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날이 어제와 달리 무척 춥다. 이런 날이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데, 아랫목이고, 윗 못이고, 차갑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인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지금까지 중앙난방이라서 중앙부처(관리사무소장)의 선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 싸늘한 집에 ’따스한 온기‘ 라는 귀한 손님이 찾아올까? 각설하고,
“일찍이 글을 읽을 때 밤이면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논어論語>1질은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쌓아놓고, <한서漢書>를 나란히 잇대어 이불로 덮으니, 친구들이 조롱하기를“ 누가 형암炯菴을 가난하다 하랴” 논어 병풍과 한서 이불이 비단 장막과 비취 이불을 당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중‘아정유고’ 제 8권 부록에 실린 글이다.
불과 몇 십 년 전 만해도 가옥 구조가 대개 초가집이었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한防寒 문제를 해결했다. 저녁밥을 짓고 나서 몇 시간은 달구어진 온돌 때문에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지만 밤이 깊어 갈수록 식어 새벽이 되면 오히려 사람들의 체온 덕을 보는 것이 우리네 방안 구조였다. 이불도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 그런 초가에서 겨울을 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리 집 역시 단 칸 방에 여섯 식구가 살았는데, 그 방의 크기가 반듯하게 여섯 명이 누울 공간이 아니고 옆으로 누워서 칼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될 공간이었다. 그런데도 아우는 가끔씩 친구를 데리고 와서 잠을 자고는 했다. 불을 끄라는 성화에도 못들은 체 호롱불을 켜놓고 책을 읽다가 나는 허황한 꿈을 꾸고는 했다.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베고 하루 밤 잠을 자고 나면 그 책 내용이 머릿속으로 송두리 채 들어와서 다시는 나가지 말았으면 하는 가당치도 않은 꿈이었다. 그런 날이면 바람은 더 매섭게 불어 외풍外風은 더욱 문풍지를 때리고, 엷은 흙벽을 뚫고 엄동설한嚴冬雪寒의 칼바람이 막 나를 향해 달려드는 듯 했다. 그 때 그 밤을 같이 지냈던 그 책들 중 지금도 내 서재에서 나와 함께 밤을 지내는 책들이 몇 권이나 남아 있으며, 나의 슬픔을 다독여주고 나의 이불이 되었던 책들은 과연 어떤 책들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