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한날 : 2009년 10월 10일(쌍십절)/토요일 산행한곳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 - 서북능선3거리 - 귀떼기청 - 대승령 - 안산 - 십이선녀계곡 - 남교리 함께한님 : 뫼오름님
산행느낌 설악!!! 서북능선 한번쯤은 꼭 오르고 싶었던 그곳 안산. 무박산행 일정이 잡혀지고 산행거리 만만치 않은데 건강이 따라줄지 수술후 꾸준히 걷는 운동과 산행으로 몸은 많이 회복되었는데 그래도 조심하는 김에 더 조심을 해야 하는것은 아닌지 마음 한켠 불안하다.
추석연휴 홀로이 대전둘레 산길 잇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설악산 산행에 자신감은 갔었는데 설악산 산행후 다음날 구병산 부부동반 산행일정이 잡혀있어 한참을 고민을했다.
다행이 공룡능선 코스와 4시간 산행시간 차이가 있으니 천천히 걸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 그렇게 생각하니 편안함일까 스스로 위안일까? 그래 가자 가을 설악 단풍 보러 매스컴에선 설악 단풍이 7부 능선까지 내려왔다는데 그간 마라톤 한다고 가을 단풍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걱정하는 옆지기 도시락 싸주면서도 꼭 가야 되겠냐고? 남자들은 편안하단다. 산에가도 그냥 가면 되니까? 여자는 산에가도 여자가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남자는 안 그렇다나? 그런 말은 귓전에 들리지 않는다. 그냥 원두막에 버스 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나아가려고 자꾸 시계만 들여다본다.
원두막에서 생각지 못한 오천억님 만나고 근 30분 뒤 늦게 도착한 버스에 오르니 만원이다. 빈자리 하나없는 1호차. 자리가 불편하다. 그래도 이리 저리 몸을 비틀면서 잠시 칼잠을 청하고 내설악 휴게소에 들려 부족한 것 준비하고 한계령에 도착하니 오름길이 주차장으로 변해있다.
새벽 3시 20분~~~ 뫼오름님과 좀더 있다 출발하자 이리 일찍 가면 일출도 못보고 어둠속에 설악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여기 있는 사람 다 보내고 출발하잖다. 그사이 월량님과 오천억님 찾아보다가 새벽 한계령 쌀쌀함을 잊고자 어묵 한 그릇 사러간사이 월량님이 올라갔단다.
불러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로 들려오는 그대여. 설마 능선 3거리에서 기다려 주겠지 그런 마음으로 따뜻한 어묵 한 그릇하니 속이 좀은 훈훈해 졌지만 연신 도착하는 버스에 한계령 주차장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더 기다림이 지루해 성님 그냥 갑시다.
한계령 오름길은 인간 사슬 이었다. 정체와 오름길이 이어지면서 시간은 지체 되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 어차피 귀떼기청쯤에서 볼 일출 이라면 가면서 시간 보내는것도 괜찮을 듯 그래 가는대로 편안하게 가자. 다행이 초반 오름길 체력 소모도 줄이고 일거양득이란 생각도 들지만 답답한 마음도 있다. 1km 오름길이 1시간 걸렸다. 이러다가 일출도 못 보는것 아녀 그런 불안감은 잠시 다행이 내리막길 정체가 풀리고 힘들어하는 산꾼들 잠시 양보해주는 틈을 타서 서북능선 3거리 도착하니 한계령 주차장 출발한지 2시간이 넘었다.
서북능선 길 비박하는 사람들 타프와 침낭 그리고 어지럽혀진 식사도구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많은 안타. 등로길 바로 옆 잠을 자려거든 짐 정리좀하고 자지 오고가는 산꾼들 발걸음 때문에 잠도 못자고 그런 내 마음도 들지만 비박의 매력에 빠진 저 산꾼은 내 속마음을 알리 없겠지?
