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머리 옥거마을에서 벌목지대를 통해 용강산에 올라선다 >
새벽에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계획대로라면 새벽 옥정호 일출보고
곧바로 무등산으로 날으려 했으나 어둠속에 비친 하늘이 문제였다
"젠장 되는게 없어"
늦으막이 눈을 뜨고보니 갈 만한 산이 퍼뜩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 저번 지장산행 후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봉화산에 올라보자
마음속으로 결정짓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운님께 문자를 날린다
< 양탄자보다 푹신한 송림숲길 >
전 날 덕유산에 올랐던 운장님과 급조 벙개가 이루어지고
갑자기 정해진 산행코스라 지도를 챙기지 못한채 집을 나선다
어림잡아 찾아온 봉화산 입구
도대체 들머리가 어디 있는거야
봉사 문꼬리 잡듯 용담호 주변을 이리저리 헤매다 옥거마을을 지나치면서
등산로 입구라는 허름한 표지판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헉 근디 용강산 입구라고 쓰여있네...
< 부드럽게 이어지는 참나무 숲 능선길 >
용강산이든 봉화산이든 올라보면 알겠지
채비를 갖추고 벌목이 한창 진행중인 산자락에 달라 붙는다
초입길은 야산이 고산보다 훨씬 빡세다
고도는 낮아도 인정사정 없이 시작부터 치고 오르는게 야산이다
베어진 소나무 사면은 가시나무 소굴이다
아-얏 찔렸다
외마디 비명이 자주 들려온다
< 설렁설렁 걸어가는 호젖한 능선길 >
거친 사면을 치고 오르자 등 뒤로 용담호가 보이고
흔적 뚜렷한 능선길은 걸음을 가볍게 한다
시린바람도 점차 포근해지니 흘린 땀을 훔치며
입었던 겉옷을 배낭에 쑤셔 넣는다
설마하니 저게 용강산일까
너무 평범하고 보잘게 없는 산정이 첫번째 봉우리가 되어 우릴 맞는다
< 봉화산 전위봉에 올라서기 위해 갑자기 고도를 높히는 된비알 낙엽사면 >
후에 알게 된 용강산을 우회하여
참나무와 송림숲 능선길을 순탄하게 이어간다
난 이런 길이 참 좋다 비록 잡목 투성이 볼품없는 풍광이래도
조용하고 발자욱 없고 터벅이지 않는 낙엽길...
순박하기 그지없는 숲의 풍경이 오히려 정겹게 다가온다
< 봉화산 전위봉에 올라서는 블랙과 여운님 >
산을 찾는다는 것은 산과의 소통을 통해
이야기 하고 육감으로 느끼며 저들의 진솔함을
내 가슴속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이해하고 산을 바로알고 산을 존경하는 마음
그래서 나의 산은 명산이든 야산이든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다
< 널널한 능선길을 앞서걷는 운장님 >
두번째 무명봉에서 길은 좌 우로 갈린다
우측길은 용담댐으로 빠지는 능선길로 보인다
잠시 흘린 땀을 거두며 여운님이 꺼내논 대봉시를 먹는데 어찌나 크던지
달콤함이 입안가득 퍼지며 살며시 찾아온 허기마저 채워준다
< 운치있는 참나무 숲 안부 >
휴식을 마치고 잘룩이 안부를 향해 약간 내림을 하다가
솜털같이 부드러운 솔 잎 길이 잠깐 이어지고
이내 봉화산 전위봉을 향해 된비알 사면을 급하게 치고 오른다
오름길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다
< 조망대 암봉 능선길 >
개활지 양지뜸에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오는 무명봉 정상
자세히 살펴보니 이장된 묘지터 같다
바람도 없고 볕이 좋아 이곳에서 식사를 할까 고민하다
휴식때 먹은 대봉시가 배를 꺼치지 않아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 무명 조망대암봉 오르기전 30여평 크기의 반석바위 >
이젠 봉화산이 지척이나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길을 좌측으로 비틀어 가급적 들머리와 가까운 능선길을 찾는다
사방으로 분기한 맥이 많고 조망도 터지지 않으며 지도마저 없으니
대충 감을 잡아 봉화산 들머리를 찾을때 눈 여겨 보아둔 암봉으로 향한다
< 용담호를 굽어보는 암봉 조망대 >
하산길이 아닌데서 급격히 고도를 낮추면 웬지 불안하다
별도로 사람이 가라고 설정한 길이 없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쏟살같이 운장님이 앞서 나가고
그 발자욱을 따라 셋이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 놓는다
< 운무낀 하늘 >
철 잊은 생강나무가 움을 틔운 안부
