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다람쥐 샤걍!
글 / 김동석
그림 /
2022년 3월 12일 .. 수정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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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어떤 나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그 나무 위에는 다람쥐 샤걍이 살았어요.
나무 아래 작은 구멍에 들쥐 또리도 살았어요.
멋지게 생긴 다람쥐 샤걍은 많은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의사였어요.
아침마다 샤걍은 들쥐 또리랑 같이 샌드위치와 우유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어요.
“오늘 샌드위치는 더 맛있다!”
하고 샤걍이 말하자
“염소에게 얻은 우유로 만든 치즈를 넣었어요.”
하고 또리가 말했다.
“역시!
내 입맛은 못 속여."
하고 샤걍이 말하자
“내일은 양 우유로 만든 치즈를 넣을 거예요.”
또리는 요리 연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샤걍의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들판 한 가운데 커다란 책상과 의자 다섯 개가 있었어요.
이곳에서 샤걍은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주고 있었어요.
“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올까요?”
또리가 묻자
“안 오면 좋겠어!”
샤걍이 말했어요.
“왜요?”
“지긋지긋해!
환자 치료하는 거.”
샤걍은 환자 치료하는 게 싫었어요.
오늘은 유난히!
햇살에 샤걍의 털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오늘은!
더 멋지십니다.”
또리가 말하자
“그래!
내가 좀 멋지지.”
샤걍은 또리의 칭찬이 맘에 들었어요.
‘딸랑! 딸랑! 딸랑!’
10시가 되자
샤걍은 진료를 시작하는 종을 들고 세 번 흔들었어요.
“수고하세요.”
또리는 샤걍에게 인사하고 들판으로 달렸어요.
..
'똑똑!'
누군가 병원 문을 두드렸어요.
첫 번째 환자 개구리였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개구리가 샤걍에게 인사했어요.
“네!
안녕하세요.”
샤걍도 개구리에게 인사했어요.
“선생님!
밤마다 잠을 못자 죽겠어요.”
“왜요?
죽으면 안 되죠!”
“밤마다!
죽은 엄마가 생각나서요.”
개구리 엄마는 며칠 전에 뱀에게 잡혀 먹혔어요.
개구리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이야기했어요.
“너무 무서워요!”
개구리가 말하자
“뭐가 무서워요?”
샤걍이 물었어요.
“자꾸만 엄마를 잡아먹은 뱀이 생각나요!”
“그렇군요!
“잠도 못자고 무섭다.”
샤걍은 혼잣말을 하면서 뭔가 생각했어요.
“이제!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해야죠.”
샤걍이 개구리에게 말했어요.
“어떻게요?”
개구리는 훌쩍훌쩍 울며 물었어요.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어요.
죽은 엄마가 살아오겠어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합니다.”
하고 샤걍이 말했어요.
하지만 개구리는 두 손을 번갈아 가면서 눈물을 훔쳤어요.
“그렇게 울고!
있으면 뱀이 딱 잡아먹기 좋겠어요.”
하고 샤걍이 말하자
“그럼!
어떻게 해요?”
울음을 멈추며 개구리가 샤걍에게 물었어요.
“뭘 어떻게 해요?
열심히 살아야죠!”
하고 샤걍이 말했어요.
“힘을 길러서 뱀과 싸우던지 해야죠!”
하고 말했어요.
샤걍은 책상 서랍을 열더니 무엇가 찾았어요.
“뱀이랑 어떻게 싸워요?”
개구리가 묻자
“이 약을 먹으면 될 거예요!”
하고 말하더니 개구리에게 알약 두 개를 주었어요.
“이건!
무슨 약이예요?”
약을 받은 개구리가 물었어요.
“뱀 알!”
하고 말하자
“정말요?”
개구리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어요.
“그걸!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어요.”
“뱀 알을 먹으라고요?”
개구리는 온 몸이 떨렸어요.
“뱀 알을 먹으면 힘이 날거예요!”
하고 말한 샤걍은 웃음을 꾹 참았어요.
개구리는 약을 들고 집으로 갔어요.
“정말 나을까?”
집에 온 개구리는 눈을 꼭 감고 의사가 준 알약 한 알을 먹었어요.
“으윽!”
소름이 돋았지만 꾹 참고 삼켰어요.
“이제!
잠도 잘 자고 무섭지도 않겠지.”
개구리는 약을 먹은 후 편하게 잠 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들판을!
뛰어오는 동물이 한 마리 있었어요.
그 동물은 바로 족제비였어요.
“선생님!
가슴이 답답해 죽겠어요.”
하고 족제비가 말하자
“언제부터요?”
샤걍이 물었어요.
“어제 저녁부터!”
하고 말한 족제비는 배를 움켜쥐었어요.
“어제 저녁에!
뭘 먹었어요?”
“들쥐 한 마리요.”
“또?”
하고 샤걍이 묻자
“없어요.”
하고 족제비가 대답했어요.
“죽은 들쥐였어요?”
청진기를 족제비 가슴에 대고 샤걍이 물었어요.
“네.”
하고 족제비가 대답하자
“쯧쯧!”
하고 말한 샤걍이 청진기를 배에 대고 진찰했어요.
“배가 너무 고팠어요.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버려져 있는 죽은 쥐를 먹었어요.”
족제비는 어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요.
의사 샤걍은 진찰대 위로 올라가더니
“입을 벌려 보세요.”
하고 말했어요.
“아!”
하고 족제비가 입을 벌리자
“아휴!
지독해.”
족제비 입에서 독한 냄새가 나자 샤걍은 진찰대 위에서 떨어질 뻔 했어요.
