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마타나, ‘명상주제(業處)’에 대해서
‘청정도론’에선 40개 주제로 제시
일·직업·직장으로 번역되기도
수행자 행해야 할 일·실천수행
40개 주제가 각각의 명상법
명상 대상 명확히 보여주는 것
‘초기불교명상’이란 주제의 전체 구성 내용에서 초반부 서론을 마쳤다.
지금부터는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법들을
하나하나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에는 ‘깜마타나(kammatthāna, 명상주제)’라는
수행 전문 용어의 어원적인 의미와 해석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필자가 글을 계속 써나가는 데 있어서
자주 언급할 중요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팔리어로 ‘깜마타나(kammatthā na)’는 ‘깜마’와 ‘타나’의 복합명사이다.
‘깜마(kamma)’는 행위나 일(業) 등을 의미하고,
타나(thāna)는 장소(處)를 의미한다.
그래서 한문으로는 업처(業處)라고 번역했는데,
업처라는 한역이 우리에게는 아리송송하게 그 의미가
선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팔리 영어사전은 깜마타나를 ‘일터, 직업, 일(행위)의 토대’ 등
여러 가지로 번역했다.
어원적인 뜻으로만 볼 때,
왜 이 단어가 ‘명상주제’라는 의미로 쓰였을지 의문이 든다.
‘깜마타나’라는 단어 자체에는 명상과 관련된
어떤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경전의 용례를 몇 가지 찾아보았다.
초기경전에는 깜마타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수바 경(M99)’에서는 예외적으로 스무 번 넘게 등장했다.
그러나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재가자의 일이나 직무’,
혹은 ‘출가자의 일이나 직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였다.
그런 반면 ‘까사빠만디야 본생담’에는 이런 내용이 언급된다.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삶에 혐오감을 느낀 뒤
출가하여 종교적인 일(kammatthāna)에 전념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과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여기 본생담에서는 수행자들이 해야 할
‘일이나 직무, 실천수행’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청정도론(淸淨道論)’에서는
아예 ‘명상주제(meditation-subjects)’라는 의미로 확정되어 쓰여지고 있다.
예를 들면 ‘사마타 깜마타나’와 ‘위빠사나 깜마타나’이다.
즉 사마타 수행을 할 수 있는 명상주제들과
위빠사나 명상을 할 수 있는 명상주제란 의미이다.
토론이나 발표, 인터뷰를 할 때는 특정한 주제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명상수행을 할 때도 반드시 명상주제가 필요하다.
깜마타나와 관련하여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농부가 일하는 일터는 어디인가요?
대장장이가 일하는 일터는 어디일까요?”라고 물으면
“논이나 밭, 그리고 대장간”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럼 학생들이 일하는 일터는 어디일까요?”라고 물으면
‘학교’라고 대답을 했다가
그 대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머뭇머뭇한다.
학생들의 일하는 일터는 학교나 학원, 공부방 같은 외적 공간이 아니라
바로 공부의 내용이나 주제를 가진 과목들이다.
마찬가지로 수행자의 일터도 사찰이나 명상 센터같은
외적 공간이 실은 아니다.
수행자가 해야 하는 일은 마음을 계발하여 선정이나 해탈,
깨달음의 결실을 얻는 일이다.
때문에 수행자가 일해야 하는 곳이나 일의 토대는
바로 호흡, 까시나, 부처님이나 죽음 등의 명상주제들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선정품에는
사마타명상과 관련된 명상주제들이 많이 열거되고,
‘대념처경’에는 위빠사나 명상주제들이 많이 제시된다.
또한 ‘무애해도(無礙解道)’에서도 명상주제들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청정도론’에서는 사마타 명상주제를 40가지로 확정하여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위빠사나 명상주제는
물질의 명상주제와 정신의 명상주제 2가지로 요약 제시한다.
그럼 40가지 사마타 명상주제는 어떤 것들인가?
‘열 가지 까시나’ ‘열 가지 부정상’ ‘열 가지 수념’
‘사무량심’ ‘사무색정’ ‘음식혐오상’ ‘4대분석명상’ 등이다.
이러한 40가지 명상주제들은 각각이
하나의 명상법이자 명상의 종류이고,
또 수행자가 일하도록 하는 명상의 도구이자
명상의 대상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 40가지 사마타 명상주제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호흡명상과 자애명상이다.
뿐만 아니라 붓다명상과 죽음명상, 4대분석명상 등도
현재까지 많이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방법들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10월 12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