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2리~금왕산~484.6m봉~밤나무골~금왕1리
금왕산(金旺山)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의 산이며,양동면 금왕리와 계정리를 동서로 가르는
산줄기 상의 해발487.7m의 비교적 나지막한 멧덩이다.양동면의 면소가 자리하고 있는 쌍학
리에서 북쪽으로 뻗은 349번 지방도로를 십릿쯤 발걸음을 하면 닿게 되는 동네가 금왕2리가
되고,그 동네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349번 도로 우측으로 '금왕사'입구임을 알리는 장방형
의 검은 빗돌이 세워져 있는 지점 옆으로 숲 쪽으로 드는 양회임도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이곳을 들머리로 금왕산 정상을 오르고 금왕의 북릉을 2km쯤 더 잇다가 밤나무골을 거쳐
금왕1리를 날머리로 하는 산행거리 8.5km쯤의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거리는 8.5km쯤이니 난이도가 좀 높다고해도 3시간 반이면 산행은 모두 마무리가 될 것
으로 여겨진다.온 매체를 통해서 혹한의 경보가 내려진 이른 새벽,털벙거지를 뒤집어 쓰고
방한복의 후드까지 겹으로 덮어쓰고 집을 나선다.거리는 냉동창고나 다름없다.밤새 어두움과
끈질긴 전투를 벌인 장한 가로등의 불빛이 처연하고 적막과 추위 그리고 고적감의 시가지를
여는 것은 시장의 부지런한 상인이거나,노란 비상등을 연신 껌벅거리며 웅웅거리는 청소차
다.다그지게 여몄다고는 하지만 옷깃의 틈새는 여전히 남아 있게 마련,그 작은 틈새를 아금
받게 비집고 드는 찬기운이 이악스럽기만 하다.
산행 들머리
모자란 잠을 채우려고 꾸벅이는 사람,무엇이 궁금한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살펴보는 축들,
나처럼 꼭두새벽부터 산행을 나서는 듯한 차림의 늙마(老馬)들,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사람
들의 행색은 이렇게 다양하다.그런데 이러한 다양함의 공통점의 특색은 대부분 늙수그레함에
있다.일선에서 퇴직을 하였거나 일터에서 쫓겨나듯이 물러난 초짜 늙마들이 거지반인 거다.
히타의 훈훈함과 여럿 승객들의 훈김으로 나도 이따금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
거리기도 한다.포근함에 잠시 이완된 노긋해진 몸을 얼른 추스리고 송파의 잠실역 구내를
빠져 나온다. 4번 출구 앞 쪽 롯데마트 널찍한 포도를 휩쓰는 찬바람과 아직도 동살의 기색이
없는 도시의 시가지는 두눈을 부릅 뜬 시내버스를 비롯한 차량들만이 매우 부산스럽다.
오늘의 산행지인 금왕산의 산행 들머리 주소지에 우리 일행들이 도착한 때는 버스에 오른 지
불과 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의 즈음이다(8시50분).역시 훈훈한 히타의 온기와 산우들의
훈김을 벗어나니 찬기운이 매섭고 날카롭다.왕복 2차선의 349번 지방도로를 뒤로하며 숲으로
드는 양회임도로 곧바로 발걸음을 옮긴다.혹한의 기온이 옷깃을 다그지게 파고드니 얼른
몸이라도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추위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다들 발걸음을
재우친다.허름한 농막 두어 채를 지나면 번듯한 한 채의 농가 옆을 지나게 되고, 곧바로 임도
좌측으로 산길을 만나게 되는 데, 그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폐주거지와 묵은 전답
완만한 오르막은 전답의 흔적처럼 여겨지는 잡목들의 계단식 터를 지나게 된다.어귀에는
낡아서 다 허물어진 귀틀집 한 채가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귀틀집은 큰 통나무로 '井'자(字)
모양으로 귀를 맞추어 층층이 얹고 틈을 흙으로 발라 지은 집을 일컫는다.폐귀틀집을 뒤로
하고 5분쯤 더 완만한 비탈을 오르면 허름한 농가 한 채 옆을 지나게 된다.집개 두어 마리가
악착같이 짖어댄다.이들의 악다구니에 적막감의 골짜기는 잠시 시끄럽다.그런 와중에 한
늙은 사내가 집개들 사이로 불쑥 얼굴을 내민다.어디서 온 것과 인원을 산림 간수처럼 짐짓
묻더니 악다구니를 제지하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허름한 집구석으로 발걸
음을 돌린다.
산 아래의 첫 번째 농가를 이렇게 지나고 나면 8부 능선의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로 산길
은 한데 합쳐진다.이 임도의 좌측 방향은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금왕1리 쪽이고,우측은 계정리
와 석곡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임도이다.이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300여 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임도를 버리고 좌측의 완만한 오르막으로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완만한 치받잇길은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의 수북한 다갈색 가랑잎의 산길이다.모든 잎사귀를 떨궈내린 나목의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숲은 바람의 자맥질 소리도 들려오지 않을 만큼 다소 헐겁고 성글다.
