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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06
S#1.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윤복 : 보시오. 이것이 그대를 품을 수 없는 연유요.
정향 : (눈물짓다 보면)
S#2. 계월옥 / 정향의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 밤
장벽수, 한종일, 신한평, 이인문 계단으로 올라서서 복도로 들어가고,
S#3.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윤복, 천천히 자기 고름으로 손 가져가는데...
S#4. 계월옥 / 정향의 방 앞 / 밤
홍도, 문고리 잡으려다 멈칫 하는데,...
장벽수, 한종일, 신한평, 이인문이 정향의 방 앞으로 온다.
장벽수 : 아이구, 이거, 단원 아닌가?
홍도 : (벽수 보고 놀라며) 별제 어르신!
장벽수 : 늦은 시각에 왠 일이신가? (홍도가 잡고 있는 문고리 보고) 그 안에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인가?
홍도 : ...
신한평 : (홍도에게 눈짓, 문쪽 보고, 손가락으로 문 가리키며, ‘있는가?’ 입모양)
홍도 : (끄덕 하고)
장벽수 :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그 자가 있는 모양이군. 단원. 저 안에 있는 것이 윤복이가 맞지?
신한평 : (찡그리며) 여보게, 이당,
장벽수 : 화원이 되고 3일간은,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하는 기간이 아닌가? 그 기간도 못 참아 기생집에 있으니..
저 아이는 왕실의 화사를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홍도 : 별제 어르신!
장벽수 : 열게.
신한평 : 여보게, 이당!
장벽수 : 왜, 못하겠는가? 내가 하지. (문 벌컥! 열면)
S#5.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속저고리 입은 정향(가체 내린 땋은머리 한)의 뒷모습 너머,
겹저고리의 바깥 저고리 고름을 풀고 있던 윤복(옷을 다 벗지 않아, 여자인 것을 보여주지 않았음!!)이 놀라며 옷 여미고,
정향도 얼른 저고리 꿰입는데..
장벽수 : (거 보란 듯 여유있게 웃으며) 아이쿠, (신한평 보며) 허! 가관이군!
신한평 : 저 아이는 그럴 리가.. (‘여자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 혼란스런 얼굴로 윤복 팔 잡아끌고) 나오너라!
윤복 : 아버지! 기다려 주십시오!
정향 : (신한평 말리며) 어르신!
신한평 : (정향 뿌리치고, 윤복 끌며) 어서 나오래도!
윤복 : 아버지! (정향 보며) 그런 것이 아닙니다..
홍도 : (정향 싸늘하게 보고 윤복의 풀어진 고름보며)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이냐!
윤복 : 스승님..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홍도 : 예서 무얼 하느냐 묻지 않느냐!!!
장벽수 : (빙글거리며) 남녀의 운우지정을, 물어 무엇하는가? (홍도 보며) 자네가 지켜보고 싶다던 것이 이것이었군?
허, 참, 기가차서!
윤복 : 별제 어르신! 금일이 마지막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여인입니다.
장벽수 : 글쎄, 바르지 못한 품성을 가진 자들이 늘 달고 사는 말 아닌가? ‘금번이 마지막’ 이라고. 그걸 어찌 믿는가?
윤복 : (신한평에게 끌려가며) 스승님!
정향 : (쩔쩔매는데)
계월 : (장죽 든 채 들어오며 호통) 뭣들 하는겝니까!!!
정향 : 어머니..
계월 : (정향을 자기 뒤로 감싸며, 벽수 향해) 다 큰 화공이 정분이 날 수도 있는 일이지, 오밤중에 메뚜기마냥 기방에 몰려와,
무슨 행패란 말입니까?
장벽수 : 어디서 언성을 높이는 것인가? 그럴 연유가 있어 온 것이지!
계월 : 어서 물러가십시오! 사나이 대장부 깜냥이 어찌 이것밖에 안된다 말입니까? 붓질하는 자들이 붓질은 않고
아닌 밤중에 버럭질이라니, 기가막혀서..
장벽수 : 지금 무어라 했소?
신한평 : (윤복 끌고 나가며) 어서 나오라는데!
윤복 : (손에 나비 노리개 쥐고, 정향 보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스승님!
계월 : 썩 나가시오!
장벽수 : 자네, 뒷방 퇴기가, 어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인가!
계월 : 몰랐습니까? 퇴기에겐 입이랑 돈, 두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얄밉게 곰방대 물고)
장벽수 : (때리지도 못하고.. 부르르 하는데)
홍도 : (윤복 향해, 화내며) 기생질에 빠진 놈 두둔할 사람, 여기 어딨네?! (끌며) 날래 나오라!
윤복 : (뿌리치며) 놓으십시오!
정향 : (동시) 기다리십시오!
벽수, 계월, 한평, 윤복, 홍도 : (정향 보면)
정향 : (은장도 노리개 빼들고 결연하게 서 있다)
계월 :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어서 내리거라!
정향 : (은장도 꼭 빼든 채, 윤복 앞으로 와) 화공.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땋은 머리카락 끝을 잡고 잘라서 윤복에게 내밀면)
윤복 : (나비 노리개 내밀며) 다시 볼 수 있을 것이오.
정향 : (윤복에게 머리카락 건네주고, 나비 노리개 받아 꼭 쥐며) 이 년, 다시는 화공을 만날 수 없는 몸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곱게 절하면)
윤복 : (가슴 아프고)
정향 : (절하며 앉은 채) 이제.. 다 끝났습니다. 모두 가시지요. (고개 들면)
S#6. 신한평의 집 / 광 밖 / 밤
윤복 광속으로 휙 던져지고, 문 닫힌다.
윤복 : (광 문 두드리며) 아버지!!
신한평(소리) : 장차 어진화사를 수행하고 자비대령화원이 되어야 할 놈이 기껏 기생질이라니!! 그러고도 할 말이 있단 말이냐?
S#7. 신한평의 집 / 광 밖 / 밤
신한평, 광 밖에 서 있고, 옆에는 머슴이 서있다.
신한평 : (안쪽 향해) 네 진정 단청소에서 고생하는 네 형을 조금치도 생각지 않겠단 말이냐!!
윤복(소리) : 아버지,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열어주십시오!
신한평 : 시끄럽다! (머슴에게) 단단히 지키거라.
머슴 : 예. 어르신.
윤복(소리) : 아버지!!
S#8. 신한평의 집 / 광 / 밤
윤복, 벽에 스르르 기대앉으며, 소매에서 정향의 머리칼을 꺼내 광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에 비춰보면,..
‘짝!’ 따귀소리 들리고,
S#9. 계월옥 / 정향의 방 / 밤
따귀 맞은 정향, 볼 한 손으로 감싼 채 서 있고..
계월이가 죽일 듯이 노려본다.
계월 : 넌 이미 행수 어르신의 몸이다. (윤복이 준 나비노리개 흔들며) 어딜 함부로 남자를 들여?!
정향 : 어머니. 그것은 제 생명줄입니다. (눈물 한 줄기 흐르면)
계월 : (정향 노려보다가, 나가며) 귀신도 모르게 간직하거라. (노리개 툭 던지고 가고)
정향 : (나비 노리개 주워들고 만지면)
S#10. 신한평의 집/ 대문 앞 / 밤
대문을 두드리는 홍도,
홍도 : (문을 두드리며) 어르신...! 어르신! 문좀 열어 주십시요! (아무 기척 이 없다) 윤복아! 윤복아!
홍도, 문 두드리는 것 멈추고, 자리를 뜨지 못하는데, 불쑥 화가 치민다.
홍도 : (대문 확 돌아보며) 네, 이녀석을 진짜!
S#11. 조영승의 집 / 사랑채 / 밤
화선지를 놓고 난을 치고 있는 조영승, 그 앞으로 장벽수 앉아 있다.
장벽수 : 어느때 보다 심신을 깨끗이 해야 할 이때, 기방 출입이라니요, 신성한 도화서를 모독하는 것이옵니다.
조영승 : (난을 치며) 갓 화원이 된 아이가, 철이 없었구먼. 쯔쯔.
장벽수 : 스승이란 자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조영승 : 쯔쯔...
장벽수 : (조심스럽게) 이 사실을 조정에 알린다면, 이참에 단원 그 자를 내칠수 있을 것이옵니다.
조영승 : 어림 없는 소릴세. 누구보다 주상의 총애를 받고 있는 단원을 그깟일로 내몰수 있다 생각하는가?
장벽수 : ....
조영승 : 덫을 놓으려거든 제대로 된 길목을 찾아야지. 안그런가?
장벽수 : 예...
S#11. 신한평의 집 / 헛간 밖 / 밤
머슴, 광 문에 기대 꾸벅꾸벅 졸다가, 바스락! 소리에 고개 돌려보면.. 아무것도 없다.
머슴, 한숨 쉬며 고개 돌리는데.. 머슴의 목에 겨눠진 칼.
머슴 벌벌 떨면, 얼굴에 복면 한 수하, 머슴을 본다.
수하 : 열거라.
S#12. 신한평의 집 / 헛간 / 밤
윤복 웅크리고 있는데, 문 끼익- 열린다.
윤복, 문쪽 보면.. 사람의 형체 보이고,
수하(소리/ 실루엣 위로) : 어서 나오시지요 화공. 화사를 하러 가셔야지요.
윤복 : (수하 보고)
S#13. 길 / 밤
윤복, 수하의 등에 매달려 말 타고 길 지난다. 그 위로,
윤복(소리) : 누구신데 은밀한 화사를 아십니까?
