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가난한 부자로 살게 하소서
솔향 남상선/수필가
현대인들은 누구랄 것 없이 물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가뭄에 콩 나듯 온혈가슴으로 단비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어 세상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큰 줄기는 인간성 상실로 가고 있으니 우려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세인들이 생각하는 삶의 기대치나 소망하는 것을 일별(一瞥)해 보면 권력가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어 남부럽잖게 잘 사는 것을 소망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어디서든 제 일인자가 되어 명성을 떨치는 것을 선망하고 있다. 너무나 각박하기 이를 데 없다. 자신의 꿈이나 자식 교육의 목적에 모두 쏠려 있으니 지극히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이랴. 삶을 추구하는 걸 봐도 자신이 잘 사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남이나 국가는 어떻게 되든지 관심도 없다. 자신이나 자식이 잘되는 것만 신경 쓰고 있는 흐름이니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문헌상에 나오는 신기한 그릇 하나를 소개하겠다.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절반 정도 채우면 반듯해지며, 텅 비우면 기울어지는 그릇이니 요지경 속이라 하겠다. 노나라 환공의“의기(欹器)”라는 그릇이 이러했다. 쉽사리 볼 수 없는 그릇이기 에 성현들이 좌우명으로 삼고 인격수양에 힘쓰던 그릇이었다. 이 그릇이 주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가득 채우지 말고 반쯤 비워 두라는 것이다. 실로 중용(中庸)을 기하는 삶의 방법을 교훈으로 깨우치고 있다. 무엇이 됐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니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따라 몇 년 전의 일이 왜 이리 되살아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마음 속 깊이 각인된 것이라 그러리라. 아니, 가슴 따뜻하게 사는 얘길 하려다 보니 연상된 것이어서 그러리라. 그 날도 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 온종일 안내 해설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퇴근했다. 저녁을 먹고 심한 복통이 일었다. 몇 년 전 응급실 실려 갔던 요로결석 통증 바로 그 증세였다. 그 때 마침 내가 살라고 그랬던지 지인 곽윤경 여사가 방문했다. 위급한 상황인 날 보고 선병원 응급실로 싣고 갔다.
이렇듯 복통이 심해 어쩔 줄 모르고 사경을 헤매다시피 방구석을 헤집고 기어다니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바로 곽윤경 여사였다. 곽 여사가 아녔더라면 사궁지수(四窮之首: 홀아비, 과부, 고아, 무자식, 중 첫째)로 혼자 사는 한 생명이 세상을 마감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생명의 은인이 삼성전자 캠페인 행사에 응모하여 1등 당첨으로 65인치 TV를 상품으로 받게 되었다. 그걸 기사를 동반하여 우리 집에 설치해 주고 간 미담 사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어렵게 받은 상품이니 자신이 쓰거나 아니면, 처분하여 자신의 궁핍한 생활에 활력소가 되게 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 배려심 많고 가슴이 따뜻한 천사는 역시 다른 데가 있었다.
아니, 역살적인 표현으로“가난한 부자임”에 틀림없었다.
초록동색(草綠同色)이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더니 여사는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분들이 한결같이 가슴이 따뜻하고 훌륭한 분들이었다.
여사는 열 게가 훨씬 넘는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강의를 잘하는 명강사로 유명세를 타는 인물이다. 그러기에 전국 예서제서 초빙하는 스타강사로 바쁘게 살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보다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여사의 심성이 천연기념물이었다.
자신은 가난하게 살아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따뜻한 가슴이 부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는“만인의 연인”으로 사는지도 모르겠다.
‘탐욕보다 큰 재앙은 없다.’고 한 노자의 명언을 일찌감치 터득한 여사였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지금의 형편에 기뻐하라.”는 철인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여사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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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가난한 부자로 살게 하소서’
“가난한 부자”인 곽윤경 여사 얘기를 하다 보니 김수환 추기경과 종교계의
거장인 한경직 목사님이 떠올랐다.
김수환 추기경이 살다 가신 흔적은 바로 신부복 1벌과 묵주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은 넉넉하고 여유 있게 부자로 사신 어른임에
틀림없었다. .
한경직 목사, 그는 한국 대형교회의 원조요 종교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분이다.
그런데도 소천하실 때에 남긴 것은 휠체어 1개, 지팡이 1개, 겨울 모자 1개뿐이었다.
당신은 춥게 지내도 성도가 그에게 선물한 오리털 점퍼는 시각장애인이 입고 다니게 했다.
그러기에 세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가난한 부자”가 아니겠는가!
욕심을 뺄셈으로 다스리고 자기 분수를 지키게 되면 그게 바로 안분지족(安分知足)인
것이다. 도덕경속의 가르침‘지족상락(知足常樂:족한 것을 알게 되면 항상 즐겁다.)’의
참뜻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도 가난한 부자로 살게 하소서’
나도 곽 여사의 열렬한 응원자가 되고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처럼
가슴 따뜻하고 가난한 부자로 살리라.
‘지족상락(知足常樂), 가난한 부자’
마음의 거울로 삼아
마음도 거울도 녹슬잖게 하리라.
첫댓글 "가진것에 만족하고 지금의 형편에 기뻐하라"
명심 또 명심할 일입니다.
곽윤경 여사,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님과 같이 가난한 부자가 더욱 많아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