작은 바윗돌 위에 이름모를 짐승들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띈다
가고자 하는 암봉맥을 타기위해 다시금 용을 써 능선에 올라선다
평탄한 능선길은 이따금씩 조망이 터지며
들머리를 찾기위해 들어갔던 옥천암 골짜기와 옥천암자가 발밑에 들어온다
이젠 대충 주변 산군들의 개념이 머리속에 들어온다
< 옥천암자와 12지폭포가 있는 성치봉 마루금 >
송림 숲 능선길은 하루종일 걷는다 해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연무낀 우중충한 날씨지만
겨울송 내음이 가슴깊이 스며들어 답답함을 삭혀준다
멀리있던 암봉이 어느세 코 앞에 다가오고
삼십여평 너른 반석바위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언젠가 복두봉 하산길에서도 이런 바위를 본 적이 있다
앞이 툭 터져있어 시원스럽고 맑게 씻어내린 바위는
무작정 머물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킨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까요
이왕이면 용담호를 굽어보며 먹읍시다
< 용담호 최고의 조망대 암봉 >
잔설이 남아있는 북사면 암봉 오름길이 미끄러워 쩔쩔맨다
서너피치 안감힘을 쓰고나니 드디어 조망대 암봉능선에 올라선다
오뚝하게 솟아오른 산정은 능선길 좌우로 암벽단애와 천길 벼랑이 있고
대략 백여미터의 주능선을 선보인다
< 두번째 능선이 걸어온 길이다 맨뒤 희미한 마루금이 지장산 주능선 >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인지라
서둘러 전망좋은 오찬장소를 찾는데
네사람이 편히 퍼질러 숟가락 뜰만한 장소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날 다람쥐처럼 빠른 운장님이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슬랩암벽 테라스를 발견하고 내려오라 한다
< 맨뒤 희미한 마루금 좌측이 구봉산 우측은 명도봉이다 >
경치좋은 곳에서 밥좀 먹으려다 황천길 가는거 안녀..
후들거리는 다릴 부여잡고 겨우 내려서니
헉! 경사도가 상당하다
이거 잘못하다 뒹굴게 생겼습니다 다시 올라가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욕심접고 적당한 곳에 점심상을 펼친다
꿀맛이 따로 없는 황홀한 산상 오찬이다
용담호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
멀리 구봉산과 운장산 마루금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
누런 암봉바위가 우람하게 세워진 곳
지장산에서도 용담호를 바라보았지만 이곳만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용담호를 조망하기엔 최적의 산정이 아닐까 싶다
후식 커피를 마시며 보이는 정경을 가슴에 담으니
향기에 취하고 조망에 취하고..
이것이 산행의 진정함은 아닐런지...
< 점심을 끝내고 망중한을 보내다 하산을 준비한다 >
나그네는 회귀하지 않는다 하였으나
삶에 목메인 여로는 언제나 한정된 시공일 뿐이다
서둘러 머문흔적을 지우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 산성터인지 봉화대터인지 구분이 어렵다 >
정상을 내리기전 허물어진 돌무더기 위에
누군가 정성스레 돌탑을 쌓아 놓았다
지극정성은 나를 위함 보다는 나와 관계된 그 누군가의 잘 됨을 염원한 것이다
자신이 잘 되려고 돌탑을 쌓거나 소원을 빌진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지극정성으로 지금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하산길 중턱에서 바라본 주천방향 용담호 >
짧게 끝날 것 같은 하산길이 서운했는지
중턱쯤에서 다시한번 구봉산 방향 용담호가 나신을 보여준다
화창한 날씨였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일거라고 모두가 중얼거린다
산자락을 개간해서 일군 대단위 밤나무 밭을 지나
잡목숲을 빠져 나오니 바로 앞에 도로가 보이지만 인삼밭이 길을 막는다
초행길 여기를 들머리로 삼는다면 인삼밭에 가려 찾기가 힘들 것 같다
< 인삼밭에 숨겨진 날머리 >
용담댐에서 주천가는 군도를 따라 용담호반을 걷는다
오후 늦은 햇살에 잔잔히 일렁이는 물비늘이 아름답다
식어든 가슴팍으로 호수바람이 스며들어 움칠거려도
자켓을 꺼내 입을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참으로 상쾌한 바람이기에..