수하(소리) :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그 분께서 몹시 기다리시는 화사입니다.
S#14. 신한평의 집 / 광 / 밤
머슴,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신한평, 광문 벌렁 열린 텅빈 광 보고,
머슴 : 정말 주, 주, 죽이려고 했다니까요? 어르신!
신한평 : (찡그리며) 뭐하느냐! 어서 윤복일 찾지 않고!
홍국영(소리) : 찾을 필요 없네.
신한평 : (돌아보면, 어둠 속에 홍국영 서 있고) 뉘신데 오밤중에 행차시오?
홍국영 : (어둠 속에서 슥 나오며) 도승지를 맡고 있는 덕로(주 : 홍국영의 호)라 하네.
신한평 : 도, 도, 도, 도, 도승지 어른!!!! (얼른 머리 조아리고 인사하면)
머슴 : (홍국영 슥 보고)
홍국영 : 이리 오게.
신한평 : (고개 숙인 채 옆으로 조금 가면)
홍국영 : 더.
신한평 : (조금 옆으로 가고)
홍국영 : (신한평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면)
신한평 : (머슴에게 ‘저리 가라’ 손짓하며 듣다가 깜짝 놀라며, 작게) 그러니까, 주상전하께서?
홍국영 : (끄덕이고)
신한평 : 직접?.... 말씀이십니까? (웃음이 번지는데)
홍국영 : (끄덕이고, 은밀히) 중요한 일이니 절대로 발설하면 안되네. 알겠는가?
신한평 : (좋아 끄덕이고)
S#15. 서징의 집 / 작업실 / 밤
홍도, 붓 들고 [주막] 속 사람들 종이에 그려 넣다가 멈춘다.
insert : 5부, 새 그림 위에 새장 그려 넣는 윤복 위로.
윤복(소리) : 이렇게 새장을 그려 넣으면, 그저 새였던 이 새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도, 사람만 그려진 [주막] 그림 보다가 붓 들어 초가지붕과 기둥을 그린다.
그림이 완성되어 지는 편집 화면, 다 완성된 그림, 김홍도의 [주막] 보인다.
홍도, 자기가 그린 자리 옆, 비어있는 자리 본다.
(insert : 빈 자리에, 그림 그리는 윤복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지면)
붓을 내려 놓는 홍도, 이때, 밖에서 말소리 들린다.
고개 돌리는 홍도.
S#16. 서징의 집 / 밤
홍도 밖으로 나오면, 윤복이 마당에 있고, 수하는 말 탄 채,
수하 : (말 돌리며) 익일 해뜨기 전까지입니다! (말 타고 사라지면)
윤복 : (홍도 쪽으로 오면)
홍도 : 네 놈은 대체 뭘 하는 놈이냐?
윤복 : 죄송합니다 스승님.
홍도 : 주상전하께서 내리신 명이다. 그런데 기껏 한다는 것이 기생질이냐? 거기 가서,
(insert : 계월옥, 옷을 황급히 여미는 윤복의 모습)
홍도 : 거기 가서, 계집질 하느라 함부로 망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윤복 : 익일이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여인입니다..
홍도 : 듣기 싫다! 그깟 계집이 뭐라고, 이 한심해 빠진 놈!
윤복 : ..저한테는 누구보다 소중한 여인입니다.
홍도 : 이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윤복 : (자르고, 들어가려 하며) 그리겠습니다. 그리면 될 것 아닙니까?
홍도 : (윤복 돌려세우며)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그리면 되? 그리면 되니까 입 다물라 이 말이냐?
윤복 : (홍도 보며) 예! 익일까지 그려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입니까?
홍도 : 이 놈, 어디서 큰 소리냐? 네가 지금 잘 했다는 것이냐? 기생질에 빠져 옷까지 벗어 제끼고, 그 짓을 하다가 잡혀온 주제에?
윤복 : (울컥) 그 짓? 그 짓이요? 왜, 스승님은 한 번도 기생을 품어본 적 없습니까? 남정네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무얼 그리
화를 내십니까? 예? 그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아- 혹시, 지금 질시하시는 겁니까? 장안 최고의 기생을 품었다고? 예?
홍도 : 뭐? 질시? 이 자식이! (윤복의 뺨 날리고)
윤복 : (울컥) 왜 때리십니까! 대체 스승님이 뭐 길래 저한테 이러시는 겁니까, 예?!
홍도 : 그래, 너 같은 놈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상관 않을 테니, 어디 한번 맘대로 살아 보거라! 네 놈이 화공이 되건 개차반이 되건
상관치 않을테니!! (가려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고)
S#17.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홍도, 작업장 안으로 들어와 [주막] 그림 거칠게 들고 나온다.
S#18. 서징의 집 / 밤
윤복, 외면하고 섰는데, 문 벌컥 열리고 작업장에서 홍도가 나온다.
윤복 홍도 보면,
홍도 : 어디 맘대로 해 보거라! (가면)
윤복 : (홍도 보고)
S#19.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문 벌컥 열리고, 홍도 들어와 화구통 던지듯 놓고 바닥에 앉는다.
S#20.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홍도가 준비해 놓은 종이 앞에 앉아있는 윤복. 곱게 갈아놓은 먹이며, 정갈하게 준비된 붓 자루들 보는데...
S#21. 다리 아래 / 낮
홍도, 화구통 들고 서서 해시계 보는데, 윤복이 앞에 와서 선다.
홍도 안 보고 고개 돌린 채 선 윤복.
홍도 : 그림은 그렸느냐?
윤복 : (끄덕이며 어깨에 맨 화구통 보이고)
홍도 : 대충 아무것이나 찌끄려댄 것은 아니지?
윤복 : (외면하고) 늦겠습니다.
홍도 : 가자.
냉랭한 두 사람 지나가면,
S#22. 타이틀
붓으로 쓰여지는 글씨, [바람의 화원] 六畵
내관(소리) : 화사 김홍도 신윤복 입시오.
S#23. 정조의 개인 처소 / 낮
정조, 앞에는 검은 상자(야명주가 든) 놓여있고,
홍도와 윤복, 정조 앞에 엎드려 있다. 홍도와 윤복 옆에는 화구통이 놓여있고..
정조, 홍도와 윤복을 본다.
정조 : (검은 상자에 손 얹으며) 이 속에는 야명주가 들어있다. 이것은 밝은 곳에서 보면 흔한 돌들과 다름이 없으나,
어두운 곳에서는 낮처럼 기이한 빛을 내는 영묘한 돌이다. 이는.. 두 화공이 그림으로 세상을 비추라는 뜻이다.
(야명주 상자 열고 홍도, 윤복쪽으로 돌리면)
정조(소리) : (야명주 보는 홍도와 윤복 위로) 승부가 나면 이긴 자에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과인에게,
이 야명주가 옮겨다닐 것이다.
홍도, 윤복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조 : 두 사람은 그림을 가지고 오라.
홍도, 윤복 : (화구통 정조 앞에 가지고 가, 돌돌 말린 그림 꺼내 책상에 올려놓고 물러나면)
정조 : 감동을 시작하겠다. (홍도의 그림 펼치면)
화면 가득 보이는 김홍도의 [주막] 풍경. 그림이 펼쳐짐에 따라 왁자한 주막 소리 살아나면,
정조, 그림 내려놓는다.
윤복, 홍도의 [주막] 그림 속에 지붕이며 기둥이 그려진 것 본다.
윤복(소리) : (주막 그림 보며 놀라는 윤복의 눈 보이며) 과연 스승님이다.. 어린 제자가 한 말을 새겨듣고
그림 속에 배경을 그려 넣어 자기 것으로 만드셨다니..
정조 : 잘 해 주었군.
홍도 : 감사합니다.
정조 : 이제 어린 화공의 그림을 보겠다.
정조, 윤복의 그림 펼치면,
홍도, 바짝 긴장하고 그림 너머로 보이는 정조의 표정 살핀다.
정조, 진지하게 그림 보더니 내려놓는데.. 신윤복의 [주사거배] 그림 보인다.
그 그림 보는 홍도의 모습,
홍도(소리) : (신윤복의 [주사거배], 그리고 고개숙인 윤복의 얼굴 위로) 짧은 시간에 저렇게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려내다니..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하는군. 꼭 보았던 그대로다!
정조 : 잘 해 주었다.
윤복 : 감사합니다.
정조 : (그림 둘 다 놓고 홍도와 윤복 보며) 어찌 주막의 풍경을 그릴 생각을 하였느냐?
윤복 : 달리 본 것이 없이 해가, (‘져서 그것을 그렸습니다’)
홍도 : (자르며) 예. 도성의 필부필부가 모두 스쳐가는 곳이니, 어린 화공과 저에게는 익숙하나,
전하께는 생소한 풍경일 듯 하여 그리 하였습니다.
윤복 : (입 쩍 벌리고 홍도 보면)
홍도 : (모른 척, 경건한 얼굴 하고 있고)
정조 : 일찍이 겸재(주 : 겸재 정선)가 이뤄낸 진경산수가, 풍경에서 조선의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하면, 두 화공의 속화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조선의 옷, 조선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니, 가히 ‘진경 인물’이라 할 만 하다. 잘 해 내었다.
홍도, 윤복 : 감사합니다.
정조 : (홍도 윤복 보고 미소짓다가) 이제 승부를 가려 볼까...
