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旅情)〈17〉리마인드(Remind)수학여행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자체 선거가 끝났다. 지역공동체의 살림을
맡을 지도자가 온통 일당일색이다. 이 땅에 보수는 죽었다 해도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보수를 부르짖는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이 너무도 컸던 탓일까? 윤리적으로 논란이 된 출마자도 위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출마자도 의혹이 풀리지도 않고 혐의가 벗겨지지도
않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선되었다. 이쯤이면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짐작이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민심은 곧 천심이다
승자도 패자도 자만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개인과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이익을 뛰어넘어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재임기간동안
노력하여 줄 것을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이 땅의
적폐중의 적폐가 패거리 정치인바 앞서 망한 정권이 친박, 진박, 비박
논란에 쌓여 처절하게 망한 사실을 깊이 새겨 친문, 진문, 비문으로
폐습(弊習)을 거듭하여 전철을 밟는 일이 없기를 또한 바랍니다.
지난주에 그토록 고대하던 리마인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50년 전에 떠났던 경주 불국사는 아니라도 잠 못 이루고 기다렸던
기대만큼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은
수학여행이었지만 한마디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난날의 철없던 남학생의 투정과 얄미운 여학생의
내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며 오직 달라진 것은 월백설백천지백
(月白雪白天地白)한 머리는 모자로 가리고 지나온 세월만큼 늘어난
주름살은 짙은 선글라스로 가렸으나 낡은 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 위를
덜렁거리며 경주로 향해 달리던 유년기 동심만은 한 점 흠집도 없이
여행길 내내 우리들과 함께하며 그 무엇으로 가릴 수 없었습니다.
유대교에서는 50주년을 희년(禧年)이라고 하여 50년마다 땅을
산 사람은 희년이 되면 주인에게 되돌려주고 돈을 되받았고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땅은 쉬게 했으며. 그리고 저당 잡았던 토지와 집은
돌려주고 종들은 해방시켰으며, 모든 부채는 면제하고 용서받을 수
없다고 선언되었던 죄도 일정한 의식을 통해 용서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종교적 풍습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50주년 리마인드
수학여행을 통하여 변해버린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에 얽매이지
말고 악착같이 모아둔 곳간을 열어 나눔의 여유도 가져보고 힘겹게
달리던 걸음도 잠시 멈추어 깊은 한숨도 내쉬어보고 험난한 인생여정
(人生旅程)에서 부딪친 상처는 용서(容恕)하는 마음으로 치유하고
행복한 여생(餘生)은 소유(所有)에 있지 않고 관계(關係)에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이번 리마인드 수학여행은 동창회 차원의 여행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억여행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우리는 여행길에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추억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지난달 강화도
여정(旅程)에서 교동도 대룡시장에 들러 중고교시절 교복 대여점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당시 추억의 책가방도 메고서 시장 통을 돌아다니며
꽈배기, 풀빵 집에서 꽈배기, 풀빵을 사먹었던 황홀한 기억과 웃음과
감동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번 여정에서도 누군가
(故)대곤이 친구 빵집에서 풍기는 갓 구운 빵 냄새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날 입맛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이기도 하였습니다.
추억여행은 그리움을 먹고사는 노년의 여생을 한층 여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억이란 인간의 진정한 재산이며 기억 속에서 인간은 가장 부유할
수도 가장 빈곤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추억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추억은 바람처럼 우리들의 삶을 스치고
지나간 세월들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우리들 곁에 남아있습니다.
어느 시인이 아마도 우리인생은 지워지지 않는 단 한 번의 추억여행
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때때로 우리는 여행을 통하여 지나간 세월의
흔적인 추억을 되살려내 즐기곤 합니다. 추억은 또한 그리움으로 잠 못
이루는 노년의 밤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애태우며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언제든지 이유 없이
부담 없이 훌쩍 그렇게 떠나 추억을 되살려내는 여정(旅程)에서 일상의
고뇌로부터 탈출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추억여행은
무거운 보퉁이도 필요 없고 비싼 여비를 들이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떠나고 싶을 때는 그냥 훌쩍 떠나면 됩니다. 추억여행은 곧 우리
마음의 여유입니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병고(病苦)중 가장 고통스러운 병고(病苦)가
치매질환이라 생각합니다. 치매환자의 고통은 단순하게 기억의
상실감이 아니고 추억이 없어진다는 것이며 사랑하는 이를 모두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육신은 살아있을지라도 영혼은 이승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에게 추억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풍성한
영혼의 삶이 있다는 증거이며 때때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추억은 흘러간 세월 정지된 시간 속의 그리움이며 삶이 외로울 때 삶이
지칠 때 삶이 고달파질 때 자꾸만 몰려와 내 몸의 피를 맑게 만든다고
합니다.
부부가 50년을 회로하면 금혼식이라는 의식을 갖게 됩니다. 로마시대에
결혼50주년을 맞은 날 남편이 아내에게 금으로 된 화관을 만들어
주었던 풍습이 금혼식의 유래라는 설이 있으나 근대시대 미국
보석상 협회에서 보석의 이름을 붙여 주기별 결혼기념일을 명명
하였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리마인드
수학여행이 금혼식의 황금에 견주어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어 금혼식을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귀중한 여행을 계획하고
함께하여준 동창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글을 통해 전합니다.
일상의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아쉬움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거듭 당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재미있는 추억여행을 종종 갖기를 권장합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가즈아! 제주도로.(제주공항)
천지연아! 잘 있었냐? (천지연 폭포)
신나는 유람선 선상파티 (서귀포 앞바다)
학생들 주목! 자연학습 (방림수목원)
아직도 청춘! (수목원)
밤의향연 '노새노새 젊어서 놀아'
계속되는 여정 (에코랜드)
여독을 풀면서(발 마사지)
첫댓글 재미 조앗겟네 부럽다
사진속의 얼굴 동석이 만 알아보겟다
얼굴 마주대하면 다 알아본다
동석작가님 존경합니다. 항상 새롭고 애틋한 내용으로 옛날로 돌아가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신 회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