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한 교회가 모처에 빌딩을 구입해 선교 센터로 꾸몄습니다. 세미나실과 예배실, 선교사 쉼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에 문을 열었는데, 화려한 시설에 비해 저렴한 사용료나 무료 주차장 등의 편의 시설이 장점으로 꼽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2층 로비는 카페로 꾸며 놓고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와 음료, 다과와 빵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인근에 살던 타 교회 교인인 A 씨는 손님을 만나려고 이 카페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A 씨는 이 카페에서 만드는 커피나 음료의 맛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전문적인 바리스타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이 없었고, 생과일 주스는 과일이 아닌 과일 향을 첨가한 것이었으며, 레몬에이드는 얼음물에 레몬 두 조각을 넣어서 주더랍니다.
알고 보니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이 이 교회 집사들로 '커피'를 만드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이런 카페를 운영해 본 일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집사님, 요즘 바리스타 양성 학원도 많은데 제대로 배워서 커피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 가관입니다.
"그럴 필요를 못 느낍니다. 장사할 것도 아니고 대부분 같은 교인들이라 그냥 헌금한다고 생각하고 드시는 거죠. 그리고 뭘 그리 따지세요. 그냥 믿음으로 드세요."
'맛 없어도 믿음으로 먹으라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헐!!"이었답니다.
A 씨는 졸지에 믿음이 없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이곳은 교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꽤 많이 드나드는 곳이고, 과연 자신들이 직접 임대료를 내고 가게를 운영한다면 이런 자세로 일을 할까 싶은 생각에 씁쓸해지더라는군요.
"장로님, 사진이 이게 뭐에요?"
또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 직장에 제출할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찍기 위해 인근에 있는 한 사진관을 찾은 B씨는 들어서자마자 주인의 '전도'를 받았습니다. "인상이 좋다. 예수 믿으면 진짜 좋겠다. 교회는 다녀 봤냐" 등 사진을 찍는 동안에 계속 전도를 하면서 집 주소와 가족 사항까지 물어보는 통에 너무 불편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이 주인은 모 교회의 장로님으로 스스로를 '전도왕'이라고 소개를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나한테 한 번 걸리면 교회 안 다니고 못 배깁니다"라며 겁을 주더라는군요.
B 씨는 빨리 사진이나 찍고 가려고 대충 응대를 해 줬는데, 10분만 기다리면 사진을 바로 현상해 주겠다며 음료를 대접하고는 컴퓨터로 사진 리터칭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전도를 하기 시작하더라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서 드디어 사진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본 B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더랍니다. 알고 보니 이 장로님이 컴퓨터 실력이 없어서인지 사진 원본에 지나친 리터칭 작업을 해서 원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B 씨는 항의를 했습니다. "도대체 사진을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떻게 사용합니까?" 그러자 장로님 왈 "내가 사진 실력은 좋은데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그래도 요즘은 다 그렇게 사용하니까 괜찮아."