음력 스무이틀 새벽이지만 그래도 달빛이 훤하다. 하늘 별빛 또한 똘망 똘망이고 찬바람도 없고 좋다. 설악의 멋진 모습을 어둠속에 묻고 가지 말고 여기 바람도 없으니 잠시 쉬었다가 새벽 여명이 밝아오면 갑시다 하고 발걸음 주저 안치고 앉아서 간식도 먹고 시간을 보내는데 슬슬 졸리옵고 싸늘한 공기가 파고드니 몸이 식혀지는 듯.
뫼오름님과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귀떼기청으로 옮겨 봅니다. 일출 시간에 맞추어서 천천히 달빛이 좋습니다. 달빛 아래 산길을 걸어 보는것이 정말 모처럼인듯. 불청객으로 새벽잠을 깬 산새들 울음소리도 가끔 양념으로 들리면서 산행길 흥을 불어 넣어 주네요.
귀떼기청 너널지대는 생각보다 넓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겨울 설악을 찾았을 때 눈이 많이 내리면 등로길을 찾지 못할까봐 기둥과 밧줄을 연결해놓아 그 줄을 따라 귀떼기청으로 향하는데 설악의 주능선 대청봉 주변으론 아침 일출을 예견하는 붉은 띠가 만들어 지는 황홀감입니다.
일출시간이 7시 전, 후쯤 예견하고 귀떼기청으로 향하는데 정상을 얼마 두고 빨강 동그란 불덩이기 수줍게 고개들어 인사를 합니다. 설악을 올 때면 대청봉에서 멋진 일출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한계령으로 오르면 일출을 봅니다.
귀떼기청의 일출은 그리 황홀하지도 환상적이지도 못한 그냥 그저 그런 일출로 마감을 합니다. 그런데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 계곡으로 여기저기 솜사탕 같은 운무가 환상적으로 깔려 탄성을 자아냅니다. 아 좋다. 너무 좋다. 이 맛에 그 먼길 잠 못자고 올라오지요.
귀떼기청 정상은 아침밥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입니다. 난 뫼오름님과 오면서 만난 들국화향기님과 귀떼기청 내림길 넓은 비박자리 잡고 편안하게 아침밥을 먹습니다. 가져간 죽순 주 한잔하니 속도 따뜻해지고 좋습니다. 이젠 세상이 훤해 졌습니다. 대청봉을 올라선 햇살이 설악의 계곡을 파고드니 햇볕에 반사된 능선은 눈부심과 황홀감 으로 가슴 팍팍 뛰게 만듭니다.
오늘 가야할 길 그리고 가장 기대감을 갖고 찾아온 안산이 저 멀리에서 빨리 오라 손짓하지만 너 그러지 말고 좀 느긋하게 기다려 달라 응답하고 좌측으로 펼쳐지는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능선과 우측 공룡능선 사이 짧게 자리한 용아를 바라보며 설악의 비경에 푹 빠져 봅니다.
작은 오름과 내리막길의 연속. 능선에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계곡 그리고 그 사이 살아 꿈틀대는 운해 수은주가 상승하면서 운해의 모습도 머리를 풀어 헤치고 하늘로 승천할 준비를 하고 고도를 낮추면서 색색으로 곱게 물들인 단풍들이 널다란 평원의 광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을 가뭄이 심해져서 귀떼기청을 비롯해서 주능선은 단풍으로 채색도 하기전 다 말라 가랑잎으로 변해 바닥을 뒹구는데 저 아래 계곡 주변의 나무들은 곱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발걸음 이 단풍보는 맛에 힘든줄도 모릅니다. 단풍 곱게 자리한 곳곳에 기암괴석이 불끈 불끈 솟아 힘을 더하고 그 바위들 사이 모진 풍파 헤치고 생명력을 이어가는 나뭇잎들도 한껏 멋을 더하니 이 어찌 여기가 천국이 아니더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뫼오름 성님하고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고 멋진곳 찾아 사진도 찍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대승령에 도착을 합니다. 난 설악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을 비로소 여기 대승령에 와서 알았습니다. 설악산 천연보호 구역 천연기념물 제171호.
