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항리 횟골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물노리 쪽으로 가는 배(수영 11호)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 비스와바 쉼보르카, 『두 번은 없다』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11월 1일(토), 흐림, 오전에 이슬비 잠깐 내렸음
▶ 산행인원 : 6명
▶ 산행시간 : 8시간 34분
▶ 산행거리 : 도상 14.8㎞
▶ 갈 때 : 남춘천역에서 우의정 음식점 차로 소양호 선착장으로 가서 08시 30분발 배
타고 오항리 횟골마을 포구에서 내림(배 요금 : 1인당 6,000원)
▶ 올 때 : 백치고개에서 음식점 차 불러 남춘천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30 – 상봉역
08 : 30 – 소양호 선착장
08 : 56 – 춘천시 북산면 오항리 횟골마을 입구, 산행시작
10 : 00 – 558m봉
10 : 20 – 630m봉
10 : 37 - △662m봉
11 : 16 – 563m봉
11 : 30 - 648m봉
12 : 20 – 북산면 추곡리 △470.7m봉 갈림길 아래, 점심(40분 소요)
13 : 21 – 안부, 도로
14 : 02 – 698m봉, 휴식(33분 소요)
15 : 16 – 종류산(△811.1m)
15 : 27 – 783m봉, ┤자 갈림길, 도솔지맥
16 : 00 – 건천령, 임도
16 : 56 – 부용산(芙蓉山, 881m)
17 : 30 – 백치고개(栢峙--), 산행종료
1. 부용산 정상에서
▶ △662m봉
소양호를 소양강댐 정상에서나 인근 산에서 내려다보면 그리 넓지 않은 호수인데 배 타고 그
안에 드니 넓은 바다다. 쾌속으로 달려 물보라와 파도 일으키는 선상에서 바라보는 호안이
물안개 은은하게 어리어 아득하다. 섬도 지나고 물이 줄어 수면 위로 드러난 여도 지난다.
승객이 9명이라 정원 12명인 작은 배로 간다. 선장을 포함하여 12명이 넘으면 큰 배로 간다고
한다.
오항리 횟골마을 포구인 산기슭 돌출한 바위 앞에 배를 댄다. 선착장이 아니지만 상고대 님이
주문하여 특별히 우리의 산행을 위해서 들머리 지점에다 대는 것이다. 바위지대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미끄럽다. 날래게 기어올라 숲속에 들고 산행복장 추스른다. 비옷 껴입으니
갈잎 낙엽이 호들갑떠는 통에 부화뇌동한 감이 없지 않다.
잠깐 올라 도로가 나온다. 북산면에서 안모래밭(沙田里) 마을로 가는 도로다. 절개지가 높아
왼쪽으로 돌아 느슨한 데로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 수북이 쌓인 햇낙엽을 심설 러셀하듯 헤쳐
오른다. 금방 이슬비 무색하게 땀 흘려 안팎으로 젖는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이 한 벌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후덥지근한 날이어서 빈말이 되고 말았다.
내리다 그친 이슬비를 소급하여 맞는다. 젖은 낙엽 헤치느라 바지자락이 다 젖어서다. 앞장서
서 길 뚫는 메아리 대장님은 스패츠를 찼다. 산마루에는 안개가 드리운다. 가을은 생강나무가
붙들어 산자락과 산모롱이에 모여 있다. 1시간 남짓한 된 오름 끝에 558m봉이다. 휴식 겸해
아침 요기하며 탁주로 주력(酒力) 보충한다. 나무숲 울창하여 조망은 좋지 않다. 오늘 산행 내
내 그랬다.
630m봉은 산세 살펴 다목적을 노리고 오른쪽 사면을 누비며 길게 돌아 넘는다. 그러나 빈눈
빈손이다. 662m봉에는 지형도에 없는 삼각점이 있다. 내평 304, 2005 복구. 662m봉이 내릴
때에는 대단한 첨봉이다. 이제부터 봉봉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오늘 우리가 넘어
야 할 표고점인 봉우리가 12개나 된다. 뚝뚝 떨어졌다가 그 반동을 살려 563m봉을 재까닥
넘는다.
