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지(曲枝)가 있어야 심지(心志)도 굳어진다
나무는 여러 가지다.
나뭇가지는 여러 가지로 뻗는다.
여러 가지는 한 나무줄기에서 뻗어 나온다.
여러 가지인 것 같지만 뿌리를 찾아가면 다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만나지만 다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를 뻗다 보면 고지에도 오르고 경지에도 이른다.
가지가지 해봐야 '고지(高地)'에 갈 수 있다.
가지가 자라면서 굽은 가지, 즉
곡지(曲枝)도 생긴다.
곡지가 있어야 심지(心志)도 굳어진다.
- 유영만의 《삶을 질문하라》 중에서 -
* 본질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문제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문제로 삼은 것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숲은 다양한 형태의 나무와 온갖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가지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곡지가 있어야 심지도 굳어집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https://scgeun1.tistory.com/m/1263
종일 안개비
차라리
비 한바탕 내리면 더 좋으련만...
밤새 비가 좀 내렸나?
마당이 촉촉하게 젖고 안개 자욱 인다
동물 챙겨 주러
기러기가 알자리에 털을 수북이 뽑아 지금까지 낳은 알을 덮어 놓았다
알을 품으려나 보다
오늘 밤부턴 닭장에 뻥일 데려다 놓을까?
이번엔 실패하지 않고 알을 부화했으면 좋겠다
모이를 주고 오늘은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연못에 내려가 실컷 놀으렴
병아리장 닭도 모이를 많이 주었다
암탉이 서너머리쯤 되니 알을 낳았음 좋겠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언제쯤이나 알을 낳을까?
뒷밭에 가보니 컵 씌워 놓은 두릅이 컵이 벗겨지고 두릅이 크게 올라와 버렸다
이번 비에 두릅순이 쑥 커버린 것같다
고사리도 쑥 자라 오르고 표고도 많이 나왔다
단비 내려 뭐든 쑥쑥 잘 자란 것같다
집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럼 고사리 많이 나오는 뒷산에 가보잔다
이번 비에 고사리가 올라왔을 거라고
밤에 비내려 이슬이 많아 가보려면 오후에나 가보자고
붕어 지짐에 아침 한술
오늘은 한식이라 밥을 데우지 않았다
이젠 날씨 따뜻해지니 식은밥을 먹어도 괜찮겠다
날씨가 꾸릿꾸릿하니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나 받자고
집사람과 같이 한의원으로
찜질과 부황 전기치료를 했다
허리가 따끈하니까 절로 잠이 온다
전기치료를 하는데 집사람이 난 세게 하지말란다
원장님이 듣고 본인이 말하면 되는데 왜 옆에서 대신 말해 주냐고
집사람이 난 별로 말이 없기에 대신 말해준다니
원장님이 자기가 다니는 테니스클럽에 퇴임 교장샘이 많으신데 모두 다 말을 잘하신단다
샘들은 원래 말씀을 잘하시는 것아니냐고
집사람이 난 할 말만 하지 말이 별로 없다며 웃는다
그래 난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때론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가 많다
간혹 이런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나름의 방법이 있었겠지
원장님이 침을 놓아준다
원장님께 어제 기독의원 다녀 온 이야길 했다
관절엔 이상이 없고 어깨 근육이 찢어져 물이 좀 찼지만 뺄 정도는 아니라 했다니
요즘엔 물을 함부로 빼지 않는단다
주사기로 물을 빼다가 병균이 침투해 더 악화될 수 있어 함부로 빼선 안된다는 연구논문도 있단다
자연스럽게 물을 흡수해 내는게 좋다고
내 이야길 들어 보고 원장님이 생각한 것과 같다고
근육이 크게 손상된게 아니니 통증만 잡아가면 될거라고
초음파를 통해 주사를 맞았다니 초음파는 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나온단다
아 그래서 어제 비용이 좀 나온 것같다
침을 맞으면 찢어진 근육이 더 찢어 질 수 있는 것 아니냐니 그렇지 않고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단다