이곳은 장수대에서 올라온 인파와 만나면서 시끌벅적 입니다. 서북능선 걷는 동안 적적치 않을 정도의 산꾼들 사이 발걸음이었는데 여기는 산정이 시끄럽습니다. 뫼오름님 준비한 육포와 내가 가져간 소시지 꺼내 죽순 주 하나 비우고 뫼오름님 배낭속 양주 한 모금씩 하니 조금은 알딸딸해 지려 합니다.
그 와중에 젊은 외국이 작은 배낭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우리를 추월해서 달음박을 합니다. 부러운 모습 이방인에 비친 우리 설악의 모습은 어떠할까 크게 파이팅을 외쳐주니 함박웃음에 고마움으로 답을 하면서 저 멀리 사라집니다.
안산으로 가는 갈림길 3거리 간단하게 로프 하나 메어놓고 허술한 표지판 하나가 전부입니다. 마음의 갈등 없이 안산길로 접어들자마자 펼쳐지는 또 다는 비경은 감탄이 저 절로입니다. 가까이 안산이 잡히고 내가 오늘 걸어온 귀떼기청은 저 멀리 희미한 모습입니다.
그 뒤로 끝청 중청 그리고 대청봉. 좌로 화채능선 설악의 보금자리가 한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은 감히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눈으로 담아 옵니다. 그저 좋다. 이리 좋은데 잘 왔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 비경이요 절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발걸음이 더디어 집니다. 산행길에서 만난 산우님들과 설악의 비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작은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합니다.
안산에 드디어 도착입니다. 배낭을 벗어놓고 가볍게 안산에 올라 봅니다. 이곳에 오르니 설악이 다 내 품에 품은듯 다 내것인듯 행복입니다. 물질적으로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 배가 부릅니다.
시간이 많다면 여기서 오래도록 머물면서 가을 햇살과 설악 바람을 가슴 가득 만끽하고 푼 그런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저녁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얼마나 가슴 시리도록 멋질까? 하지만 여기서 지금 이 순간도 행복인데 더한 호사를 바라지말자 하고 올라온 길 다시 내 딛는 발걸음은 아쉬울 따름입니다.
함께오른 산우님과 점심상을 함께합니다. 함께 안내 산악회 청솔따라 왔는데 더 이상 물을 것도 없습니다. 조촐한 밥상 그저 좋은곳에서 먹으니 더 꿀맛입니다. 뫼오름님 배낭 양주마저 꺼내 맥주와 폭탄주를 만들어 홀짝해 버립니다.
그 폭탄주가 내려오는 길 지루함을 달래 주지 않았나 합니다. 점심을 끝내고 십이선녀 계곡으로 급경사 내리막길 배낭을 메고 올랐으면 안산 정상에서 능선으로 걷다 오른쪽 계곡으로 떨어지면 될듯한데 그러지 못하고 곧장 계곡으로 떨어지니 어데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올라왔는지 십이선녀 계곡을 하산하는 내내 산꾼들의 발걸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십이선녀 계곡은 물이 말랐고 대신 단풍은 곳곳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빨간 단풍잎이 햇볕에 투명되니 그 빛깔이 고와서 눈부심입니다. 그 눈부심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빨간잎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성님 인생 뭐 있어 이 계곡에서 발바닥 열기좀 잠시 시키고 가자고요. 그려 그럼 그렇게 하지 뭐 계곡물에 담가진 내 두 발은 너무도 계곡물이 차가워 오래 버티지를 못합니다. 발바닥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전율이 머리까지 삐쭉하게 뻗어 올라오는 기분 그 기분에 알탕도 하는데 그것은 하지 못해도 족탕도 좋고 흐뭇합니다.
