마련이지..
보상심리가 있기 마련이거든...위로받고 싶어하고...그런데 희연거사님..
하실만큼 하셨는데,..뭘 그리 후회해?
차라리 올 여름 이절에 안와도 좋고 법회에 동참안해도 좋으니...
현재 그 상황속으로 차라리 깊이 들어가 보아....그래야 아버님
언제 가실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가시는날은
어머님하고 틀리게 한번 업그레이드해보지?...
참회하는 것은 부처님믿는 우리들 재가불자들로써는
내 마음의 업식을 맑게 스스로 정화하는 기도이고 수행이니.....
홀로 있는 시간에 차라리 그 속으로 깊이 정면당당하게 홀로 대화를 해 보면 되지....
그런데,..말이야.....
그래도.....
그래두....아버님 돌아가시면
똑같이 후회하고 참회하게 될걸쎄..하하......."
.......................................(이하 생략).
요즘 사찰마다 백중기도 많이 입재 하지요..
시절이 바쁘고 불경기라서 그런가
자식들은 그래도 교육비에 외식에 먹고 싶은것 하고 싶은것 다 해주고 싶은것이
부모마음입니다.
잊혀져가는 우리 부모님... 그 본질만은 늘 잊지 말았으면 하여
다시한번 부모님 입장에서..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두서없이 몇자 올렸습니다.
부모님이 못오는 자식을 그리워하고 애닮아하며 걱정하는것이 바로
부처님 마음입니다...
바른 진리에 귀의한 우리들은
그래도 최소한 백중날이 아니더라도....
바른길로 바로 보고 늘 노력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무더운 삼복더위...
건강하시고 모두 함께
편안하시기를 축수발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