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7(목) 사순절 스무째 날 묵상(출애굽기 16:2-3)
고기 가마 곁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였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항의하였다. “차라리 우리가 이집트 땅 거기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배불리 음식을 먹던 그 때에, 누가 우리를 주님의 손에 넘겨주어서 죽게 했더라면 더 좋을 뻔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지금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나와서, 이 모든 회중을 다 굶어 죽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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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모험의 여정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겪게 되는 위기들은 맹수들이나 무장한 적으로부터의 공격, 목마름, 굶주림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애굽의 생활로 회귀하려고 합니다. 자유는 낯선 세계에 자신을 던지면서 모든 일에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태도인데, 오랜 노예생활에 물든 이들에게 자유를 살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자유를 찾고 만드는 일은 때때로 배고프고 불안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비록 억압을 받더라도 적으로부터 보호받고 어느 정도의 양식과 음료를 보장받으며 익숙했던 사회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여기에 자신들을 이끌어 낸 지도자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이어지는데, 가장 원초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못하고 굶주리게 될 때, 민중들의 생명과 자유를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들과 야훼 하나님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습니다. 자유는 생명이 숨 쉬고 더 풍성한 생명을 꽃피우는 자유여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런 자유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익숙한 것을 놓고 새로움에 도전해야하기에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고 매 순간 결단해서 용기를 내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지혜를 짜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옛 것을 지키고 머물려고 하는 보수가 되고 맙니다. 새 것을 찾아 나서는 진보는 어려운 길입니다.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회적 위치는 매우 낮았기 때문에 고기 가마 곁에서 배불리 먹었던 날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다가 지배계급이 베푸는 떡고물이 있었던 게지요. 그런데 바로 그런 방식으로 불평등의 사회가 더 공고해집니다. 고기 가마 곁이 그립다면 애굽으로 되돌아 갈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광야 생활을 통해 점점 깨닫고 배우게 될 것입니다.
*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주님께서는 우리를 자유로 초청하셨습니다. 모두가 함께 공평하게 사는 세상을 추구하고 만들라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만드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길입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와 견고한 불평등의 체제에 맞서 싸우는 힘을 주소서. 함께 지혜를 모으게 하시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취하는 이들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엘리베이터 닫기 버튼을 누르기 전, 3초 기다리기
* 사순절 탄소금식(3/3-9. 의생활 금식) : 합성 섬유가 아닌 천연 섬유 옷 사 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