지금 현재의 상태를 봐선 걱정할 정도 아니니 마음 차분히 생각하며 치료 받으시란다
그 말을 들으니 걱정했던게 좀 사라진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 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하고 기분이 무척 다운되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걱정할 일은 아닌것같다
또 어제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통증도 많이 줄어 들었다
다음주에 다시 한번 기독의원에 가 보고 꾸준히 치료받아 빨리 낫도록 해야겠다
추나요법까지 하고 나니 어깨가 훨씬 가볍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나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집사람이 날씨 흐리니 낮에 팥죽 쑤어 아산형님네랑 먹잔다
그도 좋겠다
집사람이 팥을 삶아 죽을 쑨다
팥이 많이 들어가야 팥죽은 맛있단다
그래 멀겋게 쑤면 맛이 없지
문원장의 바둑 유트브 한편 시청
수를 보는 눈이 다르다
최소 대여섯수는 기본
끊임없이 판 전체의 형세를 살펴가며 두어간다
바둑판을 넓게 보는 눈이 있어야하는데 난 국지 싸움에만 국한될 때가 많다
그래서 바둑이 안느는거지
집사람이 사 온 칼국수를 내오란다
두 개만 사왔다니 그것으론 부족하겠다고
아산형님네만 오는게 아니라 사위도 온단다
아이구 그럼 좀 부족하겠는데...
이제 사러 갈 수 없으니 적은대로 나누어 먹자고
사위가 온다니 두릅이나 좀 따오란다
뒷밭에 가서 활짝 피어 버린 두릅을 따고 땅두릅도 캤다
하룻밤새에 두릅이 활짝 피었다
이번 주말엔 두릅이 다 피어날 것같다
동생네나 오라고 해서 산에 가서 두릅이나 좀 따야겠다
집사람이 상을 놓았다
두릅데치고 오이소박김치 갓김치 배추김치지만 모두 맛있다
난 돼지고기를 좀 구웠다
아산형님 오시면 막걸리라도 한잔 해야지
아산아짐이 사위와 같이 올라왔다
아산형님은 오늘 아침에 치과에 가서 이를 빼 아무것도 드시지 못해 집에 계신다고
저런
형님이 팥죽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집사람이 갈 때 한그릇 가져 가란다
모두들 팥죽이 넘 맛있단다
진덤진덤 하게 쑤어 맛이 더 좋다
사위와 막걸리 한잔
두잔 정도 마시니 더 이상 마시기 싫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아짐이 내려간다니 두릅과 팥죽을 싸준다
형님이 올라와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건데 그러지 못했으니 가져다 드리라고
워낙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시니 맛보시면 좋겠지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세시가 넘었다
안개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조양뜰은 자욱한 안개 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차라리 비를 좀 더 내려주면 좋으련만...
뒷밭에 가서 고사리와 두릅을 따자고
집사람이 고비가 났는지 가 보잔다
고비가 나는 곳에 가 보았더니 고비대가 많이 보이질 않는다
작년엔 꽤 있었던 것같았는데 죽어 버렸나?
고비도 한두개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은 고비 나올 때가 아닌가 보다
다음주에나 다시 와 봐야겠다
뒷밭에서 두릅과 고사릴 꺾었다
두릅이 너무 활짝 피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 연하니까 데쳐 먹으면 괜찮겠다
고사리도 서너주먹 꺾었다
우리 고사리밭에서만 고사릴 꺾어도 우린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
4년전에 고사리 한포대 사다 심었더니 제법 많이 번졌다
집사람은 이렇게만 나온다면 형제들하고도 충분히 나누어 먹을 수 있겠단다
한두번 먹으면 되니까 충분하리라
집사람은 꺾어 온 고사리와 두릅을 다듬는다
상추가 잘 자라지 않았기에 상추밭에 또 요소 한주먹을 뿌려주었다
비오니까 비료가 잘 녹겠다
닭들을 불러 가두고 뻥이를 닭장 안에 데려다 두었다
기러기가 알을 품고 있으니 부화할 때까지 뻥이에게 지키도록 해야겠다
지난번에 부화하고 있는 기러길 산짐승한테 잃어 버린게 아직도 속상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모두 부화했을건데...
