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하모닉 맴버 앙상블 신년음악회
최 화 웅
경자년 새해 벽두. 신춘의 꿈은 큰 떨림과 울림의 선율로 전해졌다. 그 꿈의 메아리를 탄 신년음악회가 새로운 새해의 꿈으로 피어났다. 새해 1월 10일 금요일 저녁 7시 반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 신년음악회가 새해를 맞은 모두의 가슴에 벅찬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올해로 창단 178주년을 맞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전통 위에 바이올린 파트 단원 슈켈첸 돌리(Shkelzen Doli)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출발한 앙상블을 구성한 이후 그 규모를 키워왔다. 지금은 금관 파트 3명, 목관 파트 4명, 현악 파트 5명, 타악 파트 1명 등 정예 현역 연주자 13명으로 구성된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은 작은 스케일로 빈 필하닉 오케스트라의 명연주를 들려준다.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의 신년음악회는 1월 3, 4일 서울에 이어 7일 인천, 8일 안동, 9일 세종을 거쳐 부산에 왔다. 지난 2017년 한.오 외교관계 수립 125주년 기념으로 내한하여 통영국제음악제 참여한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은 윤이상 곡 ‘밤이여 나누어라’를 소프라노 이명주와 협연한 이후 해마다 새해 첫 손님이 되었다.
앙상블(ensemble)이란 전체적인 어울림이나 ‘조화’로 순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 말이다. 음악에서는 2인 이상의 노래나 연주를 말하며 흔히 뮤지컬에서 주, 조연 배우 뒤에서 화음을 넣거나 춤추고 노래하여 분위기를 돋우는 추임새 역할을 하는 말로 두루 쓰인다. 2013년 구성된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에서 새해 첫날 개최하는 신년음악회의 감동과 선율을 그대로 전하는 전령이다. 처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슈켈첸 돌리(Shkelzen Doli)가 악장을 맡아 3명의 빈필 단원으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바이올린2 Holger Groh, 비올라 Mario Karwan, 첼로 Sebastian Bru, 콘트라바스 Elias Mai, 플룻 Walter Auer, 클라리넷 Norbert Taeubel, 오보에 Clemens Horak, 바순 Stepan Turnovsky, 트럼펫 Hans Peter Schuh, 퍼거슨 Klaus Zauner, 호른 Jan Jankovic(1), Lars Michael Stransky(2) 등 모두 13명으로 확대했다. 연주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을 시작으로 프란츠 레하르의 ‘금과 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불타는 사랑’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그리고 ‘천둥과 번개’와 ‘개선 행진곡’, 트리치 트라치 폴카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 레오 들리브의 피치카토 폴카, 발레 실비아 ‘탁탁 빠른 폴카’ 등 귀에 익은 빈 춤곡 15곡을 들려주었다.
신년음악회는 부드럽고 풍성한 원무곡으로 새해의 기운을 한껏 북돋우었다. 빈 필하모니 오스트리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레너드 번스타인, 칼 뵘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로린 마젤과 쥬빈 메타 등 전설적인 거장들이 지휘봉을 잡은 세계 정상급 악단이다. 뵘과 카라얀은 명예 지휘자 칭호를 수여받았고, 번스타인은 명예 단원이 되었다. 그들은 데카와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많은 명반을 출판하기도 했다. 1842년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오토 니콜라이가 빈 궁정 오페라극장 소속 관현악단을 연주회용 악단으로 활용한 것이 창단의 계기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세계 클래식계의 유물 같은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으로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더불어 최상의 유럽 악단이다. 1938년에는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병합되는 슬픈 역사 속에 해체의 위기를 맞았으나 1941년 악단이 해마다 1월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는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처음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단원은 오페라 관현악단 중에서 발탁하였다. 오디션을 거쳐 일정 기간 선배 단원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예비 단원으로 머물다가 실력과 자질을 인정받은 뒤 비로소 정식 단원이 되었다. 이러한 선발 방침으로 젊은 단원이 보기 힘들어 악단의 보수화가 심해지고 늙어 간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한 편으로는 악단 전체의 고유한 소리와 집중력을 유지하는 전통을 가졌다고 평가 받고 있다. 단원들은 창단 이후 계속 빈 국립 오페라극장 관현악단의 단원으로 전원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다. 그러나 악단 운영에 있어서 제반 사항은 단원들의 의해 스스로 결정하여 일체의 외압이 배제된다. 그만큼 악단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악단 운영을 단원 스스로가 책임지는 자율 운영제를 유지하고 있다. 1933년 이후 객원 지휘자도 시즌마다 단원들의 투표로 초빙하는 독특한 운영 체제의 전통을 통해 독자적인 권위와 전통을 확보하고 있다. 빈 필을 최초로 지휘한 아시아인 지휘자는 인도 출신 주빈 메타이고 우리나라 지휘자로는 정명훈이 유일하다.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은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도 빈필하모닉 고유한 스타일과 음색을 그대로 전했다. 1,2부에이어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동안 장내는 연주자와 관객이 한데 어울리는 벅찬 감동의 공간을 이루었다. 한 곡 한 곡 연주곡이 끝날 때마다 단원들은 모두 일어나 객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앙코르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연주가 끝났을 때 오랫동안 청중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고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관객들의 박수를 추임새로 마지막 무대는 객석의 열광으로 뜨거웠다. 특히 ‘빈 필하모닉 맴버 앙상블’은 새해의 깜짝 선물로 ‘아리랑’을 연주해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청중들은 기립 박수로 환호를 거듭했다. 청중은 가족 단위와 젊은층이 많았고 정겨운 연인들의 모습이 싱그러웠다. 앙코르에 이어 객석에 불이 켜지자 로비로 서둘러 나온 관객들은 귀가의 발걸음을 멈춘 채 새해의 기쁨을 나누며 환담의 즐거움의 속삭임이 가득했다. 한편에서는 연주자들로부터 사인을 받으려는 긴 행렬의 기다림이 장사진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