홍도, 윤복 : (긴장해 정조 보고)
정조 : (홍도와 윤복 그림보며) 두 그림 모두 생동하는 느낌을 잘살렸으므로 일 ‘통’, 단원의 그림 속에서는 (주모의 국자 가리키며)
국자, (곰방대 문 남자의 주머니에 든 손 가리키며) 쌈지, (갓 쓴 남자의 숟가락 가리키며) 국그릇, (어린 아이의 벌린 입
가리키며) 아이의 입. 이렇게 네 군데서 각자 내야 할 소리를 표현하였으니, 단원은 음률을 아는 자로다.
그림 속의 뚝딱뚝딱 소리가 살아있어 가히 볼만하니 단원에게 또 일 통.
홍도 : (고개 숙이며) 망극하옵니다.
정조 : 또, 윤복의 그림 속에 적절히 배치된 붉은 색과 푸른 색이 중심을 잡아주니, 이는 붉을 단, 푸를 청, 즉 ‘단청’이 모든 색을
대표하듯 첫 대결의 색조로 모자람이 없는 선택이다. 하여, 색의 조화로 그림 속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재주를 높이 사,
윤복의 그림에 일 통.
윤복 : (밝아지며) 망극하옵니다. 꼭 그런 의미이옵니다.
정조 : 이렇게 이 통씩을 받아 무승부니 어찌한다... 이번에 야명주는 과인에게 머물 것인가..
(하다가, 윤복의 그림 보는 얼굴 점점 심각해 지더니) 금번은 윤복에게 야명주가 주어지겠군.
윤복 : 연유가 무엇입니까?
정조 : 이것 때문이다. (그림 속의 꽃을 가리키는 정조)
윤복, 홍도 : (모르겠다는 얼굴인데)
정조 : (윤복의 그림 보며) 잘 해 내었다. 어린 화공.
S#24. 길 / 낮
(둘 다 화원복 입었음) 윤복과 홍도, 화구통 하나씩 매고 어색하게 걷고 있다.
윤복, 검정색 야명주 통 안고 걸어가는데,
홍도 : 언제 그렇게 그렸느냐?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
윤복 : (땅 보고 걸으며) 그깟 그림 그리는데 뭐 시간이 필요합니까.
홍도 : 어린놈이 방종하긴? (야명주 통보며) 어디, 한번 보자. 뭐가 그렇게 대단한 돌인지? (야명주 통 열어 야명주 꺼내 들어보고)
이게 진짜 빛이 나긴 난다는 거디?
윤복 : (고개 숙인 채, 심드렁) 어두운 곳에서 봐야 보인다지 않습니까?
홍도 : (야명주 넣어서 윤복 주며) 그렇디? (윤복 보다가, 어제 때린 뺨 보고) 괜찮으냐?
윤복 : 괜찮지 않습니다..
홍도 : (미안해, 윤복 보며) 많이.. 아프냐?
윤복 : (정향 생각) ...예.. 아픕니다..
홍도 : 사내놈이 뺨 한 번 맞은 걸로 무슨 엄살이 그리 심하냐?
윤복 : (서서)
홍도 : (서서, 윤복 보면)
윤복 : 금일입니다. 정향이와 전주의.. 첫날밤이.
홍도 : 가자. 내, 그 대단한 기생년 얘기 좀 듣게.
S#25. 주막 / 밤
주모, 술병 가지고 지나가면, 주막 한 쪽에 앉아있는 홍도와 윤복 보인다.
윤복, 말없이 거푸 술을 들이키면, 홍도, 술을 따라준다.
홍도 : 네가 몇 살이지?
윤복 : 열 여덟입니다.
홍도 : 어린 놈이 무슨 정분이 그리 깊다고, 짧은 인연을 잊지 못해 전전긍긍이냐? 대체 그 기생이 너한테 무엇이더냐?
윤복 :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스승님. (홍도 보면)
홍도 : (술 잔 채워주며) 아무 말 말고 마시거라. 그래, 그 기생은 어찌 만나게 된 것이냐?
윤복 : (홍도 보다가 잔 비우고 어딘가 보면) 처음엔 그저 눙짓거리였습니다.
(insert : 포목점. 정향의 옷감을 밟고 숨었던 윤복과, 천 잡아 당기는 정향의 모습)
S#26. 조년의 집 / 광 / 밤
꽃잎 띄워져 있는 탕 속에 들어가는 정향의 다리.
정향, 물 속에서 가만 한 곳 보며, 마치 윤복과 대화하듯. (옆에서 막년이 씻겨준다.)
정향(소리) : 허나, 곧 화공의 마음을 보게 되었지요.
(insert : 2부, 생도들 속에서 홀로 가야금 켜는 정향을 바라보는 윤복과, 윤복 보며 미소짓는 정향)
S#27. 주막 / 밤
윤복, 술잔 들고, 홍도, 술 더 시키는 위로,
윤복 : 아플 때, 자기 일처럼 눈물을 흘려주었습니다.
(insert : 3부, 윤복의 피투성이 손 잡고 눈물 흘리는 정향)
S#28. 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밤
곱게 단장하는 정향. 그 위로,
정향(소리) : 그리고, 이년의 모든 것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insert : 4부, 옷을 벗고 교감하는 정향과 윤복의 모습)
S#29. 주막 / 밤
술에 취해 상에 기대서 술병 목 잡고 있는 윤복.
홍도, 윤복을 걱정스레 보는 위로,
윤복 : (눈물 그렁해 홍도 보며, 이 순간은 여자인 윤복의 진심이다) 잃어버린 저를 볼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제가 보였습니다... 누구보다 소중했습니다...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물 툭 떨구면)
홍도 : (그 모습에 굳으며)
S#30. 조년의 집 / 사랑채 / 밤
촛불이 밝혀진 방. 깨끗한 이불 펼쳐져 있고,
조년, 정향의 겉저고리 조심스레 벗기면, 이불 위에 눕는 정향, 그 위로,
정향(소리) : 허나 이제 모두 지난 일. 이 년, 이제 물건이 되겠습니다. 화공.
조년, 초를 훅! 끄고.
S#31. 주막 / 밤
술상에 엎드려, 머리 겨우 고이고,
윤복 : 아니오. 그대는 누구보다 소중하오...
홍도 : (윤복이 헛소리하는 것으로 보고) 이제 그만 가자. 많이 취했다.
윤복 : (고개 상 위에 툭! 떨구고) 누구보다..
홍도 : (곤란해 윤복 보고)
S#32. 조년의 집 / 밤
어두운 방.
정향, 눈을 감고 있고, 조년, 누운 정향을 안다가 고개를 든다.
조년 : 날 경멸 하느냐...?
정향 : (눈 뜨고, 조년 보며) 측은함이 더 크겠지요.
조년 : (정향 보다가) 정인이 있느냐?
정향 : .........
조년 : (몸 일으켜 앉으며) 너의 마음을 얻겠다. 그 후에, 너의 몸도 얻겠다. (이불 덮어주고 나가면)
정향 : (누운 채, 눈물 흐르고) 화공...
S#33. 주막 / 방 / 밤
술에 떡이 된 윤복을 업고 들어오는 홍도.
바닥에 털썩 내려놓고 보면, 널부러진 윤복.
홍도 : 가지가지 하는군.
윤복 : (답답한지 가슴을 집어뜯으려 하면)
홍도 : (윤복의 버선 벗겨주고 모자도 벗겨주면, 해사한 얼굴 보이고..윤복의 얼굴 보다가) 무슨 사내놈이 이렇게 계집애처럼,
(하다가 화원복 벗겨주려 고름쪽으로 손 가는데)
윤복 : (홍도의 손을 척! 잡는다)
홍도 : (놀라 보고, 빼려 하면)
윤복 : (홍도의 손 꼭 잡으며) 가지 마시오...
홍도 : 가지 말긴 이 놈이.. (하며 손 빼려 하면)
윤복 : (홍도의 손 꼭 쥐고) 가지 마시오..
하며 홍도 쪽으로 돌아 누우면,
윤복 옆에 놓인 야명주 통이 툭, 밀려 열리며 안에서 야명주 또르르- 굴러 내리는데..
야명주, 은은한 빛을 내며 윤복 얼굴 옆에서 빛 밝히고..
홍도, 야명주 빛에 비친 윤복의 얼굴 본다. 은은한 빛에 비쳐 한층 고와 보이는데..
홍도, 윤복에게 손 잡힌 채 혼란스러워 윤복 보는데, 윤복의 눈에서 눈물 흘러 내린다.
홍도, 천천히 엄지손가락 가져가 눈물 닦아주며, 눈물 따라 윤복의 볼을 만지고, 붉은 입술 근처에서 멈추는데...
(insert : 3부, 계곡에서 여장을 하고 그림 그리던 윤복의 얼굴)
홍도, 손가락 떨리며, 윤복의 입술 손가락으로 만지는데....
윤복이 한숨을 쉬며 잠결에 부스스 눈 뜨고 홍도 보면, 홍도, 놀라 굳고,
윤복은 잠결인 듯 눈 감고 돌아눕는다.
긴장 풀려 뒤로 털썩, 주저앉으며 돌아누운 윤복의 뒷모습 보는 홍도.
새소리 들리고,
막년(소리) : 이리 나와 보십시오!
S#34. 김조년의 집 / 별당 / 낮
정향 나가면, 별당 앞에 고운 새장이 매달려있고, 안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들어있다.
새장문 활짝 열려 있고, 새 울음 소리 들린다.
막년 : (새장 보는 정향에게) 편지도 있습니다.
정향 : 편지? (편지 펼치면)
조년(소리) : 새가 우는 이유는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정향 : (활짝 열려 있는 새장문을 본다) ...
S#3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김조년, 사랑채에서 바깥 풍경 보고 뒷짐지고 있는데, 설청이 옆에 온다.