이번만은 품고 있는 어미를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화분에 있는 꽃을 꽃밭에 심잔다
베란다 앞 꽃밭에 땅을 파 주고 퇴비도 한포 가져다 주었다
심는 건 집사람이 똑소리나게 잘한다
병아리장 닭들에게 배추 한포기를 가져다 주고 모이도 주었다
녀석들 정신없이 먹어댄다
그렇게 먹고 알이나 잘 낳으렴
덩치가 큰 닭이 일곱 마리
그런데 모두다 암탉이 아닌 것같다
덩치 큰 닭으로 품종을 개량하려고 하는데 저 녀석들이 알을 낳지 않으니 시간이 좀 걸릴 것같다
한두달 더 지나면 알을 낳을까?
오늘은 성삼일 시작
저녁미사시 독서를 하기로 했다
주일에만 참석하는 발바닥 신자
언제 참신앙을 가지게 될까?
미사복으로 갈아 입고 독서를 해야하기에 7시경 성당갔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나와 묵상하며 미사 준비를 하고 있다
참 빨리들 나오신다
나도 좀 일찍 다녀야하는데 그게 안된다
믿음이 강하지 못한 탓이겠지
오늘은 성 목요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3일동안을 성삼일이라한다
주님 최후만찬 저녁부터 시작하여 파스카 성야에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기도로 성삼일이 끝난다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하며 수난감실로 옮겨 모신 성체앞에서 밤새 깨어 조배하며 당신 자신까지 내어주신 주님의 사람을 묵상하자며 미사 시작
제1독서
탈출기 12,1-8
(파스카 만찬에 관한 규야)
제 2독서
바오로 코린토 1서 11,23-26
(여러분은 먹고 마실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신부님의 복음낭독
요한 13,1-15
(예수님은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때 성체성사를 세우셨다고
무엇을 기억하고 지켜야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신거라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 내가 본을 보여 준것이라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행하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늘 준비되고 깨어 있어야한다고
믿음이 강하지 못한 나에겐 참 어렵다
오늘은 특별히 발씻김 예식이 있었다
신부님께서 봉사하는 교우 몇분의 발을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씻어 주셨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섬김의 봉사와 희생
내 욕심이 먼저 앞장서 버리니 쉽지 않은 일이다
미사 끝나고 신부님께서 성체를 수난감실로 옮겼다
모두 수난감실로 자릴 옮겨 성체 조배
집사람과 난 먼저 사무실에 들러 사순시기 저금통과 금식헌금을 정리해 사무장에게 냈다
독서를 하는 사람이 헌금을 정리해 사무장에게 가져다 주어야한다
난 이게 오히려 더 어렵다
이 나이에 돈을 간추려 센다는게 웬지 어색하다
이도 하나의 봉사인데 그런 마음이 부족해 그런지 모르겠다
모두들 수난감실로 자릴 옮겨 성체 조배 예식
난 믿는다면서도 처음 성체 조배예식에 참여한 것같다
그만큼 엉터리로 성당을 다녔다는 거겠지
성체 조배 순서에 따라 예식을 진행
마지막에 고통의 신비 묵주기도를 바치고 조배예식을 끝냈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예식이 진행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껴야하는데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밤비가 내린다
미사 볼 때 억세게 내리더니 좀 잦아들었다
이왕 내릴려면 몽땅 좀 내려주지
그래도 2-3일 내려 해갈에 좀이라도 도움 되었을까?
집에 오니 배가 굿풋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잘까?
집사람은 질색하지만 취하지 않게만 마시면 괜찮겠다
돼지고기에 막걸리 한잔하고 하루 일과 정리하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잠자는 시간이 늦었다
얼른 잠자리로
새벽안개 자욱
동네 어귀 가로등 불빛도 희미하다
님이여!
단비 내려 만물이 춤을 추네요
우리집 백도화도 몽실몽실 예쁘게 피어 웃고 있네요
오늘도 단비같은 소식으로 님의 하루가 활짝 웃는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