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다.
초라한 몸빼바지에 다리를 절룩절룩 거리는 모습..
나는 한숨을 쉬고는 진료카드를 바라본다.
'..나이도 어린 것이 .....'
진료카드에는 위암말기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수술로도 힘들겠어....후...'
다음날 한 아이가 중환자 실에 입원을 하였다.
나는 그 아이의 담당주치의가 되어 아이의 곁에 다가갔다.
얼굴에 혈색이라고는 보이지 않은 어느 비쩍 마른 한 소녀가 침대 위에는 누워
있었다.
" 이름이 뭐니?.."
"..민경이요..윤 민경.."
"그래..엄마 아빠는?.."
민경이는 한참동안 고개를 떨군후 이내 대답을 하였다.
"..없어요.."
"....."
나는 괜한 것을 물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민경이는 그렇게 나와의 첫인연을 대면하였다.
민경이는 병원생활에 쉽게 적응을 하였다.
보통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특히 암환자들) 어린 나이에 병원에 있게되어 항상
조용히 말없이 ..그러다가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민경이는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가서 진료를 할 때마다 민경인 나를 친오빠을 따르는 것처럼 아주 편하게
대했다.
물론 내가 나이가 젊어서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병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덕분에 친구도 없었던 어린 민경이에게 나는 아마도 편한
친구였을지도 몰랐다.
하루 3회의 진료가 민경이에게는 있었고 그렇게 민경이와 나는 얼굴을 자주
보게되면서 민경인 나를 이젠 오빠라고까지 부르게 되었다..나또한 민경이를
웃음과 재미로 잘 대해 주었다. 내가 의대를 졸업하고서 병원에 온 이후
처음으로 만난 말기암 환자였고 내 의사생활에서 어쩌면 첫죽음을 안겨줄지도
모르는 아이였기 때문에 나의 민경이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유별났다..가끔씩 시간을 쪼개어 민경이가 입원한 병동에도 찾아갔고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민경이를 불렀다.
그렇게 민경이가 한달여 정도를 병원에 입원을 하였을 무렵이었다...
나는 평상시처럼 민경이를 진료차 민경이의 병동에 들어갔다.
가보니 민경이는 울고 있었고 옆에서 계시던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시며 탄식을
하고 있었다.
"..아니 민경아..왜 우는거야?..응?."
나는 입가에 작은 웃음을 띄운채 말문을 열었다.
"..몰라욧!!!.."
"...?.."
민경이는 마치 억눌림 당한듯한 목소리로 울며 내게 말했다..
옆에 계시던 민경이의 할머니가 나를 데리고 잠시 바깥으로 나갔다.
"휴..의사선상님..너무 걱정하지 마세유..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것이예유.."
"아니 할머님..왜 저렇게 민경이가 우는건가요?..병원에 와서 우는 모습 첨
보는걸요."
"그게유.. 다 민경이 애미 애비때문이죠..세상에 저렇게 어린 것을 놔두고 두
년놈들이 다른 살림을 차렸으니 저 어린 것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유.."
나는 민경이의 할머니한테서 민경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민경이가 지금 10살이니까 6살 되던 해라고 한다.
그때 민경이의 어머님은 점차로 눈이 안좋아져 눈에 녹이 끼게되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민경이가 8살 되던해에는 녹으로 완전히 실명을 하였고 민경이
아버지는 민경이의 어머니가 그렇게 고생을 하는 동안 바깥에서 다른살림을
차리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 민경이의 어머니가 실명을 한 이후 민경이의 아버지는 민경이 어머니를
버리고 이혼을 하셨다고 한다. 그 와중에서 상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민경이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도 모자른
판에 부모님중 한분은 눈이 멀어지셨고 다른 한분은 집안을 소홀히 하다
결국에는 다른 살림까지 차리고..그러나 민경이가 가장 맘이 아팠을때는 그나마
같이 살던 가족들이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였다고
했다. 민경이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민경이를 키울수가 없었고 민경이의
아버지는 새로 꾸민 다른 살림속에서 민경이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민경이는 이렇게 뿔뿔히 흩어진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사랑을 갈구하면서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것이었다. 할머니의 집에 머물면서도 민경이는 가끔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나중에 커서는 꼭 같이 살거라는둥
민경이는 어린아이의 때쓰는 모습처럼 할머니에게 투정을 하듯이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경이는 어린 가슴에 속앓이를 많이 하였는지 어느순간부터
몸이 약해지기 시작하였고 그러다가 한번 쓰러진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말기위암이라는 판정이 나온것이었다고 했다....
