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책방 일일호일
해마다 봄이면 황매화와 노란 튤립이 꽃을 피우고, 초여름 볕에 붉은 덩굴장미가 담장을 넘나든다. 가을 바람 아래에선 배롱나무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공간. 서울 종로구 서촌의 건강책방 일일호일(日日好日)은 한옥의 정취를 고스란히 품은 작은 책방이다. 소박한 정원이 반기는 이곳에서는 삶의 진정한 건강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일일호일은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라는 뜻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적 건강까지 확장된 개념이에요. 단순히 심신의 건강만 챙기는 게 아니라 사회의 모순이나 환경 등 우리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까지도 바라보는 거죠.”
건강책방 일일호일은 헬스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엔자임헬스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엔자임헬스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으로, 의학정보나 건강정보를 알기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 역시 단순한 책방을 넘어 건강한 소통을 이어가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현대가 맞물려 돌아가는 서울 서촌의 한옥 책방 일일호일. 일상에서 건강정보를 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건강의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는 힐링 공간이다.
건강책방이라고 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정보성 책만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일일호일에서는 건강과 관련한 의외의 책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100여 권의 책, 25개 섹션으로 구분해 다양한 주제로 건강을 이야기한다
“대형 서점의 건강 책 섹션은 나이 지긋한 분들이 건강 정보를 찾기 위한 곳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건강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차지하는데 왜 재미없게만 생각할까요.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에서 활발해지면 좋겠다, 그 중심에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방을 열게 됐습니다.”자그마한 한옥 책방에는 건강의 가치를 알리는 책들로 가득하다. 매월 소주제를 정해 기획전을 준비하고 1년에 한 번 대대적으로 책 갈이를 한다. 건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는데,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 심층 논의를 거쳐 보물 같은 책들을 선정한다. 2021년부터 매년 100권을 골라 ‘건강백서(健康百書)’도 발표하고 있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보다 빛을 보지 못한 숨은 명서를 발굴하려 애쓴다이곳 큐레이션의 대원칙은 ‘건강에 대한 재해석’이다. 몸의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챙기라는 의미에서 심리서적을 권하고, 번아웃 증후군과 연결해 여행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며 건강한 죽음 ‘웰다잉’를 말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비건 서적을 소개하는 식. 큐레이션을 보다 보면 ‘이런 책을 이런 톤으로 읽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들이 바라는 지점은 건강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 평범한 일상에서 챙겨야 할 건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소통을 이어간다. “이 공간에 와서 건강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책방에서 책을 읽고 건강한 음료를 마시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지금 내가 건강한 상태를 느끼고 힐링하고 있다’라고 여기면 건강한 시간이 되는 거죠.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만족 포인트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건강의 가치를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배롱나무가 심겨진 책방의 뒤뜰.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엔자임헬스의 김동석 대표가 직접 꾸민 정원이다. 도시인에게 치유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는 도심 한복판, 한옥 정원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고 쉬어 갈 수 있도록 오아시스 같은 휴식처를 만들었다
“요즘 책은 수명이 짧은 것 같아요. 신간으로 소개되다가 반응이 좋지 않으면 금세 잊히죠. 책은 기록이고, 기록은 오랜 시간 독자들과 호흡하며 쌓여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 소명이 짧아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책을 고를 때도 신간보다는 구간에,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일일호일 책방지기인 김민정 엔자임헬스 콘텐츠 사업 본부장(왼쪽)과 유혜미 일일호일 부문장. 3년 전 책방 문을 열 때부터 두 사람은 일일호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