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자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바꾼 이야기
나는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에서 한글이름 짓지 운동을 할 때부터 한자로 된 내 이름 [이택로(李澤魯)]라는 이름 말고,[이대로]라는 한글 이름을 지어가지고 있었다. 한글 이름,고운 이름 자랑하기 운동을 하면서 나는 돌림자 [로]자를 살려 이대로라고 지었고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 초대 회장 이봉원군은 [이얄라]라고 지었다.
나는 그 때부터 농총운동과 국어운동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는 [이대로]라는 새이름을 썼으며 졸업하고 국어운동활동 하면서 부터 글을 쓴다던가 모임에 참석하여 서명하게 되면 [이대로]로 쓰고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초대 회장을 맡은 다음부턴 명함과 공식 이름도 한글로 만들어
[리대로]라 씀으로써 본래 이름보다 한글이름이 더 알려지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호적은 바꾸지 않다가 1992년 국회에 한글 이름패를 만들어 가지고 써달라 갔다주러 같더니 많은 국회의원과 직원들이 [호적에 한자로 이름이 되어있다]는 것을 들먹이며 반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장 나 부터 호적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개명신청을 하러 갔더니 법원 직원이 사법서사에 가서 신청서를 써오라며 까다롭게 굴면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하라는 대로 해가지고 갔더니 증빙서류를 더 보충하라며 다시 되돌려 주었다. 거기다가 내 나이 또래 된 과장이란 자가 [다 늙어가면서 왜 이름을 바꾸려하느냐? 옛 이름으로 무슨 범죄라도 지었느냐?]는 혼자말을 하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할 수 없이 한글이름 펴기모임 밝한샘님 도움으로 법원에서 개명 허가를 받아가지고 구청에 호적을 바꾸러 갔더니 또 그 직원이 잘 알지도 못하며 법원에 가서 또 다른 서류를 해오라고 했다.
그래서 법원으로 가서 그런 서류 해달라하니 구청직원이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판결문 사본만 내면 된다고 해서 다시 가서 접수하니 그 직원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 받아 주었다. 법원이나 호적
계 공무원들이 한자를 좋아하고 한글 이름을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이름 바꾸는 것을 은근히 훼방놓고 있었다. 호적 정정 신청하는 데도 꼬박 하루가 걸렸고 법원에 세 번이나 갔을 때, 보통 사람들은 포기할 것이란 생각이 들고 공무원들이 밉고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다음에 알고 보니 법원에서 서류 접수시 변호사나 사법서사를 통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까다롭게 군다는 것을,한글이름 전문가인 한글이름 펴기모임 밝한샘님 말을 듣고 알았다. 변호사나,사법서사를 통하면 수십만원 받고 그들 끼리는 서로 거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까다롭게 하면 사정사정 부탁할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아는 사법서사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밝 회장은 직접가지 않고 서류만 갖추어 [한글이름 펴기 모임]이름으로 보내면 법정 기일 안에 서류 판결해보낸다고 해서 그 분에게 주었더니 얼마있다가 진짜 개명 결정 허가 판결문이 왔다.
"1993년 2월11일자로 [택로(澤魯)]를 [대로]로 개명할 것을 허가한다."는 판결문이었다. 그 날짜로 법적으로 [대로]가 새로 태어난 것이었다. 기쁘고 한편 섭섭하기도 했다.사실 내 옛이름이 나쁘다기 보다 한글이름으로 바꾸기 위해서 한 일이었다. 그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신임도 받았고 떳떳하게 살았으나 내 꿈과 새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결심으로 행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지어 주셨기 때문에 살아계신 동안은 그냥 쓰려 했으나 더 활발한 국어운동을 위해 더 미룰 수 없었다.
혹시 이름을 바꾸고 싶은 분을 위해 몇가지 알려드린다.
