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강바람
윤석중 시 /박태현 곡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뭇군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잠자는 뱃사공을 배에 태우고
혼자서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땔감으로 산에 나무가 전부이던 시절
지개 지고 나무하러 가는 일은 시골에서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었는데.
그땐 나뭇군이 따로 없었지.
이 노래 들으니 옛 그 아련한 시절의 그림이 어제 일 같이도 떠오른다.
여름에 그 나뭇군들에게 불어 주는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이라니, 오죽이나 고마운 것이랴......
헌데 그 산이란 것이 실은 다 남의 땅이라,
저 나뭇군들 남의 땅 밟고 들어가 마음 놓고 나무도 못한다.
또 살림까시(산림감시요원)한테 걸리면 귀찮은 곤역을 치루게도 된다.
하루 나무 한 짐 하기가 그리 만만한 건 아니었었단 말이라.
그래도 한 짐씩 애써 해 지고 그 경계를 벗어나오면
꾼들은 비로소 지개를 버텨 놓고 웃통을 벗어 제치고 앉아 쉴 수 있는 것이니,
그 때 불어 오는 바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시원한 것이었으랴.
지금 날이 하도 덥다 보니까 이 노래가 생각나 찾아 보는 것이니,
자연 저 멀어져간 옛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헌데 정작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뭇군'이 아니라
저 2절에 나오는 `잠 자는 뱃사공' 쪽에 있는 것이니.
즉 `잠 자는 뱃사공을 배에 태우고 혼자서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하는 대목이 좋아서다.
이 대목은 어려서 내가 이 노래를 알면서부터 좋아하던 것으로
뭔가 진한 서정을 일게 한 것이 아니었으랴.
그러나 지금 이 노래를 찾아 보면 그 노랫말의 일부가 좀 바뀌어 있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학교 교과서에도(실려 있다면) 분명 이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이건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여간 감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거 국어책 그냥 읽는 거 같아서 말이지.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다면 아마 이 노래 그저 평범히 보아 넘기고 말지 않았을까?
(물론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노래 보면 대개 어느 한 대목이 특히 좋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인데,
이 노래의 매력의 포인트는 내겐 저 `잠자는 뱃사공' 부분인 것이라.
고친 내용을 보면 문장의 논리를 중시한 것 같으나
이건 한편의 시요 노래로, 그 딱딱한 논리에 크게 구애 받을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는데.
노래가 사람의 감성을 외면한채 그저 교과서적이요 또는 논술적인 측면만을 주장한다면
사람의 정서에 좌우되는 노래로서의 맛은 아마 크게 떨어질 것 같다.
그리고 예술작품에서 리얼리즘의 문제는 그리 큰 문제로 안 보인다.
인간의 상상과 감정이 빚어 만드는 창작의 세계는 오죽이나 넓고 다양한 것이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옛 가사를 찾아 보는데 쉽지가 않다.
한참 헤맨 끝에 지금 이 노래를 찾아낸 것이었으니 여간 그립고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옛날 우리가 부르던 그 노래를 지금 그대로 듣고 있는 것이라.
(이 노래 부르는 저 학생도 아마 지금쯤 할머니 소리 듣고 있지 않을까?)
이것 외에도 보면 노래 중에 가사가 바뀐 노래가 적지않은 것으로 아는데,
가급적이면 원래의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옳지 않을까?
아주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그래서 그 속에 당시 시대상이나 사람들의 정서, 문화 등의 편린을
흘낏 들여다 볼 수도 있을 터인데.....
특히 작사자에 대한 예의의 차원에서도 원본을 살리는 게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우린 동요라고 하지만 지금 어린이들은 이런 거 그리 잘 부르지 않는다.
이 노래 아는 애들도 아마 거의 없을 듯. 옛날과는 정서나 문화가 다 바뀐 탓이리라.
우리가 흘러간 옛노래는 그래도 이따금씩 추억을 떠올리며 흥얼거려 보는 것이지마는
이런 노래가 있는지도 모르고 자란 세대라면 이를 어쩌랴.
그 시대에 어울리는 또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오면 좋으련만.
허나 역사나 문화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옛 자취에 대한 관심을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줄 안다.
(2012. 7. 25.)
(아쉬운 마음으로 이전 자료를 살려보려해도 안 되는데 아주 불능인지, 내가 못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