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식물이 세상을 감각하는 방법
식물은 눈도 코도 귀도 없다. 그런데 식물이 시각, 후각, 청각, 심지어 미각이나 촉각을 갖고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기존의 문화나 감각이나 관찰의 견지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껏 식물은 놀고먹는다고 배워 왔다. 즉, 우리가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광합성을 하고, 종종 새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그러고 나서는 잎을 떨군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식물'은 특정 상태의 인간을 묘사하는 접두사로도 사용된다. 즉, 식물인간이란 감각과 운동능력을 상실하고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의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식물에게 '감각 및 운동능력이 없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1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물을 감각이 결여된 존재로 간주하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유래한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이런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예컨대 카롤루스 보빌루스가 1509년에 발간한 <지혜에 대하여>에 수록된 삽화(생물 피라미드)를 보면, 식물은 느끼거나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적혀 있다. 심지어 계몽주의와 과학혁명 시대를 거치면서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나는 2장에서 식물의 진화과정을 더듬어보며, 식물은 5억 년 전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착생활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장소에 정착하여 생활할 경우, 이리저리 이동하며 생활할 때보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식물이 스스로 정착생활을 선택했다면 환경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후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을 개발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서, 감각이 절실히 필요했던 쪽은 동물보다는 오히려 식물이 아니었을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장•번식하고 자신을 방어하려면 감각이 꼭 필요한데 식물이 그걸 몰랐을 리 없다. 앞으로 차근차근 증거를 제시하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식물도 인간처럼 오감을 갖고 있다. 이 감각들은 식물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감각에 비해 성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식물은 그 외에 무려 열다섯 가지 감각을 더 갖고 있으니 말이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중에서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양병찬 옮김
첫댓글 궁금함이 많을 초등때 미모사가 너무 신기했습니다 선물받은 미모사를 한번을 꼭 만지고 학교를 가곤했습니다 지금도 항상보면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항상 소개해주셔서 또공부를 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구명계 이사님 카페에서 뵈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