먼저 어린이는 개명이 쉬워도 어른은 까다롭다. 혹시 범죄자가 이름을 바꾸는 수도 있고 행정 낭비가 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어론도 놀림감이 되는 이름이나 불르기가 힘든 이름,아니면 나처럼 한글이름펴기 운동을 하며 오랫동안 지어 불러서 여러사람이 아는 이름이면 쉽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구비서류로 예전에 온 편지나 신문이나 잡지들에 투고한 글과 명함 사본을 함께 제출했었다.
다음 구비서류는 법원에 가면 양식이 있으니 받아다 자신이 작성하면 된다.인우보증인이 두 사람 필요하고 개명 신청 이유서를 양식대로 서류에 쓰면 된다. 사법서사나 변호사 사무실에 가면 보증을 서줄 터이니 돈을 많이 달라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한글 이름 펴기 모임에 부탁하면 편리하다.
왜 [대로]라고 지었나?
앞에 고은 이름 자랑하기 심사기준에 보면 부르고 기억하기 쉽고 우리 말이고 돌림자에 잘 어울리면 좋다는 것을 머리속에 두고 새로 지은 이름이다.내 형제 돌림자 [로]자를 살리고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내 뜻 대로 살겠노라]는 내 소신과 [한글 사랑과 농촌 사랑의 두 길을 죽을 때까지 가겠다]는 뜻과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는 기준에 마땅한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름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살다보면 어렵기도 하고 딴 길로 가게 될 때도 있으나 그럴 때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살겠다고 이름까지 바꾼 [대로]가 그러면 되느냐 스스로 자제하고 자세를 가다듬게 되고,한글 사랑운동이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도 생각이 들 때도 [대로]라는 이름이 다시 뛰게 만들어 주고 어디 모임에 가서 이름을 말하면 한글운동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니 나는 다른 누구보다 한글운동 길 아닌 딴곳으로 빠질 수가 없었다. 보통 인사말이지만 이름이 좋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고,훌륭한 사람이라 과찬하는 사람도 있으니 술이 취했을 때 술주정하고 싶다가도 정신이 번쩍들고 술이 깰 때도 있었다.
또 다른 내 한글 이름 짓기 나는 딸이 둘이고 아들이 하나다. 딸은 우리 부부가 지어 호적에 한글로 올렸고 아들은 아버지가 한문으로 지어준 이름을 호적에만 한글로 올렸다.양반을 따지는 충청도 아버지 뜻을 일단 존중하고 내 한글사랑 뜻을 살린것이다. 6남매인 맡아들인 나는 큰 효도는 못해도 부모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살려고 애썼다. 부모님이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만 당신 장손자 이름을 손수 지으시면 기뻐하실 것 같아 지어주십사 말씀 드렸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해본 일이 없다. 학훈 장교로서 군대 생활 할 때 빼고는 자유업 장사를 했다. 집에서 부모님 모시고 장사하다가 아내가 처음 양품점을 내면서 상호를 [멋]이라 정하고 세무서에 영업감찰을 내려갔더니 담당 직원이 나를 아래위로 훌터보며 이상하다고 선뜻 받아주지 않았다. 우리 말이고 글자가 한 자라 이상하다며 이런 상호는 처음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16년전쯤 일이다. 그러나 세금 잘 낼터이나 염려말라며 내 뜻을 굽히지 않으니 할 수 없는 듯 받아주었다. 그 뒤 얼마있다가 동아일보에서 [멋]이라는 여성잡지를 것을 봤다. 그 3년 뒤에 내가 안경가게를 내면서 [으뜸]이라는 상호를 지어 가지고 가니 그 때도 세무서 직원이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지 [이름이 색다릅니다]는 말을 하고 별 까다롭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 몇년 사이에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그 뒤 얼마있다가 어느 은행에서 [으뜸 통장]도 나오고 으뜸이란 간판이나 상호를 많이 들 을수 있어 어색하지 않았다.
오천 년 동안 쓰는 우리말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글자로 이름을 짓고 써야 겠다. 제 말글로 이름을 지을 줄도 모르고 안 쓰는 것은 못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고 빈다.
첫댓글 우리 글자로 이름을 짓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마치 '나'를 나'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같습니다.
이제 나를 찾아가는 멋진 길이라 생각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