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를 내고 조선일보를 본지가 40년이 넘었다. 열몇번이나 이사를 다녔지만 하루도 지체없이 신문이 배달됐다.
작년인가 마눌이 지국에 전화해서 다음달부터 신문을 넣지 말라고 했단다.
무슨 신문이 전면광고를 몇페이지씩이나 내서 읽을 지면은 별로 없어졌다고 화풀이를 해댄 모양이다.
그래서 어찌되었느냐고 물으니 석달을 공짜로 보게 해드릴테니 계속보라고 꼬신 모양이다.
우리 마눌 그러면 여섯달을 공짜로 보게 해주면 그러겠다고 했단다.
괜스레 신문사에 대고 갑질한다는 게 애궂은 배달아저씨 생계에 공갈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하기사 조선일보든 무슨 신문이든 이제 종이신문은 맛이 가고 있다.
그러니 광고를 자꾸 늘려서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 아닌가.
우리 같은 꼰대들이나 돈내고 보지 젊은 애들은 휴대폰만 열면 쏟아지는게
기사들인데 애써 돈을 주고 신문을 볼까.
적지 않는 인생 70평생을 살아오면서 일어나면 신문을 펼치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데 습이 들었다.
대충 짐작되는 뉴스들도 한번 훑어보아야 식성이 풀려서 눈살 찌풀어지는 기사는 통과하고
소제목인들 눈요기하고 신문을 덮으면 30분이면 족하다.
그런데 토요일은 출근을 안 하니 아침시간 여유가 있는데다 주말섹션이라는 12면에 달하는 특집이 있다.
정치나 경제 사회면에 식상되어 있는 독자들의 눈을 끌게 하는 지면이 많다.
얼마전까지 김형석 교수의 100세 일기도 읽을 만 했고 태영호의 서울생활도 관심 있게 봤다.
지금은 연재가 끝난 홍여사의 별별다방 같은 꽁트 비슷한 연재물도 좋았다.
오늘은 색션에서 두 페이지나 할애하여 각방면에서 관심을 끄는 분의 특별대담형식의 취재기사의 주인공으로
경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화 화가 박대성 화백이 나왔다.
얼마전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 전시 중이던 작품을 어린애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훼손한 일이 있어 문제가 있었는데,
박화백이 내 눈에는 아이들이 봉황처럼 보였다며 반전하며 처벌을 반대한 일로 유명세를 더 타게 되었다고 한다.
청도 태생으로 빨갱이에게 아버지가 낫으로 살해되고 자기도 왼팔굽치 아래가 짤려나갔다고 한다.
불편한 손을 원망해 본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몸이 불편한 팔자를 타고 난 게 내 인생의 보너스라고 생각 한다“고 했다.
호킹박사도 언급하며 어차피 이 세상은 영원히 사는 데가 아니다며 세상을 초월한 듯 말하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인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라 하여 공감했다. 좋은 음악이든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그렇듯이 말이다.
중졸학력에 이만한 성취를 이룬 박화백이 부러웠다. 오늘 이 분 말고도 매주 이 코너에 등장하는 이들을 정독하여 읽는다.
내가 치열한 인생을 살지 못한 아쉬움을 이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보야 문제는 20대 여성이야“는 바뀐 세상에 올라타고 당대표가 된 MZ세대 이준석이 헤쳐 나가야 할 과제를 집중 분석해뒀다. 그제까지만 해도 나는 오랜지족 같은 애숭이가 어떻게 천하를 다스릴까 자조했더랬다.
아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나 보다 하고 톱기사 제목만 보고 넘어왔는데,
이대남이 지원세력이라면 반사적으로 이대녀가 문제라는데 정치란 참 간단하지 않겠구나 싶다.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 “북한과 타협없다” “해고는 쉽게 복지는 강화“ “성별 나이 보다 실력” 등의 구호는
제대로 된 보수의 슬로건이라 적극 찬동하는 바이지만 “여성 .청년할당제 폐지”에서 극명하게 대립되는데
지역갈등에다 세대갈등 계층갈등을 넘고 넘어 젠더갈등을 넘어야 하니 정치는 산넘어 산이라는게 실감난다.
그러나 이제 등굽은 세대는 정치에 훈수들고 잔소리하고 싶은 입을 다물고 노을 지는 강변이나 해변을 거닐며
천하의 대의를 지켜봄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11면에 “나는 꼰대로 소이다” “오늘도 편의점” “아무튼,줌마”같은 코너도 좋았다.
줌마에서 강금실 전 장관과 차담을 한 김윤덕 주말부장의 내가 누구이고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늙지 않을 거라는 클로징멘트가 마음에 든다.
좋은 주말의 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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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란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
첫댓글 유승선배님 반갑습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소통수단이 생활의 많은 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님? 우리의 전통적인 신문의 존재가치는 지속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기사 하나하나가 기자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면에서 독자들이 읽고 내면화하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역시 전통적인 신문일 것입니다. 유승선배님 산술적인 나이가 꼰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MZ세대와 공감여부가 그 기준일 아닐까합니다. 늘 삶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시고 낡은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신 선배님은 진정한 MZ세대입니다. 선배님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와이구
해박하신 고견 감사합니다
@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