“곧!
죽겠어요.”
지독한 냄새를 맡은 샤걍이 말하자
“죽는다고요?”
족제비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어요.
“쥐약을 먹은 들쥐를 먹었으니 죽죠!”
하고 말하자
“살려주세요!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족제비는 샤걍에게 애원했어요.
“선생님!
살 수는 없나요?”
족제비는 눈물을 흘리면서 샤걍에게 물었어요.
“살 수는 있지.”
하고 샤걍이 말하자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어요?”
하고 족제비가 물었어요.
“저기!
보이는 바위 뒤에 쇠똥구리 집이 있어요.”
하고 샤걍이 말하자
“네.”
하고 족제비가 대답했어요.
“쇠똥구리에게!
스컹크 똥을 달라고 해서 먹어요.”
하고 말하자
“똥을 먹으라고요?”
족제비는 놀란 눈을 하고 물었어요.
“그래요!”
하고 샤걍이 말했어요.
“그러면 살 수 있어요?”
족제비는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어요.
“일단 먹어 보세요.”
똥을 먹어야 죽는 지 사는 지 알것 같아요.
족제비는 똥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뒤집혔어요.
“으윽!
똥을 먹어야 하다니.”
족제비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쇠똥구리에게 갔어요.
"족제비다!"
쇠똥구리는 족제비가 다가오자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어요.
“안녕!
쇠똥구리야.”
족제비가 인사하며 문을 두드렸어요.
“쇠똥구리야!
나 좀 도와줘?”
하고 족제비가 소리쳤지만 쇠똥구리는 꼼짝하지 않았어요.
“스컹크!
똥 좀 줄래?”
족제비는 문을 두드리면서 외쳤어요.
“제발!
스컹크 똥 좀 달라고?”
배를 움켜쥐고 족제비는 더 크게 외쳤어요.
울부짖는 족제비 소리에 쇠똥구리는 가만 있을 수 없었어요.
“스컹크 똥은 뭐하려고 달라고 해요?”
쇠똥구리가 창문을 열고 물었어요.
“내가!
그 똥을 꼭 먹어야 살 수 있어.”
하고 족제비가 말하자
“먹는 거라면!
물고기나 들쥐를 잡아먹으면 되잖아요?”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쇠똥구리는 족제비가 스컹크 똥을 찾는 게 너무 이상 했어요.
“혹시 날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죠?”
하고 말하자
“아니야!
앞으로 절대로 안 잡아먹을 게.”
하고 족제비가 말했어요.
“정말이죠?”
쇠똥구리는 족제비에게 다시 물었어요.
“그래!
맹세할 게.”
족제비는 살고 싶어서 쇠똥구리에게 맹세까지 했어요.
“야휴!
지독한 냄새.”
쇠똥구리는 코를 손으로 막고 스컹크 똥을 봉지에 담아 족제비에게 주었어요.
“고마워!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 게.”
족제비는 바위 위로 올라가더니 스컹크 똥 봉지를 열었어요.
“이거만 먹으면 살 수 있다고 했지!”
숨을 꾹 참고 똥을 입에 가득 넣고 삼켰어요.
“으윽!”
냄새가 어찌나 지독하던지 스컹크 똥을 먹은 족제비는 들판을 데굴데굴 굴렀어요.
족제비는 그동안 먹었던 것을 모두 토했어요.
며칠 동안 들판에 쓰러져 잤어요.
들판 친구들이 족제비를 지켜봤어요.
“스컹크 똥을 먹었데!”
꿀벌이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정말?”
무당벌레가 물었어요.
“응.”
하고 꿀벌이 대답했어요.
"바보!
멍청이.
먹을 게 없어서 똥을 먹다니."
들판 친구들이 족제비를 놀렸어요.
잠에서 깬 족제비는 천천히 숲으로 돌아갔어요.
..
샤걍은 들쥐 또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진료를 시작했어요.
파리 한 마리가 찾아왔어요.
“유명하신 분이 병원에 오셨군요!”
남을 배려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들판 친구들은 파리를 존경했어요.
“선생님!
제가 어제 독수리 고기를 먹었어요.”
하고 파리가 말하자
“그런데요?”
샤걍이 물었어요.
“소화가 안 돼 죽겠어요.”
파리는 불룩한 배를 내밀며 말했어요.
“그렇게 맛있는 고기를 먹고 소화가 안 되다니요?”
샤걍이 다시 물었어요.
“제가 썩은 것만 먹다가!
싱싱한 고기를 먹어서 그런 가 봅니다.”
하고 파리가 말했어요.
“약을 처방해 드리죠!”
하고 말하더니 샤걍은 약 제조실로 들어갔어요.
“무슨 약이죠?”
파리가 물었어요.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입니다!”
하고 샤걍이 말하자
“폐수!
물도 아니고 왜 그걸 마셔야해요?”
파리는 이상한 약이라 생각했어요.
“고기가 썩어야 소화가 됩니다!”
하고 샤걍이 말했어요.
“크악!
냄새가 너무 지독해요.”
파리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 했어요.
“살려면 마시세요!”
파리는 할 수 없이 샤걍이 준 폐수를 꿀꺽 꿀꺽 마셨어요.
"배가 또 아프면 오세요!
폐수 한 잔을 더 마셔야 할 테니."
하고 샤걍이 말하자
"네!"
하고 대답한 파리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딸랑! 딸랑!’
샤걍은 종을 들고 두 번 흔들었어요.
오늘 진료를 마치는 종소리였어요.
샤걍에게 진료를 받은 개구리, 족제비, 파리는 들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