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시간, 그 앞에 서서
---23회 동문 졸업 40 주년에 부쳐
윤 석 산
경동, 생각만 하여도
이내 가슴이 설레이는 이름, 그 이름
우리는 참으로 먼 시간을 달려왔구나.
옛성 밖 뫼 뿌리에 우뚝 선
우리 경동,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이렇듯 다시 우리는 모여들었구나.
비록 길지 않았던 점심시간이지만 도시락을 먹고는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올라가 앉아 있곤 하던 나지막한 민둥산
실상 우리는 그때 늘 민둥산의 헛헛함 하나쯤은 안고 있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채워질 수 없는 먼 하늘 한 자락
그 시절 우리는 가슴에 품고 살았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나지 않는 신작로,
늘 우리의 마음 속 멀리멀리 벋어가고 있었다.
그때는, 그때는,
그때는 우리 모두 그랬었다.
가건물로 지어졌던 음악실 옆으로는
늘 봄 햇살 옹기종기 따스하게 모여 있었고
쉬는 시간이면,
우리는 그 햇살 속 반짝이며 떠다니는 音表 마냥
도란도란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때로는 여드름 굵은 아이들 몰래몰래
음악실 담벽에 숨어 알지도 못하는 매캐한 담배연기에
나른히 취하기도 했었다
경동,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저려오는 이름
아직도 우리는 그 빛나던 돈암의 언덕 위에 서 있구나.
높을 高자 반짝이는 그 교모를 쓰고
아직도 우리는 그 햇살 밝게 떨어지는 교정을 지나고 있구나.
“삼각산 높은 봉은 기상이 씩씩하고
한강수 맑은 물은 마음도 깨끗하다.“
교정 철봉틀 아래에는 어깨가 큰 아이들이 매달려 있고
강당 한구석에는 상단문학회를 준비하는 문예반 아이들의
시낭송 소리,
미술반, 도서반, 규율반, 야구부, 배구부, 유도부....
교실 교실에는 우리의 선생님들
백묵가루 풀풀 날리는 칠판 앞에서 우리의 눈, 우리의 귀,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기 위하여
입시만이 아닌, 시험만이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 開眼의 시간 우리에게 주시곤 하셨다.
40년의 시간, 우리는 얼마나 잘 달려왔는가.
우리가 읽던 책이며,
선생님들의 그 준엄한 가르침
우리는 얼마나 많이 배반하며 그 젊음의 시간을 거슬려 왔는가.
귀밑에 흰머리가 생기고,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가 다니던
그 시간을 다시 지나가고,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기 시작하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입구에 서서
우리는 오늘도 그 시절의 소년이 되어 서성이고 있구나.
“옛성 밖 뫼뿌리에 우뚝 선
우리 경동
모여든 즈믄 아이 배우는 마당일세.“
우리의 합창은, 아 아 우리의 교가는
그 빛나던 젊음의 돈암, 그 언덕에서
오늘 다시 우렁찬 함성으로 살아나고 있구나..
첫댓글 윤교수는 현재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일년간 연구 체류중에 졸업40주년 특별시를 보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석산이 성님 정말 고맙네... 미국에서 우리의 40주년을 위해 멋진 시를 ~~~ 울 친구들께 확실히 드리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마운 일이네요.
감사합니다..옛날 생각이 납니다..
반갑습니다.. 오래된 추억들이 현재인것처럼 느껴집니다 .. .
옛 추억을 일으킵니다.
40년 전 우리의 모습이 생생한 글입니다..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