칠순 노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다른 아이들처럼 바깥에서 뛰어놀며 부모의 사랑속에서 아무런 두려움과
어려움없이 자라나야할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이젠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해 준비를 하는 민경이가 나는 측은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 나는 다시 병실로 향했다.
아직까지도 민경이는 이불을 뒤집어 쓴채 울고 있었다.
"..민경아.."
"...흑.."
나는 다가가서 민경이의 이불밑에 가리워진 손을 붙잡고는 쓰다듬어 주었다.
"민경아..괜찮아..울지마...뚝.."
"흑...몰라욧.."
나는 민경이의 뒤집어 쓴 이불을 내리고서는 민경이를 바라보았다..
야윈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은 마치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다 가지고 있는
듯이 애처로워 보이기만 하였다..
"민경아..지금 뭐가 제일 갖고 싶어?..."
"....없어요..."
민경이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채로 대답을 했다.
"그래도 갖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봐..오빠가 갖다 줄게.."
"..."
민경이는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이윽고 말을 열었다..
"오빠..나 노트랑 샤프 갖고 싶어.."
"그래?..알았어..이따 오빠가 노트하고 샤프 사가지고 올게..
그거 가지면 울지 않는거다..알았지?.."
"...."
민경이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날 오후 나는 노트 두권과 샤프 하나를 들고 민경이의 병실을 방문하였다.
"..자 민경아..이거 받아..선물이야.."
"..오빠 고마워..히~"
민경이의 얼굴에서는 아까전의 우는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선물을 받고서 좋아하는 것을 보면 민경이는 틀림없는
있는 듯 했다.
그런 어느날이었다.
어느 늦은 밤이었는데 갑작스레 민경이가 입원한 병실에서 어린 아이의 고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침 당직의사였던 나는 간호원들과 함께 민경이를 찾아갔다.
민경이는 이불위에서 있는 힘껏 목청을 돋우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아악~~~아악~~~~"
나는 급히 달려가서는 민경이를 일으켜세웠다.
"민경아..왜그래?..민경아!!!"
민경이는 한참을 고함지르다 이내 숨을 헐떡이며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지 내 가슴 한쪽이 눈물에 젖어 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오빠..."
"응..민경아..왜 그래?...괜찮으니까 말해봐.."
"오빠...흑..."
"그래그래..괜찮아..무슨 일 있었어?.."
"오빠...나 ..꿈에서 엄마 아빠 봤어.....흑흑..."
"...그래..그랬구나..."
"나..엄마 아빠 보고 싶어..
엄마 아빠는 민경이가 보고 싶지 않나봐..
나 이렇게 아픈데 엄마 아빠 민경이한테 한번도 오지 않아...흑흑..
오빠.....엄마 아빠 보고 싶어..........흑흑흑"
민경이는 울기 시작했다..
옆에는 잠에서 놀라 깨어나신 민경이의 할머니가 민경이를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의 눈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흘러나왔는지 할머니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나는 어린 민경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내 가슴에 묻혀 있는 민경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때였다..
민경이의 몸이 순간 비실비실 떨리더니 그대로 민경이는 쓰러지고 말았다..
"민경아..민경아!!!"
민경이를 흔들어보았지만 민경이는 아무말도 없었다.
"이봐요 간호원..응급조치 할수 있게끔 입원실로 데리고 가요!!어서!!"
...
..
.
민경이는 쓰러지고 말았다.
아마도 병이 더 악화되어진 듯한 상태에서 무리를 하여 울었던 것이 원인이
되었던 것 같았다. 다행히도 민경이는 별 다른 큰 탈 없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전과는 다르게 더 많이 핼쓱해진 모습이었다.
"오빠..."
"응..그래 민경아..."
"오빠..나..죽는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죽긴 누가 죽어?..
민경아 걱정하지마..오빠 믿지?.."
"응..."
