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타고 놀던 날
뭉게구름 솜털 구름
창가에 내려와
천상의 놀이공원
구름 마차 대령이다
푹신한 안락의자
펼쳐지는 신세계
꿈인 듯 생시 인 듯
개미 같은 사람들
모두가 입을 막고
헉헉거린다.
낙엽
퇴색된 색동옷
숨소리마저 죽인 채
먹구름 속
비바람에 흩날리며
처절한 몸부림이 애처롭다
한 시절 푸르던 잎
엄마 품을 떠난
빈 영혼의 그림자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의 메아리 되어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매미소리
여름이 왔다고
맴맴맴
여름이 떠난다고
맴맴맴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
맴맴맴
귓전을 두드리며
좋은 소식 온다고
맴맴맴
코로나 바이러스
내가 데려간다고
맴맴맴
고맙다는 답례로
나도 따라
맴맴맴
미나리 심던 날
당산나무 옆 진흙밭
까치발 세워
미나리를 심는다
언니와 엉덩이 치기에 밀려
처음 해 보는 머드팩
웃음보 터졌다
옆집 옥이 그네 타고
복실이 꼬리 흔드는
한가로운 오후
9살 언니등에 엎힌 아기
살랑거리는 엉덩이 춤에
잠들어 고개가 넘어간다
은빛 햇살 양지쪽에
아이들 꿈따라
미나리는 자란다.
백운호수
오리배 한가로이
마중하는 곳
정다운 걸음마다
봄이 따라 걷는다
연초록 숲길
가슴 젖어 물들이고
발맞추는 연인들의 정겨운 모습
사랑이 익어간다
빛 바랜 벤치
그리움 앉혀놓고
흐르는 음악 선율따라
시간이 멈춘 오후
라떼 하트 속에
스며드는 그대 얼굴
차라리 지우려는 몸부림
사랑을 앓는다.
벌초하던 날
햇살은 일찍 내려와 풀잎에 누웠습니다
오빠 예초기 소리에 놀란 벌 한 마리
흰 수건 쓰시고 콩밭 고랑 헤집으며
5남매 걱정 뜯으시는 어머니
은빛 등 자랑하며 살랑거리는 콩이파리 사이
엄마가 보일 듯 까치발을 세웁니다
검정고무신 신고 밭둑에 올라
나뭇가지 꺾어 들고 지휘하던 노래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엄마 아버지 봉분 위로
노래 실은 나비 날갯짓하고
하얀 수건 툭툭 털며 밭둑에 오르시는
엄마 모습 아련합니다.
사랑이 뭐길래
그대 생일날
서로의 일정 속에
맞이한 늦은 오후
카페라테 하트 속에
사연 묻어 놓고
할 말을 잊은 채 바라만 보았지!
서울대병원에서
손사래 쳤던 훈장
차마 안고 와야만 했던 그 날
마주하고 있어도 못다 한 사랑
열차예약 시간 앞에 애틋함을 안고
바라보는 눈빛 속에
아려오는 가슴
사랑이 뭐길래
이리도 아픈 것일까?
새벽기도
꿈나라 여행
귓전을 간지러대는
알람소리에 잠을깬다
발끝 차기 다리 털기
닫힌 조리개 열면서
새벽을 맞이한다
아카시아 향기 카펫 위로
동산 숲길 걸으며
여명 속 새날의 만남
성전을 향한 발걸음에
주님의 미소 짓는 모습
앞서 걸어가신다.
시를 낚는 사람들
한 주간 글 밭 일궈
두레박 퍼 올리는
그곳에 가면
사계절 넘실대며
맑은샘물 솟아올라
두레박이 찰랑거린다
한 편의 시에
영혼이 머무는
언어예술 동아리
지성과 감성의
창작 꽃 피우며
심해에 빠져든다.
실습시간
환자와 보호자
응급실 차가운 의자에
시간을 내려놓고
버텨야 하는 운명
다섯 시간 만에
불러주는 이름
그래도 행운이다
코로나 검사 줄지은 사람들
흰옷 입은 천사들
애처로운 눈길
배를 움켜잡던 사위
급성 담낭염 진단
수술대에 올랐다
하룻밤 사이
생명 끈 줄줄이 달고
초췌한 모습
건강의 소중함이 뭉클한 시간
버거운 삶의 한 페이지
말없이 넘어가고 있다.
옹알이
뽀얀 살결
해맑은 미소
티 없이 맑은 아가
옹알이 시작하며
할미 마음
풍선 띄우는 아가야
반짝이는 눈 맞추며
천사처럼 오는 모습
가족의 힘
너에게서 오는구나
김해김씨 안경공파
세상을 비출 빛 하나
겸양과 미덕을 겸비한 김세겸
노을에 물들어가는 할미
온 세상을 얻은 듯
너를 안고 미소짓는다.
잔설
천사들이 만든 세상
다독이고 덮어주며
고운 예기 남긴 자취
아쉬움 안고
떠나지 못한 잔설
서성거리며 앉아있다
양심을 파고들며
죄의 목록 펼치는 잔설
숨어 사는 죄보따리
풀어놓으라 하네
새벽닭이 울고
여명이 열리면
한 송이 꽃이 되어
주님을 찬양하리라.
코스모스 언덕
코스모스 피는 언덕
초록 이파리 어루만지며
살포시 내려앉는다
살갑게 안겨 오는 빗방울
외로움 달래며
조용히 속살거린다
목마른 대지 어루만지며
젖은 그리움 물드는 아침
커피 향 퍼져가는 창가에서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보슬비 내리는 날이면
왠지
그대가 더 보고 싶다고...
기흥호수
용인 팔경을 자랑하는
기흥호수
자전거 페달 밟는 사람
느린 걸음 빠른 걸음
홀로 팔을 젓는 이들
밍크털옷 눈길 끌며
앞서는 푸들 따라
가벼운 걸음 재며 걷는다
따스한 햇살 내려앉은 자리
오리가족 정겨움에
사랑 한 줌 붙잡고
서산에 붉은 접시 하나
명심보감 펼치는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카페 게시글
일반 게시판
이복순 시인글 구름타고 등
소우주
추천 0
조회 34
24.05.23 19:3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