조년 : 별당을 잘 지키거라. 바깥 사람들이 침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
설청 : (조년을 보는, 한템포 쉬고) 그리 하겠습니다.
조년 : 물건으로 치자면 값을 매길수 없을만큼 진귀한 것이다. 아직 온전히 내 것은 아니다만.
설청 : ...
조년 : 사내는 말이다,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할때가 반드시 온다. 짐승이 되더라도 그 싸움에선 꼭 이겨야 한다.
(별당쪽 보는, 혼잣말 처럼) 그때까진 고이 지켜줄 것이다.
S#36. 주막 / 방 / 낮
윤복, 머리 잡고 부스스 일어나 주변 둘러보는데.. 갑자기 제대로 앉으며,
윤복 : 단원 선생님!
S#37.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낮
홍도, 화원복을 챙겨 입는데,
(insert : 주막, 잠들어 있는 윤복의 붉은 입술)
홍도 : 것 참,
이인문 : (방문 발칵 열며) 아직 멀었는가?
홍도 : (뜨끔) 나가네, 지금 나가.
S#38. 이인문의 집 / 낮
문 열리고, 홍도 나온다.
홍도, 툇마루에 앉아 신발 신으면,
정숙 : (세책한 책 들고 들어오며) 어휴, 끔찍해! (홍도 보자 얼른 새침해지며) 오라버니-
이인문 : 아침부터 뭐가 그리 끔찍하냐?
정숙 : (평상에 책 놓으며) 글쎄, 단오절에 왔던 남사당패 있잖아요? 거기 꼭두쇠(주 : 남사당패의 우두머리)가 양반네한테
돈을 받고 삐리(주 : 남사당패 초입자. 주로 여자 역을 맡은 미소년)를 하룻밤 뒷방애기로 들였다가 들켰다지 뭡니까?
홍도 : 뒷방 애기?
정숙 : 예. 남정네들끼리, 그렇고 그런, 그거 말입니다!
홍도 : 그래, 어찌 되었다 하더냐?
정숙 : 예, 그래, 포청에서 곤장을 흠씬 맞고 앉은뱅이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정숙(소리) : (근심하는 홍도의 얼굴 위로) 오라버니, 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뻘 되는 자가, 아들뻘 되는 어린 남자애를, 품고 싶을 까요?
이인문 : 남자를? 남자가? (말도 안된다는 듯 웃으면)
정숙 : 그죠? (진저리치며) 으으- 끔찍해. (명랑하게 물 주며) 드셔요.
홍도 : 앉은뱅이가 되었다고?
정숙 : (옆에 앉으며) 조선에서 남색을 밝히면 말입니다, ‘계간질’이라 하여 약하게는 곤장, 심하면 교수형까지 당한다 합니다.
S#39. 도화서로 가는 길 / 낮
홍도와 인문 도화서로 걸어가는데, 생각에 잠긴 홍도 위로,
정숙(소리) : 남정네들끼리, 그렇고 그런, 그거 말입니다!
(insert : 4부, 군선도를 함께 그리다 보는 윤복의 모습,
6부, 주막 방에서 술마시고 잠든 윤복의 얼굴)
홍도 : (고민하는데)
이인문 : (홍도 보고) 자네, 무슨 일이 있는가? 윤이가 걱정되어 그런가? 너무 심려 말게. 살아있다면 찾게 되겠지.
홍도 : 그래, 그래야지.
윤복(소리) : 스승님!
S#40. 도화서 / 홍도의 방 / 낮
홍도, 방으로 들어서다 서 있고, 윤복이 반가운 얼굴로 서 있다.
홍도, 방으로 들어서서 책상 위 종이들 뒤적이고, 물감 만지고 하는데 윤복이 따라붙는다,
윤복 : 저...스승님.. 어젯밤에...
홍도 : (분주하게 그림 준비하며) 어젯밤에 뭐?
윤복 : 죄송합니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요?
홍도 : (붓 만지며 옆으로 가고) 됐다. 가 보거라.
윤복 : (따라와서 코앞에 얼굴 들이밀고) 제가 무슨 실수를 한 것입니까? 예?
홍도 : (윤복 보다가 옆으로 가며) 아무 일도 없었다.
윤복 : 스승님. 제가 어찌했건, 죄송합니다.
홍도 :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쉰소리 말고 가서 일 보거라.
윤복 : 스승님,
윤복(소리) : (유독 윤복의 입술만 도드라져 보이는 홍도의 시선 위로) 말씀해 주십시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리 화가 나셨습니까?
홍도 : (얼른 고개 돌리며) 아무 일 없었으니 괴념치 말고, 주상전하께서 하명하실 때 까지 도화서 일을 보고 있거라.
다른 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윤복 : (다행이다-싶어 긴장 풀려 웃으며) 예 스승님. (인사하고 나가면)
홍도 : (윤복 간 쪽 보고) 허.. 대체...
S#41. 도화서 / 홍도의 방 앞 복도 / 낮
윤복, 홍도의 방에서 나와 기분 좋게 가면,
복도 한 쪽에서 고봉과 술태가 벼루 들고 나타난다. 뒤로 만보도 오고,
고봉 : 단원 선생님이랑 윤복이, 요즘 너무 붙어 다니는 것 같지 않냐?
술태 : 유유상종이라, 둘 다 도화서에서 내논 별종 아니냐?
만보 : 별종이건 망종이건, 화원 아니냐? 어서 가서 정진해서, 내년엔 저 화원모 한 번 써보자. (가며) 가자.
고봉 : (가다가 홍도 방 쪽 한 번 더 보고) 대체 둘이 뭘 하고 다니는 거지?
S#42. 시강장 전경 / 낮
시강장으로 들어가는 대신 두 명 보인다. 그 위로,
대신(소리) : 아니, 주상전하께선 도대체 무슨 맘으로 속화를 가지고 시강을 하시겠다는 것인가?
S#43. 시강장 / 낮
시강장 안에 둘러앉은 대신들. 그 중 조영승, 김귀주도 보이고, 홍국영은 정조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다.
대신들, 똥 씹은 표정으로 홍도와 윤복의 그림을 돌려보고 내려놓으면,
정조 : 다 보았는가?
대신들 : 예-
정조 : 허면, 이 그림을 보여준 연유를 유추해 보라.
홍국영 : (사람들 둘러보고)
조영승, 김귀주 : (서로 보면)
조영승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 마음을 갈고닦고 정사를 논해야 할 시강장에 어찌 속화를 가지고 오셨는지요?
정조 : 우상께서 말하였듯, 마음을 갈고닦고 정사를 논하려는 것이오. 우상부터 말해 보시오. 그림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조영승 : 예 전하. 두 그림 모두 백성들의 삶을 그렸습니다. (홍도 그림 가리키며) 이 그림 속의 사람들은 행색이 궁핍해 보이나
모두 웃고 있는 데 반해, (윤복의 그림 가리키며) 이 그림 속의 사람들은 행색은 좋으나, 모두 찡그리고 있사옵니다.
정조 : 과연 우상의 눈은 맵군. 허면, 그 연유가 무엇인가?
조영승 : (‘뭘 이런걸 묻나’찡그렸다가) 예 전하. 그것은 화공의 성정의 차이가 아닌지요. (홍도 그림) 좌측의 그림은 화공의 성정이
밝고 화통할 것이며, (윤복 그림) 우측의 그림을 그린 자는 성정이 어둡고 음습하여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조 : 내, 겨우 그 정도 사견을 듣고자 정사를 논하는 시강장에 이 그림을 가져왔다 생각하는가? (대신보며) 그림 속의 꽃을 보라!
(대신들, 윤복의 그림 속 꽃 보면) 이 꽃은 해가 떠 있는 한낮에 피어, 해가 지면 져버리는 꽃이다. 꽃이 활짝 피어있는데,
나라의 녹을 받는 액정서 별감과 금부나장이, 고관으로 보이는 양반네들과 낮술을 먹는 풍경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을 보는 화공의 마음이 찡그려진 것이고, 또한 그것이! 그 그림속 사람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한 것이다. 그리고!
대신들 : (긴장해 정조 보면)
정조 : 이는 과인의 마음과 같다. 지금 당장 나라의 녹을 먹으며 제 값을 못하는 이탈자들을 찾아내어라!!!
대신들 : (머리 조아리며) 전하- 분부 받잡겠습니다-
금군(소리) : 어명이오! 도성 내에 모든 부처는 관리들의 행적을 한 치의 거짓 없이 고해 올리도록 하라!
S#44. 궐 곳곳 / 낮 / 몽타주
1. 의금부/ 낮 / 관리들,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2. 궐 일각/ 낮 / 금군들, 궐 일각으로 들어가고,
금군들 몰려간 쪽을 보는 홍도, ‘뭔일 났나’ 싶은 얼굴로 갸우뚱.
3. 궐 일각 / 입구 / 낮 / 관복을 입은 관리, 모자를 챙겨쓰며 부리나케 궐로 들어오고,
이 모습 바라보는 윤복, ‘뭔일인가’ 싶은 얼굴로 눈 동글.
4. 기생집 / 낮/ 죽 늘어선 방 문이 벌컥 벌컥 열리고, 갓도 제대로 쓰지 못한 관리들이 신발 들고 달리고,
기생집 앞을 지나던 홍도와 윤복, 대문에서 맨발로 뛰어 나오는 관리들 본다.
둘이 눈 맞추며 ‘이건 또 뭔일?’ 하는 의아한 표정.