< 도실교에서 바라본 용담호 조망대 암봉이 멋들어지게 보인다 >
도실교와 용강교를 건너 들머리 옥거 마을에 도착
개짖는 소리와 신발 흙 털어내는 시끌한 소리를 들으며
오늘 산행을 갈무리 한다
단촐한 산행길
수려한 풍광도 없고 빡세게 달려본 산행도 아니지만
흡족한 마음은 그 어느 산행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 산정호수 용담호반 길을 걸으며 원점회귀 >
< 찾아가는길 >
진안 용담면 옥거마을
전주-부귀-정천-795지방도 용담댐 방향-용담댐 도착직전 좌측 주천방향 군도-
옥거마을-청국장공장 주차-벌목지 임도진입-능선상 등로-용강산 좌측우회-
세번째 분기봉 좌측능선길-봉화산 전위봉-두번째 봉에서 좌측 사면-
무명암봉능선길-무명암봉 조망대-돌탑사이로 하산-밤나무 밭-좌측 사면길-
용담 주천간 군도 하산-옥거마을 원점회귀
-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산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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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연무만 없었더라면 더없이 좋은 산행길 이었을텐데,, 욕심은 끝이 없지요,, 조망이 좋았더라면 또다른 무엇인가를 바랬겠쥬,, 산행하면서 그런 생각 안해야 하는데 ,, 저는 아직도 멀었나봐유,,, 정겨운 님들과 한가로운 낙엽숲길 너무 좋아 보입니다,,용담호반을 굽어보며 벌인 산정오찬이 을매나 근사했을지 밥때가 되니 배속에서 난리네유,,선선님은 초향에 취하실텐데,, 운장님도 글러실테구유,,ㅋㅋㅋ...네분의 이쁜 산행길 따라 제가 호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복히 쌓인 낙엽길이 푹신~하이 참 편안하게 보입니다 그리 높지는 않느것 같은디... 워낙에 동네산이 시작되는 지점이 고도가 낮아 쪼~메 빡세지요 ㅎㅎ 산죽님은 함께할 분이 많아 참 좋겠네요 전 안방 마님 아니면 늘~ 혼잔데.(왜냐하면 제나이에 산을 그리 많이 타지 않아서리 주위에 산친구가 없어요 ) 용담호를 보며 걷노라면 참 시원하이 좋아겠네요 글고 운무낀 하늘은 한곳으로 집중되는느낌이 참 좋습니다 네분이서 오붓한 산행 참 부럽네요 ^**^
충분히 공감 저두 항상 선배님들하고만 산에 다닙니다요,, 마눌은 아직 산에 안다니구,,ㅋㅋㅋ
산죽님 부부께서 다니시는 모습 좋습니다 뭐든지 두배지요 장비값두 두배 그러나 산에서 느끼는 감성만은 같이 배로느끼면 몇배로 되지요
근교산에의 묘미가 쏠쏠 하시겠네요 꼭 묵방산같은 느낌이 듭니다 방장님, 운장님은 제가 도장골에서 뵈었던 그분인가요? 초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산행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항상 안산 허시길...
오붓~~하이 이렇게 동네 뒷산같은 포근한 산행 하는것도 참 여유로워 보여서 좋아 보입니다...이렇게 여유로운 산행을 할때 산과 더많은 대화를 할수 있어서 좋은것 같습니다...편안한 산행 이 아침에 함께 하고갑니다...감사합니다.
구름타는 운장님 오랜만에 보내유~~워찌나 산을 잘타시는지, 보기 좋습니다~~*^^*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활개를 치시는 운장님 모습이 인민군 특전대 교관 같구먼유 그뒤를 따르는 두분의 여성 요원들도 씩씩해 보여유ㅎㅎ 저도 주말에 동네인근 어답산이라는 야산을 자주 오르는데 교통부담이나 시간부담 없이 다녀올수 있으니 편한 부분이 많고 사색과 나만의 상상세계를 즐기기에는 좋더라구요 나그네는 회귀하지 않을수 있지만 지아비와 아비는 돌아가야 한다 ㅎㅎㅎ
욕심을 버리시길 정말 잘하셨사옵니다...^^* 산에서는 어떤 욕심도 금물...구쵸?...^^* 블랙님과 여운님도 뵙고싶네요...^^*
번잡한 명산보다 사람발길 닿지 않고 독도하며 야금야금 걷는 산길을 좋아합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요 우리고장엔 아직도 이런 산길들이 널려있어 가끔씩 찾을까 합니다 원래 이 능선길은 성치봉에서 봉화산을 거쳐 용담댐으로 이어진 소문나지 않은 등로이나 저희는 용담호 조망을 즐기기위해 샛길로 빠진셈이죠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산죽님~~가는길과 자세한 산행코스를 잡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