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다. 숱한 우연들과 그로 인한 만남들.
그리고 해답없는 미스터리 같은 일들이 바로 우리의 삶 자체일 수 잇다.
짐 자무쉬 감독과 빌 머레이가 [커피와 담배](중 딜리어룸)에 이어 다시 손
잡은 [브로큰 플라워]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유머러스한 사색이다.
거실에서 텔레비젼으로 [돈 주앙의 모험]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돈(빌 머레이)은 함게 살고 있던 애인, 셰리(쥴리 델피)가 자신을 떠
나가던날 발신자 없는 분홓색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타자기로 친 편지에는 돈 몰래 낳은 아들이 19세가 됐는데 아버지를 찾아 여
행을 떠난 것 같다고 적혀 있다. 젊은 시절 '돈 주앙'처럼 천하의 바람둥이였
던 돈은 절친한 이웃 윈스턴(제르피 라이트)의 권유로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
아 여행에 나선다.
여행길에 그는 로리타라는 딸과 홀로 사는 로라(샤론 스톤), 히피 처녀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의 단정한 아내가 된 도라(프랜시스 콘로이), 유명한 동물 의
사 소통사가 된 르멘(제시카 랭). 거친 남자들과 함께 살며 남자처럼 터프해진
페니(틸다 스윈슨) 등 자신이 젊은 시절 사랑햇던 여자들을 차레로 만난다.
마지막으로 이미 죽어서 땅에 묻힌 미셸 페페의 무덤까지 찾아갔다가 페니의
남자 친구에게 얻어 맞는 상처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자신의 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젊은 청년과 마주한다. 청년과 헤어지고 돌아서는
돈의 옆으로 또 다른 청년 하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차를 타고 지나간다.
돈은 이 여행에서 아들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여행에서 돌아
온 후 만난 청년이 과연 돈의 아들일까. 자무시는 이에 대해 어떤 대답도 내려주지
않는다. 대신 영화 곳곳에 편지지 .타자기, 분홍색 꽃 등 여러가지 단서처럼 보이는
것들을 흩뿌려 놓는다. 돈이 여행 도중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
들을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 코막하면서도 가슴 찡한 영화
를 보면서 이리저리 단서를 짜맞추며,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이 감상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이러한 관객의 노력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지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연한 사건 자체가 인생일 수도 있음을, 돈의 여행이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
을지라도, 자신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여행이었을 수 있음을,
더 나아가 인생의 매 순간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들로 가득한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알려 준다.
이 같은 전언은 빌 머레이 특유의 연기로 인해 빛을 발한다.
시종일관 무표정하면서 과거의 연인들 앞에서 미세하게 변하는 머레이의 표정 연기
는 그 자체만으로 경이를 느끼게 한다. 마치 그의 모습이 영화 그 자체인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돈의 과거의 연인으로 잠깐씩 등장하는 줄리 델피, 제시카 랭,
샤론 스톤, 등 특급 스타들의 공연을 보는 것도 재미다.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브로큰 플라워'는 독특한
미덕이 넘치는 영화이다.
첫댓글 아직 완젼한 할멈이 아니기에. 제가 이해하기엔 너무 커다란 인생이 담긴 영화였어요^^; 혜영님 감사합니다. 아주 잘 읽었어요~~~~^^
비데오로 나왔나요? 줄거리를 보니 너무 보고 싶네요....
앗! 교수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다니....^^ 젊은 사람들이 보면 매우 심심할 영화이고 우리 세대가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어요. 아직, 상영중인 영화인데 (그것도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만) 한번 알아볼게요.
올려야지 하면서도 못 올렸는데 제가 너무나 늦었네요.. 이런.. ^^ 근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최근에 제가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중에 좀 처럼 볼 수 없었던 영화였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