S#45. 연못가 누각 / 낮
연못이 있는 누각 위.
고급스런 갓 쓴 벽파 대신들 모여 앉아 있다. 조영승과 김귀주도 앉아있다.
조영승, 상석에 앉아 부채질하고 있고,
김귀주 : 아니, 천하디 천한 화공의 손끝에 이 나라 조정이 놀아나다니,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립니까?
벽파1 : 암요. 선왕께서 보셨다면 피눈물을 흘릴 일입니다.
벽파2 : 그렇구말구요. 속화로 시강을 하다니,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김귀주 : 대체 주상전하의 저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벽파1 : 무엇은 무엇입니까? 이번 일로 우루루 잘려나간 자들이 다들 우리 우암(주 : 우암 송시열. 벽파의 큰 스승) 선생님 제자들
아닙니까? 죄인의 아들이 왕이 되더니, 아비의 앙갚음을 하려는 것 아닙니까?
벽파2 :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까? 그렇다면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그 표적이 될 자들 아닙니까? (둘러보면)
조영승 : 그저 행실이 불량한 자들을 솎아낸 것 뿐이니, 아직 그렇게 부화뇌동할 때가 아니네. 왜 그리들 언사가 헐렁한가!
일동 : (흠흠- 헛기침 하면)
조영승 : 어찌되었건, 이번 일로 인해 관직에서 물려진 자들이 많으니, 더 이상 빈 틈을 보여서는 아니되네.
다들 행실을 단단히 하고, 주상전하께 책잡힐 일일랑 만들지 말도록 하게. 알겠는가?
일동 : 예. / 그리 하겠습니다.
S#46. 양반가 / 길 / 낮
(두루마기 입은) 홍도 보이고, 윤복이 그 뒤를 따른다.
홍도 : 네말대로 북촌(주 : 양반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오긴했다만, 이렇게 담장이 높으니, 이속에 숨겨진 사람들을 어찌보겠느냐?
주상전하께 올리기에 적합지 않은 것이 아니냐?
윤복 : (둘러보고 걸으며) 지난번 주막 그림은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니, 금번에는 담장 속에 숨겨놓은 이야기를 보는 것도
재미나지 않겠습니까? 헌데, 스승님께선 어떤 그림을 그리셨습니까?
홍도 : 주상전하 앞에 가기 까지는 비밀이다. 이번에는 내, 야명주를 이 머리맡에 두고 자려고 한다. 잘 가지고 있겠지? 야명주는?
(윤복 보면)
윤복 : (멈춰서서 옆으로 난 골목길 보고 있다)
홍도 : (윤복 옆에서 보면)
머리끝까지 장옷을 뒤집어쓴채 주변 두리번거리며 걷는 여인 둘(조영승 처와 딸, 이하 ‘영승처’, ‘영승딸’) 지나는 옆모습이 보인다.
영승딸, 고개 돌리다 윤복과 눈 마주치자 얼른 고개 돌리고 걸음 재촉하는데,
윤복 : (홍도 보며) 저들을 그리겠습니다. 스승님.
홍도 : 연유가 무엇이냐?
윤복 : 비밀을 가득 안고 있지 않습니까? (영승처와 영승딸 따라가면)
홍도 : (윤복 따라가면)
S#47. 굿판 / 낮
초가지붕 덮인 얕은 집들 사이, 작은 집 마당에서 굿판이 벌어져 있다. (신윤복의 [무녀신무] 그림)
붉은 옷을 입은 무녀, 부채 들고 악공들 음악에 맞춰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쌀 한 움큼을 쥐어 자리에 앉은 영승딸에게 뿌리면,
영승딸, 임신한 배를 만지며 중얼거리고 손 비비는데...
S#48. 굿판 / 담장 옆 측간 속 / 낮
굿판이 보이는 곳, 담장 옆 측간 안에 꼭 붙어 있는 홍도와 윤복.
홍도, 코를 막고 괴로워하고, 윤복은 측간 밖으로 보이는 굿판 보며 식 웃는다.
홍도 : 저것은... 위험하다.
윤복 : 어째서 그렇습니까?
홍도 : (바깥 보며) 대갓댁 여인들이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행한 일이다.
저들이 숨기는 것을 드러내면, 저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윤복 : 하겠습니다. 그러니 더욱.
홍도 : (윤복의 어깨 잡으며) 왜 꼭! 저리도 위험한 그림을 그리려 하는 것이냐?
윤복 : 모르겠습니다. 그저.. 저 춤추는 여인을 화폭에 담고 싶을 뿐입니다.
홍도 : (윤복 보다가, 코 막으며) 나가자, 일단.
S#49. 다리 위 / 낮
붓 들고 흥얼거리며 가는 윤복과 윤복을 보며 가는 홍도 보이고.
정숙(소리/ 윤복 뒷모습 보는 홍도 위로) : 아버지뻘 되는 자가, 아들뻘 되는 어린 남자애를, 품고 싶을 까요?
홍도 : (심란한데)
윤복 : (휙 뒤 돌아) 스승님!
홍도 : (윤복 보다가 놀라며) 왜 그러느냐?
윤복 : 그 여인은 찾으셨습니까? 10년 전, 헤어진 그 여인 말입니다.
홍도 : 것 참, 상관하지 말래두!
윤복 : 왜요? 왜 모른 척 하십니까?
두 사람 지나가면, 따라가는 복면 보인다.
S#50. 조영승의 집 / 대청 / 낮
영승딸과 영승처, 조영승 집으로 들어서는데..
조영승 : 어딜 다녀오는 것인가? 삼가야 할 아녀자들이!
영승처 : 대감. 어찌 벌서 퇴청하였습니까?
조영승 : 금일은 업무가 과하여 일찍 들어왔네. 아녀자들이 어찌 집안에 있지 않고. 쯧쯧..
너는 산달도 다 된 것이 어찌 그리 총총거리고 다니는 것이냐?
영승딸 : (인사하고 들어가면)
영승처 : (조영승에게 오며) 벌써 딸만 셋을 낳았습니다. 이번에도 그것이 달린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저 아이는..소박을 맞을 지도..
조영승 : 후사를 잇지 못하면 소박을 맞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그것 또한 하늘에 달린 것을 어찌 아등거리는가?
영승처 : 영감은 어찌 그리 차가우십니까? 영감의 여식 아닙니까?
조영승 : 그래, 무얼 했는가? 아들 줄줄이 낳은 집 대청이라도 뜯어왔는가? 저번처럼 그 댁 흙이라도 달여멱일 참이란 말인가?
영승처 : 후사를 이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하겠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면)
조영승 : 저, 저!!
S#51. 냇가 / 서징의 집으로 가는 길 / 밤
달빛 비추는 밤.
홍도와 윤복, 징검다리가 놓인 냇가를 건너는데,
윤복 : (징검다리 건너며) 그 여인은 어찌 생겼습니까?
홍도 : (윤복보다 앞서 건너며)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윤복 : 그럴 리가 있습니까? (홍도 따라 겅충! 뛰며) 정숙이 누님보다 곱습니까?
홍도 : 그 놈 참! (하고 뒤도는데)
복면 : (윤복 뒤쪽, 나무 사이로 지켜보다가 홍도가 보자 얼른 숨고)
홍도 : 누구냐!
윤복 : (홍도가 선 징검다리에 같이 서서, 물에 빠지려 하자 홍도 잡고) 누가 있습니까?
복면 : (휙 사라지면)
홍도 : (코앞에 있는 윤복 보자 당황) 아니다. (휙 돌아서는데)
홍도, 발 미끄러지며 냇가에 빠지려 하고,
윤복이 홍도 잡아주려다가 두 사람 냇물에 풍덩! 빠지고!
S#5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밤
김조년, 장벽수와 앉아있고..
장벽수 : 단원은 아직 서징의 여식을 찾지 못한 것인가?
김조년 : 예.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 자취를 알 수가 없습니다.
장벽수 : 그래, 단원은 요즘 무얼 하고 다닌다는가?
김조년 : 단원은 근자에 어린 화공 한 명과 그림을 그린다 합니다.
장벽수 : 어린 화공이라... 어린 화공이라.... 그렇지, 윤복이를 말하는 것인가? 도화서 별종들끼리 유유상종, 아주 볼만하군 그래!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리고 다닐 때가 아닐텐데..
김조년 : 그만- 배포가 있으니, 단원이지요.
장벽수 : (기분나빠 헛기침하며) 혹 그 사이 다른 단서를 찾을 지도 모르니, 계속 경계하는 것이 좋겠군.
김조년 : 심려 놓으시지요. 수하를 하나 붙여 두었습니다.
S#53.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희미한 달빛 비추고,
조금 그려진 윤복의 그림([무녀신무] 중 무당 그려진)과 홍도의 그림([대장간]중 망치질하는 사람 그려진) 보이고,
그 그림 보는 복면 보인다.
막 그리다 나간 듯, 윤복과 홍도의 자리 비어 있다.
복면, 그림 속 ‘무당’ 보고 내려놓은 후 밖으로 나가면,
S#54. 서징의 집 / 부엌 / 밤
아궁이에 불 피워져 있고,
윤복, 젖은 옷 입은 채 재채기하고 있고, 홍도는 윗도리 벗어 들고 불 앞에 말리고 있다.
윤복, 재채기 하다가 홍도 보면,
홍도 : (자기 옷 만져보고 입으며) 진작에 말리고 시작할 것을. (윤복 보며) 벗어서 말리라잖느냐?
(윤복 등 만지고) 아직도 눅눅하군.
윤복 : 저는 괜찮습니다.
