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참가하는 대회다
뭐~ 42.195km도 아닌 딸랑?20km 대회에 참가하길 요란스럽다. 그동안 동네에서 아줌마 아재 복장으로 달렸으니 대회참가 기분도 낼겸 과분한 썬글라스에 가민워치에 트레일런 배낭 등등 출혈이 남달랐다.
이해 안되게스리 잠을 설친다. 아니, 기록에 상관없이 전설님이랑 등산한다는 개념으로 참가하는 것이니 편할텐데 이놈의 성질하고는(아마도 꼴찌할 것이 두렵).
4시30분 기상
8시 알바교대
9시 전철이 아닌 자차로 이동
속전속결로 대회장 도착
클럽회원님들과 인사 나누고 완벽한 달리기 자세로 전환
10시
7년만의 첫발이 설레인다.
출발전 마누라 급수에 만전을 기하기위해 트배낭 급수를 해 본다. 불발이다. 처음 사용하다보니 급수가 원활치 못하다. 에이 갖다버려(전설님버전)
아마 저 트배낭 때문에 문제 생길거 같은 예감.
출발신호는 내 생명줄을 끌어 당기는 듯 긴박하다.
붙잡을 수 없는 페이스로 달려 나가는 선두주자 뒤에 전설님과 나는 서로 위로한다 초반에 천천히 달려야해 라고ㅋ 천천히 달리면 후반에 선두주자 다 추월할 수 있을거 같은 오만한 생각과 핑계.
547페이스
계획보다 빠른 페이스에 놀라 저속모드 전환 우축 산길로 접어 든다. 보폭을 쪼개어 초반이니 잘 달려진다. 트레일런은 무조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급경에서는 잘 걸어 주는 것이 힘을 덜쓰는 것이란 정보에 충실히 임해본다. 가파른 오르막이 쉼없이 나온다. 급경사에선 60/40 뛰걷을 반복해 본다.
8분9분대 페이스가 자연스럽다. 10키로 주자들의 겁없는 보폭이 쫄게 만든다. 덥다는 생각보다 바람이 시원하단 생각이 많이드는 것으로 보아 무리는 아니다. 어서 정상을 지나 내리막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급수 담당 전설님이 뒤따라오지 않고 있다 뒤를 돌아보자니 그 시간도 아깝단 생각이 든다.
'넘어 졌나? 트베낭 이슈? 화장실 이슈?'
"에이 ~언젠가 오것지'
뒤에서 들리는 격한 호흡 소리에 귀 쫑끗^전설님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아니다.
계속 반복된다. 슬슬 걱정스러워진다.
입에서 단내 나도록 최선을 다해 정상 급수대 도착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내리막 시작이라는 봉사자의 한마디가 달콤한 머랭같다.
바람이 살랑인다.햇살이 눈부시다. 달리는 행위가 기쁨이다. 추월을 무수히 허락한다. 그들에게 기쁨을 준다. 추월하는 기쁨 아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전설님 무인도님이다.
실력이 출중하신 무인도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리다니 내가 얼마나 잘 달리고 있기에...흥분도 잠깐 화장실 이슈^^
무인도님 멀리 사라지신다. 드뎌 만난 전설님이랑 동반주 시작이다. 트베낭 버리지않고 물만 버리고 왔다고 한다. 오르막에서 나를 볼 수 없었다고..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나 부분적으로 잔잔한 오르막에 버겁다. 충분히 즐기자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이 나이에 이렇게 멋지게 달리다니ㅋ 북치고 장구치고 자신을 위대하게 추앙 해 본다. 여성 러너들이 나를 왕따 시키기 시작한다. 점점 밀리고 있다. 한명 또한명 합이 5명에게 추월 허락. 그러나 동요되지 않는다 그만큼 나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막판에 찾아 올 수 있는 ^쥐^에 대한 공포. 여기서 오버페이스하면 아니된다.
아스팔트 급경사길
앞으로 넘어질 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밀린다.
그 끝에 임도가 끝나고 도로가 시작된다 무척 반갑다. 거의 다 왔다는 신호다. 한여름 태양열은 아니여도 뜨거움이 살을 강타한다. 임도에서 추월했던 여성 주자들이 그만큼의 간격을 벌리면 최선을 타하고 나 또한 전설님 또한 최선 모드다. 너무 최선을 다 하다보니 전설님이 헛발을 디뎌 앞으로 꼬꾸라질뻔. 다행히 탁월한 순발력으로 위기 모면.
그사이 가볍게 여성 주자 한분 추월.
18키로를 지나니 딱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렇지만 마라톤은 언제나 여기가 아닌 저 멀리에 골인이 있다 그것도 아주멀리에, 우리가
정해놓은 그만큼의 거리를 채워야한다. 난 그 거리를 채우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해 골인선을 통과 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 해 안달하던 것을 잠재우고
20키로 완주.
최고기록 1시간 53분보다 20여분 늦은 기록이나 충분히 만족한다.
첫댓글 와~~~
7년만에 새로운 도전!
넘 멋집니다.
역시 ! 무사이님!
두말하면 잔소리
이렇게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되네요.
축하드립니다.
가을의 전설이 분명히 되실겁니다.
저 보다 빨리 피니시했다는 자제가
역시 고수님!
부럽습니다. 넘~~~
수고 많으셨어요,
7년만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네요,
그래도 지치지않고 대문 안 닫으시면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