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사전에선 어떤 일이 뜻밖에 별안간 일어남.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고는 별안간 일어나지요. 그래 당황스럽고 곤욕스럽습니다. 과연 예전처럼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이것이 사고 후 마음에 담긴 화두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두 땀 정도 제대로 아물지 않아 참 신경이 쓰였습니다. 사랑이란 대전제를 놓고 그 안에서 그리움도 사랑이란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지만 그리움이라 하는 것은 눈물과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는 짝사랑 성격도 있고 사랑의 실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랑이라 하는 것은 바로 항상 곁에 머물고 있어야 확신적 사랑인 것입니다. 그리움과 사랑은 완연히 다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동경하는 것과 실증적 체험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직립 인간인데 제 걸음으로 돌아가려면 조심스럽게 걷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자신의 생각과 전문가의 조언과 일치하여 조금씩 매일 걸음의 거리를 확장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습관적으로 하던 반려견과 산책형 걸음을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걸음마를 하듯 걸음 옮기다 매일 750보씩 더 늘려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재활 성격의 걸음 여행, 상당히 딛는 힘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보폭과 두 발 사이 간격도 좋아져 갔습니다. 덩달아 건각도 만들어지는 느낌도 상당했습니다. 지금도 실내에서 맨발로 이동하려면 조금 불편합니다. 대신 트레킹화를 싣고 산책로에서 움직이면 편안합니다. 대신 흙위가 안정적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평소 즐겨 찾던 특히 얼래지와 노루귀 그리고 금낭화 군락지가 아름다운 화야산을 찾을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오름 길과 내림 길을 모두 물소리를 듣으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 매력적인 곳입니다.
그런데 집중적으로 쏱아진 집중 호우가 산 길을 엄청나게 변화시켜 놓았습니다. 물이 장시간 넘치다 보니 원래의 계곡 폭 보다 확장되어 있었고 걷기 편안했던 흙길에 흙은 유실되고 크고 작은 돌로 메어졌으며 고도를 높여나가던 편안한 길도 노목들이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어 우회해야 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가파른 길 시작점도 지형이 바뀌어 목측으로 길을 잡아나간 후 정상 부근에 보존되어 있는 길과 연결하여 정상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양손에 스틱을 단단하게 잡은 후 알파인 방식보다 더 깊은 요령으로 재치 있게 스틱을 활용하며 고도를 놓여 나갔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을 것을 대비하여 속건성 티셔츠를 선정하여 입고 온 덕분에 정상에 오르자 선선한 가을바람 영향을 함께 받아 정상에서 머무는 동안 어느 정도 속건의 유지로 적정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만족한 등정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몸을 갖고 실험하려는 의도는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사고 후 회복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되돌리려는 의지임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이 계곡만 넘어서면 안정된 길이 걸음 여행 종착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산행의 여독을 풀고 행장도 다시 수습하기로 하고 잠시 쉬었습니다. 등산화와 바지단과 knapsack 겉면도 딱아내고 스틱도 정비해 두었습니다.
세수도 하고 목도 축이며 등반하는 사이에 마주했던 여러가지 격동적인 사실들을 풀어내며 물에 흘려보냈습니다. 무엇이든 목표를 마음에 담아두면 결과를 얻기 위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은 최선을 다하려 부단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지가 결국에 정상에 자신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혼연일체라는 것을 확인하였을 때 그 희열은 잠시지만 포만의 만족을 불러오고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즐거움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산을 완성하면서 다 잊고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등산은 완성되는 것이며 온전하게 가정으로 귀가하는 것으로 등산은 총정리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