낙엽이 미끄러워 오를 때 엎어지고 내릴 때 넘어지기 일쑤다. 해피 님이 오늘은 언해피하다.
초반의 오버페이스로 컨디션 난조다. 어깨 죽지와 머리가 막 아프고 감기 몸살 기운이 도지는
것 같다고 한다. 아마 오지산행 성장통이 겹쳐서 일 것. 648m봉, 604m봉 넘고 왼쪽의 북산면
쪽 △470.7m봉 갈림길 지난 펑퍼짐한 산등성이에서 해피 님 오기 기다리느니 아예 점심밥 먹
는다.
2. 멀리는 가리산 연릉
3. 08시 30분발 배(수영 11호) 안에서, 정원 12명, 총톤수 2.97톤이다. 승객이 많으면 더 큰
배가 간다.
4. 떡갈나무
5. 생강나무
6. 가을은 산자락으로 내려왔다
7. 첫 휴식한 558m봉 주변
8. 648m봉에서
9. 멀리가 마적산에서 이어지는 경운산(?)
▶ 종류산(△811.1m)
468m봉 넘고 서진하는 북산면 고갯마루로 내리는 길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자칫하면 통통한
능선 그대로 직진하여 배나무골로 빠지기 쉽다. 사정없이 왼쪽 사면 덤불숲 뚫고 나아가 도로
가 지나는 안부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며칠 전 도상 산행하면서 각오는 했
다. 오늘부터 경방기간 입산통제가 시작되는가 보다. 능선 오르막에 산불감시초소와 입산금지
안내판이 있다.
고갯마루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곧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 얕은 골로 비켜가서 벌목한 능선을
잡는다. 그 편이 오르기가 더 수월할 것 같아서다. 그 런데 멀리서 바라볼 때는 넙데데한 평원
으로 보였으나 다가가자 사정이 영 딴판이다. 가파르기도 하려니와 벌목한-자작나무를 식재
하였다-잡목 그루터기가 거치적거린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꼬박 치켜들고 걸어야 한다.
그런대로 완만하던 주릉이 마침내 벌떡 일어선다. 수직사면이다. 붙들 잡목은 너무 멀리 떨어
져 있다. 낙엽 헤집어 돌부리 나무뿌리 찾아내어 움켜쥔다. 더러 맨땅 드러나게 낙엽 쓸고 발
판 만들어 오른다. 바위 슬랩이 나온다. 왼쪽 사면으로 트래버스 하는 편이 낫지만 이도 만만
하지 않다. 이런 가파른 사면을 트래버스 할 때는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방
정맞은 생각이 꼭 든다. 구르게 된다면 내가 걸릴 나무를 보아둔다.
거친 숨은 턱에 닿고 비지땀 쏟는다. 오래 된 교통호 넘고 698m봉 바로 아래 능선마루다. 40
분 역주였다. 퍽 긴 시간이었다. 점심 때 반주하여 얼근하던 주기가 싹 가시고 부른 배도 훌쩍
꺼졌다. 우리는 이런 오르막을 제법 짭짤하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널브러져
오래 쉰다. 이제 종류산 가는 길은 어떨까? 방금의 재판이고 연장이다. 곧추선 능선 오르다 직
등하기 어려운 바위 슬랩이 나오고 사면 트래버스 하는 것까지 똑 닮았다.
공제선이 뒤로 무르기를 세 차례. 잡목 우거진 종류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등로 만큼이나 낡아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상고대 님과 해마 님은 고전하는 해피 님을 도와 미리 임도로 내려
산허리 도는 그 임도 따라 건천령으로 간다. 다시 한차례 떨어졌다가 솟구쳐 783m봉이다. 여
러 산행표지기들이 반기는 도솔지맥 갈림길이다.
10. 멀리가 마적산에서 이어지는 경운산(?)