홍도 : 감기 걸리겠다. (고름 잡고) 벗으라니까?
윤복 : (고름 잡고) 아, 왜 자꾸 벗기려고 합니까?
홍도 : 버, 벗기긴! 이 놈이, 이상한 말을! (일어서며) 됐다. 감기 걸리건 말건 상관 없다.
윤복 : 어디 가십니까?
홍도 : 측간에 간다 이 놈아, 그것까지 다 말해야 하냐? (가면)
S#55. 서징의 집 / 방 / 밤
홍도, 서징의 방 장을 열면, 먼지 푹 날린다.
홍도, 헤집어진 장 뒤적이다가 낡은 이불가지 하나 꺼낸다.
S#56. 서징의 집 / 밖 / 밤
홍도, 이불을 털며 나오는데, 불빛 비쳐나오는 부엌 옆 벽에 붙어서 안 들여다보는 복면 보인다.
홍도,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간다.
S#57. 서징의 집 / 부엌 / 밤
윤복, 아궁이 앞에 앉아 불 쬐고 있고, 열린 부엌 문 밖으로 복면이 몰래 보는 것 보이는데, 복면 뒤로 홍도가 나타난다.
홍도, 복면의 목을 조르고,
홍도 : 누구냐!
하는데, 복면, 팔 돌려 홍도의 옆구리를 쿡! 찍으면, 홍도, 부엌쪽으로 넘어지며 아! 소리 지르고,
복면 도망가려면, 홍도, 복면의 옷자락 잡는다.
복면, 홍도를 발로 차고,
홍도 : 네 이놈! 누가 보냈느냐!
복면 : (홍도 발로 차면)
윤복 : (둘러보다가 솥뚜껑으로 복면 치면)
복면 : (솥뚜껑 잡아서 밀면)
윤복 : (나동그라지는데)
홍도 : (복면 잡은 채 윤복 보며) 괜찮느냐!!
윤복 : (벽에 부딪혀 바닥에 누운 채 머리 잡고 보면)
홍도를 발로 차고 도망가는 복면의 모습.
(insert : 과거. 서징의 집 부엌. 서징과 명을 베고 나가는 설청의 뒷모습)
홍도 : (복면 따라 가며) 서라!! (밖으로 나가고)
윤복, 놀라며 주변 보면, 윤복이 손을 댄 곳, 부엌 아궁이 보이고,
(insert : 과거. 아궁이에 숨었던 어린 윤의 모습. 아궁이 밖으로 보이는 풍경)
윤복, 불빛 일렁이는 아궁이 앞에 앉아있는데,
복면을 쫓아 나갔던 홍도 부엌으로 들어서면,
홍도의 얼굴 보는 윤복의 혼란스런 얼굴.
홍도 : 괜찮느냐? (하며 팔 뻗다가) 아! (하며 어깨 잡고)
S#58. 서징의 집 / 작업실 / 밤
홍도의 윗저고리, 오른쪽 어깨 드러내고 벗겨져 있고.
오른쪽 어깻죽지에 뾰족한 것에 찍힌 상처 있다.
윤복, 하얀 천으로 상처 닦아주는 위로,
윤복 : 저 자는 누구입니까?
홍도 : 도둑이겠지.
윤복 : 벌써 오래전에 버려진 집에 도둑이라니요?
홍도 : 그러게 말이다.
윤복 : 그런데, 스승님은... 아까 ‘누가 보냈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도둑이라면 그런 것을 물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홍도 : ....
윤복 : 선생님. 저에게 뭔가 숨기고 계시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홍도 : 숨기길 뭘 숨긴다 하느냐?
윤복 : 이 집은.. 누구의 집입니까? (홍도 보면)
홍도 : 말했잖느냐? 지우의 집이라고. (윤복 보며) 다 됐느냐? (옷 입으며, 피 묻은 수건 치우는 윤복의 가느다란 손가락 보면)
윤복 : (홍도 시선 느끼고) 이 집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홍도 : 더 이상 할 말 없다. 그저 친구가 버리고 떠난 집을 좀 쓰는 것 뿐이니.
윤복 : 버리고 떠난 집이요?
홍도 : 그래. (고름 다 묶고) 금일은 위험하니, 집에 가서 그리거라.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겠지?
윤복 : (홍도 보고)
홍도 : 익일, 그림을 가지고 광통교 아래서 만나자. 늘 만나는 시간에.
S#59. 신한평의 집 / 윤복의 방 / 밤
윤복, 그림을 그리다가 창 밖 보면..
S#60. 공씨의 집 / 방 / 밤
공씨와 홍도 은밀히 앉아있고,
공씨 : 스스스, 습격이요?
홍도 : 그래. 이 일을 누군가 주시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네.
공씨 : (놀라 입 막으면)
홍도 : 자네도 조심하게. 그 아이를 찾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알아 듣겠는가?
공씨 : (끄덕이면)
홍도 : 더 들은 이야기는 없는가?
공씨 : 예. 그 겁쟁이 화공이 만났다는 옆집 여인을 만나보았습니다.
홍도 : 그래? 뭐라던가? 다른 소식이 있던가?
공씨 : 이상한 말을 하던걸요?
홍도 : 이상한 말이라니?
공씨 : 그 아이를 데려간 자는..
홍도 : (공씨 보면)
공씨 : 손이 더러운 자라고...
홍도 : 손이.. 더러워? 건 무슨 말인가?
공씨 : (절레절레 저으며) 제가 어찌 압니까? 아무튼, 틀림없이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손이 더럽다’고.
홍도 : 손이 더럽다...(생각에 잠기면)
S#61. 신한평의 집 / 사화서 / 아침
화원복 입은 윤복, 신한평 앞에 앉아있고,
신한평은 사군자 그림을 넘겨보고 있다. (그림 넘겨보는 손에, 손톱마다 먹물이 묻어 때가 낀 것 처럼 검게 되어 있다)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그래, 윤복아. 힘들지?
윤복 : (신한평 앞에 앉으며) 말씀해 주십시오. 단원선생님은 누구입니까?
신한평 : (그림 보며) 왜 묻느냐?
윤복 : (그림 내려놓으며) 아버지. 부탁입니다. 저는..저는 아버지 어머니가 흘린 붉은피밖에는, 아무것도 기억하는 것이 없습니다.
알려주십시오. 단원 선생님이 위험하다 하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예?
신한평 : (윤복 보다가) 아무튼, 그 자와 너무 가까워지지 말도록 해. 그 자는 혹 너를 알아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자의 몸으로
도화서 화원까지 되었으니, 너는 주상전하를 기만한 것이다. 그것이 밝혀지면, 너는 물론이고 나와 영복이, 네 어머니
모두가 위험해진다. 알겠느냐?
윤복 : 말씀해 주십시오. 단원 선생님께서.. 어떻게 옛날 제가 살던 집을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신한평 : (그림 보다가) 뭐? 그 집에 갔었다고?
윤복 : 예. 단원선생님은 저희 아버지와 무슨 관계였습니까?
신한평 : (윤복 보다가) 네가 그 집을 어찌 기억한다고?
윤복 : 부엌이며, 아궁이 모양이,... 예전 제 기억 속에 있는 집과 꼭 같았습니다.
신한평 : (웃으며) 겨우 그것으로? 부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네가 그 집을 기억할 리도 없거니와, 단원이 그 집에 너를 데려갔다니
그 또한 말이 되지 않지. 허니, 괴념치 말거라.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어서 나가보거라. (화구통 눈짓하며) 늦으면 아니되지 않느냐?
윤복 : (인사하고 나가면)
신한평 : (윤복의 뒷모습 불길하게 보고)
S#6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김조년과 장벽수, 찻잔 두고 앉아있고, 기둥 옆에 설청 서있다.
장벽수 : 단원을 보낼 좋은 방도라니? 그게 무엇인가?
김조년 : 혹. 단원이 찾는 그 아이를 만나게 해 준다면, 단원은 그 아이를 찾아 떠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벽수 : 허나, 그 아이를 어찌 찾는단 말인가?
김조년 :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원도 그 아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장벽수 : 그것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김조년 : 진짜 그 아이를 찾을 필요가 무엇입니까? 단원도 그 아이를 모르는데... 중요한 것은, 진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언질을 주어 단원을 내치는 것이지요.
장벽수 : 단원이 그리 호락호락한 자인 줄 아는가? 진짜 그 아이도 아닌데, 단원이 그 말을 믿을 성 싶은가?
김조년 : 하여.. 안 그래도 갈무리를 해 보았는데... (주머니에서 종이에 싼 무언가 -해시계- 꺼내며) 10년 전... 저 아이(설청)가
이런 것을 주워오지 않았습니까. 그 화공을 보낸 날 밤에..
장벽수 : (종이 풀어보면, 윤복이 화원 즉위식때 받은 해시계와 같은 해시계. 서징의 낡은 해시계.
뒤에 쓰여진 ‘일월산인’ 글자 보이고..) 글쎄... 이것이 무슨..
김조년 : 이것이라면.. 단원도 그 아이가 진짜라 믿을 듯 합니다만..
장벽수 : 그렇군!
김조년 : 일단 그 아이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도성을 떠나게 한 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면..
별제께서도 더 이상 밤잠 줄일 일이 없으실 것 아닙니까?
장벽수 : 좋은 생각이야!
김조년 : (웃으며) 어찌, 도움이 되었는지요?
장벽수 : 자넨 역시 좋은 벗이네. 하하.
S#63. 김조년의 집 / 문 앞 / 낮
장벽수 가고, 김조년 인사한다.
