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라
이 쑥밭의 땅에서
괴로워하는 쑥굴헝 가시 덩굴 헤치고
그대의 어린 가족들 데리고
어서 가라
저 만수산 상상봉(山上峯)으로
세세손손(世世孫孫) 짙푸른 넝쿨을 잡아당겨
그대의 환청(幻聽) 속에
수천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저 만수산 어서 가라
이 쑥밭의 땅에서
가시덩굴 쑥굴헝 헤치고
어린 것들 아내와 노모를 데리고
어서 가라
이곳에 더 이상 씨 뿌리지 말고
이곳에 더 이상 아이 낳지 말고
이곳에 더 이상 사람 묻지 말고
더 이상 노래하지 말라 오 살균(殺菌)된 땅에
더 이상 벌레 울음소리 들리지 않으므로
더 이상 울지 말라 울지 말고
어서 가라 초토(焦土)를 버리고
이곳의 온갖 이름과 언약을 버리고
납세고지서를 주민등록증을 버리고
오 화해할 수 없는 이 지상을
벗어 나가라
밤마다 그대 도려낸 흉곽의 응달에
세세손손(世世孫孫) 푸른 넝쿨 내리고
세세손손(世世孫孫) 맑은 물줄기 타고
그대의 환청(幻聽) 속에 수천의 조종(弔鐘)으로
떠내려 오는 저 만수산으로
어서 가라
어서 가라
칡꽃 / 사진〈Pinterest〉
만수산 드렁칡 3
황 지 우
본시 소생은 무지몽매 고집불통의 영악한 넝쿨이요 더러울수록 따뜻한 이 두엄 땅에 뿌리박고 내일이 없는 하늘 아래 갈가리 찢어져 시시로 청풍 나뭇잎 소리에 입속ㅅ말을 나누며 킥킥거리며 푸른 등꽃을 피운 적도 있고 갯땅쇠 땅 개새끼 마을을 불 질러 그놈들을 사슬로 묶어서 삼복더위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녔고 다만 절개 없는 놈들 그들의 변절을 용서했오 용서한 죄밖에 없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