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깎이로 이름을 얻은 사람 가운데 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소개하기 위해
어쭙잖은 표현을 총동원해서 빈축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령 3류로 분류되는 문학지를 통해 등단을 했다고 명함에 ‘시인’이라고 박아 넣거나,
중견시인이 쓴 작품을 이러쿵저러쿵 입방아에 올리기도 하니 어쭙잖습니다.
등단 작품 말고는 변변한 자기 작품 하나 창작해내지 못하고서
단체의 일에 게으르거나 무관심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정치판에서도 초선의원들이 노회한 정치꾼이 되어가는 모습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우리말에 ‘어줍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투르고 어설픈 것을 표현할 때, 또는 어쩔 줄을 몰라 겸연쩍거나 어색한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말입니다.
남자가 맞선을 보면서 시선 처리를 잘 못하고 말을 더듬는다든지 하면,
“그 남자는 맞선을 보면서 무척 어줍어했다.”라고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줍다’는 말은 ‘수줍다’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겠네요.
‘수줍다’는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하다.”는 뜻으로,
“그 여자는 맞선을 보면서 몹시 수줍어했다.”처럼 쓰입니다.
그러니까 어줍은 남자와 수줍은 여자가 맞선을 보게 되면, 얼마나 어색한 자리가 될 까요?
우리는 ‘어줍게’보다는 ‘어줍잖게’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어줍다’가 “서투르고 어설프다”는 뜻이니까 ‘어줍잖다’라고 하면
그 반대인 “세련되다”는 뜻을 나타내야 이치에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서투르고 어설픈 것을 표현할 때, ‘어줍잖다’, ‘어줍잖게’처럼 말하고 있지요.
이것은 ‘우연하게’라고 말해야 할 자리에 ‘우연찮게’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줍다’는 표준말이지만, ‘어줍잖다’는 표준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줍다’와 비슷한 말로 ‘어쭙잖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서투르고 어설플 때, 또는 비웃음을 살 만큼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할 때
‘어쭙잖다’라는 말을 씁니다.
가령 “그런 어쭙잖은 실력으론 우리 회사에서 배겨나지 못할 거야.”한다든지,
“변변한 벌이도 없으면서 어쭙잖게 자가용을 몰고 다니느냐?”라고 쓸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때의 ‘어쭙잖다’를 ‘어줍잖다’로 잘못 발음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몇몇 초선의원들이
우리 정치를 개선할 의지를 잃었다면서 불출마선언을 했습니다.
내로라하는 다선의원들은 눈도 끔쩍하지 않는데 비하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어쭙잖은 식견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참 우습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