"그래..민경이는 이 오빠가 지켜줄게..."
"응..고마워 ..오빠..."
"훗..그래.."
"근데 오빠..."
민경이는 잠시 말문을 막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응..왜?.."
"혹시라도 말야..."
"응..혹시라도"
"혹시라도..나..... 죽게 되면...."
이 말을 마쳤을 때 민경이의 눈엔 눈물이 가득차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나... 죽게되면...그후에라도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찾아 오면...."
나는 민경이의 희고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이거....우리 엄마 아빠한테....보여줘....
아니..우리 엄마는 눈 못보니까....오빠가 읽어줘......"
말을 마치고 난후 민경이는 나에게 작은 노트 한권을 건네주었다.
전에 내가 사다주었던 그 노트였다.
"오빠..꼭이야..약속해.."
민경이는 새끼 손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민경이의 눈물을 바라보며 약속을 하였다.
"그래...오빠가..꼭..그렇게 해줄게...."
이후로 민경이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만 갔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기절을 하며 민경이는 점차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병실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민경이가 누워 있는 침대주위에 모여 있었다.
민경이 옆에 항상 계셨던 할머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고 계셨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너희가 대체 인간들이냐!!
너희들 새끼가 죽어 가는데 어쩜 이렇게까지 무관심할수 있어?!!..
세상에 너희같은 년놈들이 어디 있겠으며 너희같은 짐승들이 또 어디있겠느냐!!
하늘이 너희를 제대로 둘줄 아느냐!!!!
에휴..불쌍한 우리 민경이....흑흑.."
한눈에 알수 있었다.
민경이의 부모가 민경이를 찾아온것이었다.
우연찮게도 두분이 동시에 같은날 오신모양이었다.
민경이가 입원한지 두달이 넘었는데 이제야 나타난 것을 보니 내가 생각했을
적에도 저 두분은 너무도 민경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민경이의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민경이 어머니의 눈을 보아하니 ..정말로 장님이었다..
옆에는 민경이 어머니의 보호자이신듯한 남자분이 앉아 있었다.
민경이는 침대 위에서 울면서 입을 열고 있었다..
"엄마..아빠 ....미워요..
민경이... 이렇게 아픈데 ...이제야 오다니..흑흑..
왜 ...왔어요..돌아가욧!!"
민경이의 모습에는 사랑받지 못한 자신에 대한 사무침이 담겨있는 듯했다.
민경이의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미안하구나..민경아..이 애미가 못나서..흑흑..."
한쪽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민경이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베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민경이 할머니의 노쇄하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너의 같은 잡것들땜시 우리 민경이가 죽어 가고 있어..
어찌 할것이야?..엉!!
우리 불쌍한 민경이 우째 할것이냐고!!!!
으흑흑..."
민경이는 아무말이 없는채 마냥 고개를 떨구고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린 민경이의 모습에 지금의 이 아픔은 결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수가
없는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울고 있던 민경이가 순간적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민경아!!"
제일 먼저 소리를 지른며 민경이의 몸을 일으킨 사람은 민경이의 아버지였다.
나도 얼른 다가가 민경이를 바라보았다.
몸에서 심한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심상치가 않았다..
민경이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기어 졌고 그후 2시간 동안의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나는 집도의가 아니었지만 배를 가른후 바라본 민경이의 내장은 위뿐만이
아니라 다른 몸속 거의 모든 장에 암이 전이 되어 있는 상태였었다..
최악이었다..
결국 수술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집도의는 민경이의 배를
봉합을 한후 그것으로 수술을 마쳤다.
이제는 기껏해봐야 하루나 이틀정도뿐이 살수 없다는 결론에 도착한 것이었다.
봉합을 마친후 민경이의 마취가 깨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경이는 눈을 떴으나 이미 아까전의 민경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는 이 세상을 곧 떠나야만 하는 죽을자로서의 민경이의 영혼은 그렇게
시들어 가고만 있었다..
민경이의 작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면서 내 귓가에 민경이의 음성이 들려오기
나는 전에 민경이 한테서 받았었던 노트를 들고왔다.
민경이의 주위에는 할머니..어머니..아버지..그리고 나..이렇게 넷만이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상태였었다.