대전에서 설악으로 올때 버스가 3대 왔는데 이 코스로 산행시간을 10시간 잡았는데 이 데로 가다가는 근 12시간이 걸릴듯해서 뫼오름님 조금 빨리 하산을 하자면서 먼제 내 달려 갑니다.
하지만 십이 선녀 계곡의 곳곳에 숨어있는 멋진 그림들 카메라에 담다 보니 뫼오름님 뒷모습 찾기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하산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때 올라오는 산행객들도 많아 그들을 비집고 하산하는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산길 땀이 날 정도로 빨리 움직이다 보니 남교리까지 거리가 자꾸만 짧아집니다. 그래도 처음 대하는 십이선녀 계곡은 지난 수해로 많이 넓어졌다는 생각과 계곡 바닥 하이야 속살이 따스한 햇살과 파아란 하늘이 어우려저 저 계곡 돌침대위에 벌러덩 누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인데 앞서가는 뫼오름님 발걸음을 묶어둘 수 가 없네요.
어느새 남교리 주차장 관광버스로 만원입니다. 식당 또한 산꾼들로 시장터를 방불케 하고요. 이리 저리 둘러보니 우리가 타고온 청솔차가 보이고 그 한켠 배낭이 한줄로 쭉 놓여져 있는데 그 끝에 배낭을 두고 앞에서 숫자를 세어보니 20번 이내가 되는 듯. 다른 사람보다 늦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배낭을 풀어놓고 보니 월량님과 오천억님 보입니다. 원망석인 투로 환자를 버리고 갈수있습니까? 투정아닌 투정을 부려 봅니다. 귀떼기청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만나지 못해서 그냥 하산을 하셨다네요. 누가 그 마음 모르겠습니다. 그저 기다려준 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점심도 아니 드시고 우리보다 1시간 30분은 먼저 하산하셨나 봅니다. 안내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치찌개에 밥 한 덩어리 말아 막걸리 3잔을 합니다. 그리고 한참을 더 기다려서 백담사로 하산한 사람과 남교리 하산한 사람 만차를 태워 대전으로 출발하는 1호차에 몸을 싫었습니다.
대전으로 떠나는 2호차쯤 만 타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1호차 타고 산행후 몸 컨디션도 별 무리가 없는듯 처음 걸어 본 설악의 서북능선은 이 가을 커다란 선물을 가득 담은듯해서 그저 입가 미소 가득입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신 뫼오름 성님 고맙습니다.
한계령 慰靈碑
인간 사슬띠~~
능선 3거리 여기까지 올라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일출의 향연은 이렇게 시작 됩니다.
서서히 여명 불빛에 훤해집니다. 마주하는 가리봉 능선.
귀떼기청을 얼마 앞두고 해가 떠 오릅니다.
멀리 운해가 멋지게 깔려 있습니다.
오늘 걸어가야 할 안산이 저 멀리 보입니다. 하산하면서 바라본 귀떼기청..산정에 어찌해서 너널지대가 만들어졌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햇살이 들어오면서 카메라 촛점이 어데를 잡아야할지?
오늘 산행길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뫼오름님.
저아래 멋들어진 모습.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꼭 올라보고 싶습니다.
좀더 가까이 운해가 다가 옵니다.
이젠 제법 햇살이 들어 옵니다.
하늘도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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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너른숲 山行 그리고 Marathon 원문보기 글쓴이: 너른숲
첫댓글 형님 정성껏 쓰신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날 소월따라 한계령에서 새벽 2시 50분경 출발해서 공룡으로 내려왔습니다.^^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랜턴빛중에 형님것도 있었군요.^^
대단허이....2박3일에 갈껄 무바그로ㅠㅠㅠ
설악단풍 맛보려면 당연히 그정도는 감수 하셔야...우야튼 서락을 서락이다..
운해와 일출이 참으로 장관일세...난 떨어지는 낙조를 찍고 친구는 떠오르는 태양을 찍고...
헐~~~ 모든분들이 소설을 씀니다요 그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