그러면서 나오는 뒤통수에 대고 "꼭 교회 나와"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연락처를 안 가르쳐 준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입으로는 '할렐루야', 업무는 '놀렐루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사례를 소개합니다. 광고 책자를 발행하는 회사에 맥디자이너로 입사한 C 씨의 사례입니다. 평소 교회 청년부 회장을 할 정도로 믿음이 좋던 C 씨는 지난 2007년 이 회사에 갓 입사를 하고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속 상관이던 팀장이 어찌나 믿음이 좋은지 약 10여 명 정도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거나, 출근하면 책상에서 기도를 하고,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도 반드시 기도를 하는 등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은 청년부 회장이지만 불신자들 앞에서는 믿음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는데, 그 팀장을 보면서 자신의 믿음이 없음을 뉘우쳤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이 팀장의 믿음이 실생활에 열매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퇴근 시간까지 사무실 전화로 업무용 용건은 거의 없고, 집사님, 목사님과 긴 시간을 통화를 하거나 교회(남선교회) 일 때문에 전화기를 붙잡고 있고, 심지어 교회 행사 유인물을 회사 복사기로 만들거나, 편집 디자이너에게 교회 팜플릿을 맡겨서 일을 시키기까지 하더라는 것입니다. C 씨는 그 팀장이 도대체 회사를 다니는 건지 교회를 다니는 건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회에서만 '일꾼', 세상에서는 '훼방꾼'
위의 세 가지 사례는 필자가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확인을 위해 카페와 사진관을 직접 가 보기도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제보자들의 말과 다름이 없더군요. 커피를 파는 카운터에는 선교 헌금 통이 놓여 있었는데,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돈은 헌금함에 넣도록 했습니다. 가게 종업원들은 교회 여전도회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자신들이 임대 사업을 하는 게 아닌 '관리'만 한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제보자가 얘기한 사진관 입구에는 그 교회 담임목사의 대형 사진이 붙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걸려 있는 사진들만 봐서는 프로라는 생각보다는 사진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수준 정도였습니다. 세 번째 사무실 팀장은 이미 사직을 한 뒤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도 위와 유사한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은행 지점장이던 교회 장로는 은행 돈을 편법으로 교회 건축비로 유용해서 발각이 되는가 하면, 건축업을 하는 모 교회 장로는 평소 건축비를 부풀리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자재를 사용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고, 에어컨 업자였던 한 장로는 고객을 속이고 중고를 새 것으로 판매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위 '믿음'이라는 말과 '대충'이라는 말의 의미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믿음이 있을수록 세상의 일은 대충합니다. 교회에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충성을 하지만, 직장에서는 최선은커녕 오히려 훼방꾼이 돼 버립니다.
"세상일은 열심히 하지 마라?"
기독교인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목사의 설교가 큰 영향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교회와 세상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일은 상급 받는 일이요, 세상의 일은 썩어 없어질 일이라는 도식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대충' 살아야 되고, 더 나아가 '세상일에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하나님이 싫어하신다'는 인식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 과거 '호피 무늬'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거의 교회 장로와 권사들이었으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강부자'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교인들입니다. 얼마나 이들이 세상을 대충 살았는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이 소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
이런 태도를 취하는 교인들에게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양과 염소의 비유를 언급합니다. 왼편의 염소들을 향해 말씀합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 저희도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벗으신 것이나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공양치 아니하더이까, 이에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리니,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 25:42-46)
추측하건대 이 염소들은 예수님을 위한 일만 했습니다. 즉 예수님이 계시다고 믿었던 교회 안에서 이것저것 열심히 했겠지요. 제사장을 대접했거나, 교회를 건축하거나 헌금을 하는 등, 반면에 양들은 오히려 '예수님이 없는' 세상 밖에서 버림 받았던 나그네들과 고아들을 돌봤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예수님을 교회 안에 가둬 놓습니다. 최선을 다해 배워서 최고의 커피 맛을 내고 싼 가격에 주민들을 섬기고, 최고의 사진 기술을 배워서 이웃들에게 칭송을 받는 장로님,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 주는 부장, 과장 집사님, 꼼꼼하고 빈틈없는 공사를 하기로 소문 난 업체의 사장 장로님 ……. 여러분이 보시기엔 이들이 '세상의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지금도 어디선가 예수 믿는다는 것 하나만 믿고 자신의 업무를 '대충' 때우려는 교인 여러분. "이 소자(세상의 소외자)에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안 드십니까? 여러분의 목사님은 "주의 종(목사)을 대접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대접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칠 테지만요.
첫댓글 저도 얼마전에 벧엘교회 어떤 목사님이 얼마나 까칠하게 굴던지 혼났습니다. 생각같아서는 신대원 몇학번인지 물어서 혼내주고 싶었지요. ..저도 물론 조심해야겠습니다. 요즘 쌈닭이 너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