모두들 민경이가 곧 이세상을 떠날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는지 서로에게선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민경이 부모님..
이건 제가 지난번에 민경이 한테서 받은 노트입니다.
전부터 민경이가 이 노트에다 무엇인가를 계속 적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마도 두분께 그동안 하고 싶었었던 말들 이었나 봅니다.
제가 감히 이런말을 드릴 자격은 없지만 그동안 민경이 ..너무도 많은
가슴앓이와 두분의 사랑에 대해 갈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나는 민경이의 여윈 손을 잡고서 노트에 있는 글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민경이의 눈가에는 힘이 풀려 있었고 점차로 맥박이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보고픈 엄마아빠..
지금 민경이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왜 한번도 안오는거야..
나 꿈속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사는 꿈 많이 꿨는데 왜 한번도 안오는거야..
엄마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
지난번에 의사 오빠가 나한테 말해줬어..
나 병 고치면 엄마 아빠가 반드시 돌아온다고.
근데..나 요즘 너무 많이 아파..
그래서 어쩌면 엄마 아빠 돌아오는거 보지도 못하고 나 죽을지도 몰라..
근데 나 죽으면 우리 엄마..어떻게 해..
눈도 보이지 않는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떻게 해..
아까 텔레비젼에서 어떤거 봤는데 죽은 사람의 눈을 줄수도 있다고 들었어..
나 만일에 죽게 되면 내 눈..우리 엄마한테 줄거야.
그럼 우리 엄마 다시 볼수 있을거잖아..
우리 엄마 눈 떠서 민경이랑 같이 다시 지냈으면 좋겠어..
이렇게 민경이.. 할머니랑 혼자 두지 않고말야...
그리고 아빠...
나 아빠 미워..
왜 엄마 혼자 두게 한거야..
민경이 이렇게 아파하는데 그리고 한번도 안오고..
아빤 정말 싫어..아니 정말 미워..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엄마랑 이혼했다면서..
엄마 불쌍하잖아..앞도 안보이는데..
아빠..나 아빠한테 부탁할게..
엄마랑 같이 다시 살면 안돼?..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하잖아..
우리 엄마 내 눈 갖고 다시 눈뜨면 같이 살거지?..
아빠..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민경이의 마지막 부탁일지도 몰라..
내가 글을 거의 다 읽었을무렵..
내 손에 놓여 있던 민경이의 손은 사르르 빠져나갔고 민경이의 모든 맥박은
멈추어져 버렸다. 어린 눈가엔 눈물을 머금은 채로................
순간 병실은 가족들의 오열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할머니가 소리쳐 민경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으나 허사였다..
더 이상 민경이의 모습에서 눈물과 웃음은 찾을수가 없었다..
나 또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병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비록 석달이 채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작은 천사는 그렇게 하늘로
떠나가버렸다.
그 글은 짧았지만 민경이의 마지막 유서가 된 것이었고 민경이는 그렇게 자신의
눈을 어머니의 시력을 찾는데 기증을 하였다.
눈물이 많이 흘렀다.
사랑에 굶주려 있던 한 소녀의 작은 이야기가 너무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며칠후 민경이 어머니의 각막 이식 수술이 시행되었다.
수술은 대 성공이었고 민경이의 어머니는 다시 세상을 바라볼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암전문의라서 민경이 어머니의 수술에는 참석을 할수 없었으나 병실에서
붕대를 풀고다시 새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은 함께 할 수가 있었다..
눈에 감은 붕대를 풀고서 세상을 바라본 민경이의 어머니가 제일 처음으로 한
것은 바로 민경이의 이름을 부르는것이었다..
"민경아..내 딸아...흑흑.."
이제는 어머니의 눈이 되어 다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민경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쓴 웃음을 짓고는 잠시 병원 옥상으로 올라다 담배 하나를 꺼내어
물었다..
후........
하늘은 무척이나 밝은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 내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있으나 아마도 민경이가 하늘에서 스쳐가는
바람결에 잠시 내 눈에 안착을 한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작은 천사는 모두의 곁을 떠났으나..그 아이로 인해 얻은 새 생명의
순환은 이 하늘의 맑은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남겨지고 떠나간 작은 영혼의 아픔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