11. 자작나무숲
12. 아래 도로는 북산면으로 간다
13. 벌목하고 자작나무 조림한 사면
14. 698m봉에서 동쪽 조망
15. 사명산
16. 가을이 몰려 있는 건천령 임도
17. 건천령 주변의 낙엽송숲
▶ 부용산(芙蓉山, 881m)
783m봉에서 왼쪽으로 직각방향 튼다. 서진한다. 도솔지맥이라 길 좋다. 완만하여 숨 고르며
내린다. 산골짝 노랗게 물든 낙엽송 숲을 지나며 비로소 늦가을 정취를 느낀다. 노부부를 만난
다. 오늘 산행 중 만나는 유일한 외인이다. 건천령 임도에다 차 대놓고 올랐다고 한다. 엷어지
는 능선 놓쳐 건천령 고갯마루를 살짝 벗어났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 아침 상봉역에서 더산 님을 만났다. 혼자 사명산을 간다고 했
다. 사명산 보아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와 같이 소양호 유람이나 하자고 권하
고 지도도 주었다. 경춘선을 함께 타고 남춘천역에도 함께 내렸다. 상고대 님은 남춘천역 역사
화장실에 들르고, 더산 님은 마트에 들려 물을 산다고 했다.
음식점 버스에 오르고 보니 화장실에 들른다는-시간이 더 걸릴-상고대 님이 이미 탔기에 당
연히 더산 님도 탄 줄 알고 소양호 선착장을 향했다. 더산 님은 우리 버스에 타지 않았다. 모처
럼 만났는데 간다고 말도 없이 헤어졌구나 하니 여간 찜찜하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산행할 속
뜻이 있었는지 모르는데…….
건천령에서 휴식하며 사명산에 갔을 더산 님이 궁금하여 전화 걸었다. 아울러 산행 후 뒤풀이
겸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다. 그 시간에 맞추자니 우리 발걸음이 급해졌다. 부용산을 잰걸음으
로 간다. 일찌감치 임도 버리고 산등성이로 올라선다. 쉬운 산은 없는 법. 등고선 늘어졌으나
간벌하여 지나기 사납다. 임도 건너편에는 중장비 동원하여 산 깎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다.”라고 한 카뮈의 말은 맞다. 간벌한 중에 새순이
나서 노랗게 단풍까지 든 생강나무가 화초 노릇한다. 황량할 사면을 화사하게 수놓았다. 부용
산이 멀고도 높다. 건천령에서 도상 2.4㎞, 고도차는 약 370m이다. 줄곧 오르막이다. 이곳도
6.25 때 격전지였다. 능선 따라 6.25 전사자 유해지 발굴지다.
부용산 오르는 지름길은 없다. 번번이 사면 질러 가보지만 주릉에 들려면 더 애를 쓸 뿐이다.
아무쪼록 탄탄하게 다져진 등로로 갈 일이다. 부용산 정상. 너른 헬기장이다. 예전과 다르게
보도블록을 깔았다. 부용낙조를 본다. 아스라한 화악산 위로 한 뼘 남은 해는 서둘러 구름 속
으로 지고 만다. 부용산의 표고가 900m를 육박하여 이 근방 산의 맹주이면서도 조망은 나무
숲에 가려 썩 좋지 않다.
배낭 모두 털어 먹고 마신다. 하산. 여태 잠잠하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낙엽은 내닫는 발밑
에서 뒹군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몇 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진다. 여기 오르려면 땀께나 쏟겠다
고 말부조하며 내린다. 백치고개 절개지 직전에서 주등로인 왼쪽 사면으로 틀어 내린다. 단정
한 무덤 지나고 백치고개다. 우리 데리러 오는 음식점 차가 어디쯤 오는지 전화 걸었더니 배후
령터널을 지나는 중이라고 한다.
18. 생강나무
19. 생강나무
20. 사명산, 부용산 정상에서
21. 가운데는 마적산, 경운산 라인
22. 멀리 오른쪽은 도솔지맥 봉화산
23. 앞 왼쪽은 종류산, 우리는 그 너머 너머에서 넘어왔다
24. 부용산 정상에서
25.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