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찬성…현실과 어긋난 현행법, 사회적 요구에 맞출때
낙태의 사유로는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 경제 형편, 건강상 이유, 장래 계획에 대한 지장 등이 많다. 또 10대 임신처럼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상황에 처한 여성,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회를 포기하여야 할 상황에 있는 여성 등을 접하였을 때 생명의 고귀함을 내세워 임신의 지속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이다. 그러기에 현행법상 허용사유의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부득이하게 낙태가 시행되는 경우가 공공연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법은 기본적으로는 형법에서 낙태를 금하고 있으나 1953년 이후 시행된 모자보건법에서 다섯 가지 정도의 낙태 허용 사유를 정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는 가족계획이 국가의 시책으로 채택되어 형법상의 낙태금지조항이 사문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이 정하는 낙태허용범위는 주로 보건학적인 적용사유만을 다루고 있어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자세히 분석하면 모체의 보건학적 이유는 적용이 되나 태아의 보건학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불합리한 점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낙태규정은 20세기 이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과거의 엄격함을 포기하고 낙태를 자유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법의 낙태허용범위를 사회적 요구에 맞게 수용하고 불합리한 점을 수정 보완하여 환자와 의사 모두가 법을 준수하는 풍토를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금 만연하는 낙태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는 의사의 윤리적 차원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를 바탕으로 하여 낙태를 결정하는 데 최대한 신중을 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준환․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회장)
◆반대…완저합법화 말도 안돼, 원치않는 임신이 문제
1년에 150만건에 이른다는 낙태의 현실을 들어 낙태의 합법화 또는 낙태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자는 주장이 의료계와 일부 여성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그렇다면 폭력행위가 만연되어 있다고 해서 폭행죄를 폐지해야 할까. 낙태 현상이 광범위한 사회적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낙태죄의 폐지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서는 안 된다. 낙태의 자유화보다는 낙태의 전제되는 원치 않은 임신의 예방 쪽으로 그 초점이 돌려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낙태를 완전히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만 하더라도 1973년 연방대법원이 로우 대 웨이드 사건에서 낙태의 합법성을 인정하였지만 1989년 7월 이른바 웹스터사건에서는 이 판결을 뒤집어 버렸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와 자기결정권의 보장 등을 들어 낙태에 대한 자유화 바람이 일시적으로 불어 닥쳤지만 낙태에 대한 규제는 엄연한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낙태의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원치 않은 임신의 조절은 법에 의한 개입보다는 올바른 성교육과 피임방법에 의해야 한다.
둘째로 임신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성의 사회적 불이익, 가정 내 역할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제약 등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사회 전체적인 관심과 투자로 해결해야 한다.
셋째로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제거와 모성보호, 불우한 유아나 시설가정에 대한 사회복지정책이 보다 포괄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태의 합법화보다는 도리어 상담과 낙태 사이에 일정 기간을 두어 숙고하게 하고, 상담모델을 도입하며, 상담의사와 낙태의사를 분리시키는 등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