김조년 : 그럼, 살펴 가시지요.
장벽수 : 그래. 또 봄세. (가면)
김조년 : (장벽수 보다가 픽 웃으면)
설청 : (옆에서 나타나) 단원이라 하면.. 아끼는 분이 아닙니까? 그 자를 제거할 생각이십니까?
김조년 : 그럴 리가 있겠느냐? (들어가다가) 화공들 소식을 들은 것이 있느냐?
설청 : 예. 어젯밤, 두 화공이 무당과 대장장이를 그리더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조년 : 그래? 무당과 대장장이라...
S#64. 광통교 아래 / 낮
윤복, 화구통 매고 나무둥치에 기대 발바닥으로 나무 툭툭 치는데,
홍도가 선다.
홍도 : 완성해 왔느냐?
윤복 : (홍도 보고) 예.
홍도 : 가자.
윤복 : (혼란스런 얼굴로 따라가고)
S#65.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윤복의 [무녀신무] 보이고, 정조, 그림 내려놓고 윤복 본다.
옆에 홍도의 [대장간] 그림 보이고.
정조 : 이 그림은 화원이 직접 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상상하여 그린 것인가?
윤복 : (조아리며) 본 것을 그린 것입니다.
정조 : 아직도 도성 안에서 이런 굿거리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냐?
윤복 : 그러하옵니다 전하.
홍도 : 전하. 어린 화공은 그것이 옳다, 그르다는 편견을 갖지 않은 채 그린 것이옵니다. 하여,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정조 :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 보고) 있는 그대로라...
영승처(소리) : 아니, 이게 무엇하는 것입니까!! 산달이 다 된 아이를!
S#66. 몽타주 / 낮
1. 금군들, 조영승의 집에서 영승처와 영승딸 포박해서 끌고 나오고,
2. 굿판이 차려졌던 집, 굿 하는 도구들 들고 나오는 금군들,
3. 짚단으로 엮은 다 쓰러져가는 집, 무녀가 금군들에게 끌려나오고, 한 금군은 무당의 모자와 옷, 도구들을 들고 나온다.
S#67. 의금부 / 낮
[무녀신무]속에 나온 악공들, 구경꾼들과 영승처, 영승딸 엎드려 조아리고 있고, 무녀는 주리를 트는 형틀에 묶여 있다.
금군들 서슬 퍼렇게 서 있는 가운데,
형장 둘이 무녀의 주리 틀면 무녀 소리지르고, 영승처와 영승딸 벌벌 떠는 위로,
정조(소리) : 경국대전 형전 금제에 ‘도성 안에서 무격으로 거주하는 자는 논죄한다’ 고 함은 곧 무당이 도성 안에 살 수 없다는
말이 아니냐! 그런데 어찌 허황된 귀신놀음으로 백성을 미혹시키는 무당들이 활개 치는가!
S#68. 편전 / 낮
대신들 엎드려 있는 가운데, 정조가 서슬 퍼렇게 대신들 보고 있다.
대신들 조아린 가운데에는.. 조영승이 엎드려 있다.
정조 : 우상 말해보게. 이 나라 정사를 짊어질 우의정이 도성 안에서 무녀를 불러들여 굿을 한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조영승 : (엎드린 채) 망극하옵니다 전하.
김귀주 : (둘러보고) 하오나 전하,
정조 : (김귀주 보면)
김귀주 : 부모된 도리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천리가 아니옵니까? 여식만 셋을 낳아, 후사를 내지 못해 아녀자된 도리를 못하게
되었으니, 그 부모된 자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혈육간의 애끓는 정이 부른 일이니, 부디 너그러이 살펴주시옵소서.
정조 : 너그러이 살피라? 법이란 시정의 백성과 상인들 뿐 아니라 편전에 모인 당상관들에게도 모두 똑같이 적용되어야
그 엄격함이 한결같다 하겠다. 법을 어긴 자, 어찌 백성들에게 그 법을 지키라 할 것인가?
김귀주 : (헛기침 하며 엎드리면)
정조 : 우의정 조영승은 도성에서 금지된 무속을 하였으니, 마땅히 그 죄를 대죄함이 옳다.
우상은 어서 문무 백관이 모인 앞에서 속죄하라!
대신들, 조영승 보면. 조영승,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관모 벗자,
김귀주, 눈을 질끈 감는데, 조영승, 대신들의 사람들의 시선 느끼며 정조 본다.
조영승 : 신 조영승, 나라의 지엄한 법률을 어긴 죄로 주상전하와 문무백관 앞에서 속죄하오니, 이를 아름다운 전례삼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일어서서 손 조아리며) 대-죄- 하옵니다! (크게 절하고, 일어서서)
대-죄- 하옵니다! (크게 절하고, 일어서서) 대-죄- 하옵니다- (크게 절하고.. 부들부들 떠는 조영승의 옆얼굴 보이며)
S#69. 궐 일각 / 후원 / 낮
정순왕후, 후원을 거니는데, 김상궁이 정순왕후 귀에 은밀히 뭐라 하면,
정순왕후 : 대신들 앞에서, 대죄를 해?!!! 할미의 외숙에게 이리 모욕을 주다니!!
S#70. 정순왕후 처소
정순왕후, 차 마시고 내려놓으며,
정순왕후 : 근자에 주상께서 근본 없는 자들이 그려댄 그림을 시강 때 쓴다고 들었습니다. 그 믿지 못할 풍문이 사실입니까?
정조 : 근본이라시면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요?
정순왕후 : 학문과 예절을 뿌리처럼 익힌 사대부를 지칭함이 아닙니까?
정조 : 송구합니다. 마마, 화공들이며 백성들 또한, 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정순왕후 : 어찌되었건, 천한 화공이 올린 미혹한 그림으로 정사를 돌보시다니요, 이 나라 종묘사직이 뿌리 채 흔들릴까
심히 염려됩니다!
정조 : ...
정순왕후 : 하늘이 변하고 산천이 흔들려도, 군자의 씨는 군자고, 소인의 씨는 소인에 불과하지요.
부디 할미의 간곡한 뜻을 헤아리세요.
정조 : 소손의 생각은 좀 다르옵니다. 마마.
정순왕후 : (심기 불편한)
정조 : 예부터 고신(주 : 외로운 신하)과 얼자(주 : 첩의 자식)는 사려가 깊다 하였지요. 가진 것을 잃지 않을까, 내쳐지지 않을까,
늘 위축되어 생긴 오랜 겸양 탓이지요.
정순왕후 : (팽팽히 겨루는 시선) 으음..
정조 : 얼자든, 고신이든 제 능력이 차고 넘치는 자는 필히 중용을 하여, 나라를 위해 봉사하게 하는 것이
왕된 자의 도리 아닐 런지요.
정순왕후 : 허면, 근본도 약한 서얼들을 정사에 들이기라도 하시겠단 말씀입니까?
정조 : 예 마마, 빼어난 능력을 소유하고도, 신분의 장벽에 막혀 하릴없이 소일하는 젊은이들을 더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소자의 의지이옵니다.
정순왕후 : 허..아직 젊은 주상인지라 혈기 넘치는 의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세상 이치가 그리 녹록치 않음을 명심하셔야 할 겝니다.
정조 : 사대부가의 모태를 빌지 않고도 천하를 호령하고 만백성들에게 칭송받는 위대한 군주를 세운 것이,
이 나라 조선의 힘 입니다. 마마.
정순왕후 : (불쾌한) 선왕의 출생을 빗댐입니까 주상!
정조 : 그렇게 들렸다면 송구합니다. 마마.
정순왕후 : 옳고 그름이야 언젠가는 가려지겠지요. 다만, 주상의 지나치게 곧은 성정이 염려되어 그런 것이니,
할미의 말을 허투로 듣지마세요.
정조 : (보는) ...
정순왕후 : 때로는 너무 곧음이 휘어짐만 못한 것이 세상사니까요. 너무 곧으면 종국엔 부러지는 법이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S#71. 조영승의 집 / 사랑채 안쪽 방 / 낮
조영승, 이불 속에 누워있고... 발 쳐져 있다.
S#72. 조영승의 집 / 사랑채 바깥방 / 낮
김귀주, 장벽수, 김조년 앉아있다.
김귀주 : (조영승 눈치 보며) 대체 누가 그딴 그림을 그려 주상전하께 올렸단 말입니까!! (장벽수 보며) 자네도 아는 바가 없나?
장벽수 : 제, 제가 그걸 어찌...
김귀주 : 도화서 별제인 자네가 모른다?
장벽수 : 그, 그럴리가... 절대 아니옵니다. 도화서 별제로서, 책임지고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도화서 화공들이 어찌 그런 짓을,
절대 아니옵니다.
조영승 : (사랑채 안쪽방에 누운 채) 됐네. 이미 벌어진 일..
김귀주 : (조영승 눈치보며) 도성에서 무격을 하는 것이 금기이긴 하나, 다들 행하고 있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 아닙니까?
그걸 문제삼다니...
김조년 : 무격.. 이라 하였습니까?
김귀주 : 그렇다네. 어떤 정신빠진 화원이, 주상전하께 무당 그림을 그려 올렸다 하지 않는가?
김조년 : (식- 웃고)
장벽수 : 뭐, 아는 것이 있는가?
김조년 : (장벽수 보며) 때가 된 듯 합니다. 별제 어른.
장벽수 : (김조년 보면)
S#73.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김조년과 장벽수 앉아 있다.
장벽수 : 단원이랑 윤복이가? 자, 자네 어디서 들은 헛소문인가?
