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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지부 해고자 복직 촉구 3000배 절투쟁 해단식 진행, 새로운 투쟁 시작 포문 열 것 결의 |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집 앞에서 매일 3000배 투쟁을 진행했던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이
57일간의 지난한 투쟁을 정리했다. 18일 오후 4시 박근혜 후보 집 앞에서 해단식을 진행한 것.
ⓒ보건의료노조
절투쟁을 진행하며 많은 말을 아껴왔던 박문진 지도위원도 오늘 투쟁을 정리하며 "함께 해주신 동지들, 감사하다. 그리고 복직을 위한, 노동자가 진짜 행복한 나라를 위한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준비하겠다"는 힘찬 결의를 보였다. 박문진 지도위원과 함께 절투쟁을 진행해온 송영숙 부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오늘의 마음을 대신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도 오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박문진 지도위원에게 많은 빚을 졌다. 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이 빚 꼭 갚겠다"고 말했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57일간 국회 앞에서, 새누리당사 앞에서 궂고 찬 날씨와 상관없이 함께 해온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의 마음도 마찬가지.
3000배 절투쟁 해단식을 진행하며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투쟁의 의지를 담아 마지막 절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조은숙 경희의료원지부장이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보건의료노조
김숙영 서울지역본부장이 한양대의료원지부의 투쟁기금을 대신 전달했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문진 지도위원 ⓒ보건의료노조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송영숙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18일 오전 노동부 면담을 통해 영남대의료원 노조탄압 사태 재조사를 촉구했다"고 전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는 비정규직 없는 나라, 해고노동자 없는 세상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경희의료원지부와 한양대의료원지부가 영남대의료원지부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3000배 절투쟁은 마무리 됐지만 영남대의료원지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싸움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복직을 넘어, 목숨까지 쥐고 흔드는 해고노동자, 비정규 노동자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먼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문 전문
세상은 당신을 독재자의 딸이라 부릅니다
누군가는 그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름을 경애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이름을 증오하기도 하지요.
당신은 독재자의 딸입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당신을 욕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늙고 병든 사람들, 배곯고 외로운 아이와 노인들
개발과 성장의 논리에 집이 철거되고 삶의 터전이 밀리고 헐려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들
그리고 평생 뼈가 삭게 일 해도 평생 밥줄 걱정을 놓고 살 수 없는 노동자들
그렇게 밥줄 걱정 하다 죽어간 스물 세명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스물 네 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함께 살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곡기를 끊어 피 말리는 단식투쟁을 이어갔던 노동자들,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영하의 추위와 고압의 전류가 목숨을 위협하는 송전탑 위에서,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그리고 여기, 싯가 20억이 넘는 당신의 ‘저택’앞에서 50일 넘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과 이마를 맞대고
20만 번 가까운 절을 하며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외치는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에
당신이 귀를 기울였더라면, 눈길을 줬더라면,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다만 독재자의 딸이라고,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당신이 대통령 선거를 출마하며 내걸었던 ‘국민이 행복해 지는 나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봤습니다. 그동안 부당하게 누려왔던 모든 권세를 내려놓고 정말 ‘국민의 편’ 에 서는 당신의 변화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민생을 모르면서 서민을 이야기 하고, 노동을 무시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 하는 당신을 보며,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과거를 털어내지 못하면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당신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덜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님,
이제 당신을 후보라 부를 날도 하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내일 밤이 지나면 18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저희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57일간, 그리고 지난 6년간 외쳐왔던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절규, 가슴깊이 새겨주십시오. 그리고 국민이 진짜 행복한 나라는, 노동자들이 밥줄 걱정 안하는 나라, 목숨까지 쥐고 흔드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든 절대로 잊지 말아주십시오. 어둡고 아팠던 과거와의 화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독재’라는 유산을 당신이 가장 깨끗하게 청산하는 일은 유명인들의 입을 빌려 몇 마디 대꾸하고 마는 것이 아닌,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말뿐만이 아니라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 즉 불법으로 취득한 모든 것들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갖고 있는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해 억울한 사람, 서러운 사람,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난 10월 23일부터 시작한 3000배 투쟁을 마무리 하고 저희도 당신의 ‘저택’앞을 떠납니다. 그러나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저희의 호소, 그 투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고통과 시련이 눈 앞에 훤하게 보입니다. 어쩌면 하루 3000배씩 절을 올렸던 날 보다 괴로운 날들이 이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박 후보님도 57일간 오며가며 보셨겠지만,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찾아와 함께 고통을 나누던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조합원들. 거칠어진 제 손을 잡고 껴안아주며 기꺼이 체온을 나눠준 시민들, 혼자 고생하게 내버려둬서 미안하다며 떡이며 과일이며 따뜻한 차를 까치처럼 물어와 선물처럼 안겨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 노동자이자, 그리고 유권자입니다. 12월 19일 단 하루만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 아닌, 차별과 고통 없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해고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 그리고 국민들의 꿈이 ‘진짜’이뤄지는 나라를 향해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57일간의 3000배 투쟁을 마치며,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