꺽다리 노송 숲
손등 같은 붕긋하고 언덕 같은 멧부리를 넘어서고 베개처럼 기름한 손등 같은 봉우리를 차례
로 넘어선다.수북한 가랑잎의 숲길은 금빛햇살이 참따랗게 쏟아져 내리지만 찬기운은 강철
빛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빛처럼 냉랭하기만 하다.언덕 같은 두 개의 멧부리를 넘어서고 다시
한차례 더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조금 전의 봉우리와 행색이 어상반한 멧부리를 다시 오르
게 된다.해발452.5m봉이다.산길은 이 멧부리에서 우측으로 2시 방향이다.452.5m봉을 뒤로
하는 숲길은 꺽다리 노송의 숲길이다.
꺽다리 노송의 숲길은 그들만의 손등 같은 멧부리를 거치면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데,이번의 숲은 꺽다리 잣나무이 뒤를 잇고 잣나무 숲을 거치면 모든 이파리를 떨궈내린
낙엽송이 꼬리를 잇는다.산길은 여전하게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다.잣나무와 낙엽송이
갈마드는 완만하고 밋밋한 숲길은 다소 봉긋한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이 봉우리가 해발
486.8m의 금왕산 정상이다.금왕산 정수리의 해가 저무는 서쪽은 꺽다리 잣나무들이 그들먹한
숲이니 그 쪽은 조망을 기대할 수 없는 답답한 숲이다.
해발486.8m의 금왕산 정상을 뒤로하고 주능선 좌측의 잣나무 숲을 더 거치고 나면 봉긋한
아름드리 꺽다리 노송 두어 그루의 해발441m의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기온은 혹한의 경보가
내려졌다고는 하지만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려서는 와중에 그닥 추운 줄은 모르겠다.그런
내막을 일찌기 알아챘기 때문에 다들 산행에 참여한 건 아닐런지.산등성이를 잇는 산길은
여전하게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부드럽고 밋밋하게 꼬리를 잇는다.일기예보가 일찌감치 예보
한 것에 의하면 찬바람이 거셀 것이라고 여겼었는 데,바람은 거센 기가 없고 잔잔한 축으로
여겨진다.
주능선의 반쯤의 좌측은 꺽다리 잣나무에서 자작나무 숲으로 행색을 바꿔가며 꼬리를 잇는다.
자작나무 곁의 숲길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의 나목의 숲으로 이어지더니 봉긋한 그들만
의 멧부리로 꼬리를 잇는다 해발 484.6m봉이다.이 멧부리에서는 사방팔방의 조망이 다소
터져 있다.우측 2시 방향의 긴 골짜기 윗 기슭으로 축사로 여겨지는 건물들이 서너 줄 남향
받이로 층하를 두고 자리하고 있다.대단위 돼지사육장의 '피그랜드'다.484.6m봉에서 산길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내리막 산길은 완만하고 다소 널찍하고 다갈색의 가랑잎
은 여전하게 수북하다.
헬기장봉
냉랭하고 쌀쌀맞은,시퍼런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과 키높이 경쟁이라도 벌이려는 듯한
꺽다리 수목들의 안부를 거치면 둥긋한 멧부리를 올려치게 된다.정수리는 헬기장이 닦여
있는 헬기장봉이다.헬기장봉을 뒤로하는 산길도 낙엽송 숲길이다.숲길은 임도처럼 널찍
하고 다갈색의 가랑잎은 발목이 빠져들 만큼 수북하다.이러한 행색의 숲길은 시나브로 낮아
지면서 한 농가의 곁을 지나게 되고 농가를 지나면 번듯한 임도로 이어지고 꽁꽁 언 얼음의
작으마한 금왕저수지 옆을 지나기도 한다.
금왕저수지를 지나고나면 곧바로 금왕1리 밤나무골 마을이다.밤나무골 마을의 고샅을 곧장
벗어나면 오늘 산행의 날머리 왕복 2차선의 349번 지방도로에 이르게 된다(10시40분).
유유자적의 느긋한 산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행은 두 시간도 채 안 걸렸다.기실 산행으로
얻게 되는 건강을 고려한다면 이쯤의 산행이 제일이지 싶다.그러나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산행의 작태를 살펴보면 그러한 사실을 모두 잊은 채,왜 그렇게 길고 험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산행을 거듭하고 있는지.무엇을 위함인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언뜻언뜻 바보처럼 자신에게
되묻곤한다.
-오늘은 새마포산악회로서는 금년 일 년의 마지막 산행이 된다.일 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
지는 산행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면 50여 번의 산행을 해치운 셈이다.오늘은 그러한 산행을
해치운 산악회의 납회(納會) 성격의 산행이므로 산행은 평소보다 사뭇 짧은 여정으로 삼았
으며,산행을 일찍 마치고 산악회 결산보고와 년 중 35번 이상의 산행 참여자들에게 고급
등산화 선물이 주어지고 개근의 산우들에게는 별도의 선물까지 마련되는 등의 흐뭇한 뒤풀이
가 한갓진 식당을 빌려 이루어졌다.선물이란 받아서 즐겁고 주어서 흐뭇한 물건이 아니던가.
바깥은 아직도 혹한의 추위가 여실한데 식당 안은 외려 포근하고 오붓하고 화기마저 애애하다.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