김조년 : (손에 쥔 해시계 보며, 여유) 그림 그리는 것을 직접 본 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장벽수 : (하얗게 질린다) ...
김조년 : 이 사실이 알려지면, 도화서는 물론 별제 어르신도 화를 면치 못할 것 입니다.
장벽수 : (속 타는) 이보게.
김조년 : 너무 심려 마십시요, 우상대감께는 알리지 않겠습니다. 지난번 눈감아 주신일도 있고, 이제 비긴 듯 합니다만...
장벽수 : (끄응) ...
S#74. 기생집 / 안채 / 낮
화면 가득 보이는 화원용 해시계. 뒷면 뒤집으면, ‘서징’ 이란 글씨 옆에, 낡은 ‘일월당’ 글씨 파여져 있고..
그 해시계 만지는 홍도의 손.
장벽수, 건너편에서 술 따르며 음흉하게 웃고 있다.
(insert : 1. 도화서. 과거. 젊은 홍도, 새것인 서징의 해시계 뒤에 칼로 조각을 하고 있다.
2. 도화서. 과거. ‘일월당’ 글씨 만지는 서징의 손, 해시계 보는 서징과 홍도의 모습 보이고)
장벽수 : 자네가 일월당의 아이를 찾는 다는 말을 전해듣고, 내 백방으로 알아보았더니,
홍도 : 이것을 어디서 났습니까?
장벽수 : 어떤 물색없는 좀도둑놈이 그게 꾀나 값이 나가는 줄 알고 훔쳐와서 방물점에 팔았다지 않는가.
홍도 : 어디서 훔쳤답니까? 그 아이는 어디 있는 것입니까?
장벽수 : 허허. 이 사람. 급하긴. (술 주며) 그 아이가 윤이가 맞지 싶네만... 글쎄...
그 얘길 들으려면, 자네가 나랑 한 가지 약속을 해 줘야겠는데..
홍도 : 약속.. 이라니요?
장벽수 : 그 아이를 만나게 해 주겠네.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말게.
홍도 : 돌아오지 말라니요?
장벽수 : 알고 있네. 자네와 윤복이가 그간 무슨 일을 했는지. 주상전하께 그림을 그려 올린 자들이 바로, 자네와 윤복이지?
홍도 : 모르는 일입니다.
장벽수 : 조정 대신들을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그래.
홍도 : 모르는 일이라 하지 않습니까.
장벽수 : 자네는 그리 버텨도... 윤복이 그 아이는 어떨지...
홍도 : (장벽수 보면)
장벽수 : 자네만 없으면.. 윤복이 그 아이는 아버지의 바램대로, 어진화사를 하고 자비대령화원이 될 수 있는 재목이네.
자네가 떠나주지 않으면 그 아이가 위험해져.
홍도 : (눈빛이 흔들린다) ...
장벽수 : 조정에서 나한테 그 그림을 그린 자가 누군지 묻고 있어.. 도화서 별제니, 내가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게지..
자꾸 그리 다그치면 내, 말을 해야 하는데... 윤복이 그 아이가 영 마음에 걸려서..
S#75. 도화서 / 홍도의 방 / 밤
마룻장이 열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그림을 꺼내는 홍도.
그림을 가만히 펼치는 홍도, ‘얼굴 없는 초상화’를 애닮게 본다.
장벽수(소리) : 방물점 주인한테 수소문해서 알아보았더니, 충청도 연풍 땅에서 종살이를 하는 어떤 계집애가 애지중지하는 것을
훔쳤다고 말했다더군. 그리루 가면 윤이를 만날 수 있을게야.
이내, 결심한듯, 그림을 화구통에 넣는다.
S#76. 도화서 / 나무아래 / 낮
효원과 고봉, 나무 그늘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고봉 : 천하의 단원 스승님도 두달을 못버티시는구나.
효원 : (빙긋 웃으며) 내 뭐랬어? 우리 아버지 눈 밖에 나면, 도화서에서는 버티기 힘들다구.
고봉 : 그나 저나, 윤복이가 무지 섭섭하겠다. 그치?
효원 : 윤복이 그 녀석, (효원의 머리위로 툭 떨어지는 신발) 아야! (떨어진 신발 주워 드는데)
윤복 : (나무 위에서 뛰어 내리는 동시에) 정말이냐? 단원 스승님이 떠난 다는게?
효원 : 궁금하면 직접 (신발 휙 낚아채가는 윤복)
윤복 : (신발 신고 달려간다)
S#77. 도화서 / 홍도의 방 앞 / 낮
방 앞에 멈춰서서 헉헉 숨고르는 윤복.
막 ‘스승님’ 하려는데, 방문 열리고 홍도 나온다.
윤복 : (헉헉, 홍도만 보는) ...
홍도 : (무슨 말 하려는지 감잡고) 화사를 마치라는 주상전하의 명이 내렸다.
윤복 : 정말... 떠나시는 겁니까?
홍도 : 가야할 곳이 있어.
윤복 : 꼭.. 가야 합니까?
홍도 : 그래. 꼭 가야만 한다.
윤복 : 왜, 꼭 가야만 합니까? 가지 마십시오. 스승님께 물어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은데,
홍도 : (안타깝게 윤복 보다가, 자르며) 그 여인을 찾았다.
윤복 : 여인.. 이라니요?
홍도 : 10년 전, 잃어버린 그 여인 말이다.
윤복 : (홍도만 보는) ....
홍도 : (눈길 거두고 가는) ...
S#78.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정조의 앞으로 홍도 앉아 있다.
정조 : 자네의 그림을 더는 감상할수 없다는 것이 서운하네.
홍도 : 성심을 다하지 못하여 송구하옵니다.
정조 : 아니다. 네 그림은 훌륭했다. 천한 것을 아름답게, 고달픈 것을 즐겁게 그려내지 않았느냐.
홍도 : 황공하옵니다, 전하.
정조 : 가야 할 곳으로 떠나거라. 훗날 단원 자네의 그림이 그립거든 다시 부르겠노라. 언제든 와줄수 있겠느냐?
홍도 : 예, 그리하겠습니다.
정조 : (섭섭한 미소짓는) ...
S#79. 조년의 집/ 별당 / 낮
별당 문 열려 있고, 가야금을 뜯고 있는 정향의 모습 보인다.
가야금 소릴 들으며, 연못안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김조년.
잉어들, 퍼덕거리며 먹이를 먹기위해 수면위로 몰려든다.
그 모습 보며 미소 짓는데,
설청 : (조년 뒤로 다가온다)
조년 : (의식하고, 잉어들에게 시선주는 채로) 알아보았느냐?
설청 : 오늘밤 길을 떠난다 합니다.
조년 : 계획대로 진행이 잘 되는구나. 그래, 너두 채비를 하거라.
설청 : 예.
조년 : 귀하게 다뤄야한다. 천금을 끌어들일수 있는 귀한 몸이 아니더냐. 단원 그자는 천재적인 화인이고, 난 천재적인 장사꾼이니
이 보다 더 좋은 궁합이 어디 있겠느냐? (야심에찬 미소)
S#80. 도화서 / 홍도의 방 안 / 밤
문이 열리면, 윤복이다. 한걸음 들어와 서는,
윤복의 시선으로 보이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방안, 홍도의 빈자리...
복잡한 마음을 감출수 없는 윤복의 모습 위로,
윤복(소리) : 꼭.. 가야 합니까?
홍도(소리) : 그래. 꼭 가야만 한다.
홍도(소리) :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나가려 돌아서는 윤복의 위로) 그 여인을 찾았다.
홍도(소리) : (고개 돌려 홍도의 자리를 보는 윤복 위로) 10년전, 잃어버린 그 여인 말이다.
윤복 :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하고, 방을 뛰쳐 나간다)
S#81. 서징의 집으로 가는 길/ 냇가 / 밤
달려오는 윤복, 냇가 앞에 멈추면, 물이 불어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체할 틈 없이, 첨벙첨벙 물 속을 뛰듯이 걸어가는 윤복, 더딘 발걸음에 애가 탄다, 냇가를 지나자 다시 속력내서 달리는 윤복,
S#82.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홍도, 윤복과 쓰던 그림도구 치우다가, 서진 들면,
(insert : 종이 펴고 서진 놓는 윤복의 모습)
홍도, 구석에 버려진 구겨진 종이 들고 일어서면, 윤복이 홍도의 다친 어깨 닦아주던 곳 보이고,
(insert : 홍도의 어깨 닦아주는 윤복의 얼굴, 어깨 너머로 보는 홍도)
S#83. 냇가 / 서징의 집으로 가는 길 / 밤
윤복, 서징 집 앞에 이르러 멈춰선다. 안쪽에서 등잔이 일렁이고..
윤복, 안쪽 보다가 작업장 문고리 잡으면...
S#84.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윤복, 방문 열면,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안 보이고, 윤복의 화구가 정리되어 있다.
홍도, 윤복을 보면,
윤복 : (말없이 홍도만 바라본다) ....
홍도 : 가거라.
윤복 : (보는) .... 스승님!
홍도 : 돌아 가래두!
윤복 : (성큼성큼 걸어가 가까이서) ... 가지 마십시오!
홍도 : (눈빛에 마음 흔들려 고개 돌린다) ...
윤복 : (홍도 돌려세우며) 제발... 가지 마십시오!
홍도 : (흔들리는) ...
윤복 : 스승님 제발,
홍도 : (하는데, 와락 끌어 안는)
윤복 : (놀라는)
홍도와 윤복 포옹하는 모습에서,
- 6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