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충북아동문학 원고
-동시-
내 이름은 동진강
靑松 장병학
넓고 넓은 들녘에
봄부터 씨앗 뿌리고
햇곡식 총총 가꿀 때
콸콸 물을 보듬어주며
가뭄과 홍수 막아준 미호천
본래 내 이름은 동진강이야.
새벽녘 샛별 보일 때까지
청주 흥덕사 금당에서
시뻘건 쇳물 덩이를 녹이며
직지 금속활자 다듬을 때마다
땀으로 범벅된 몸 어디서 씻었을까?
마이산 정상부터 흘러온 동진강이지.
울 엄마
주룩주룩 내리는 비
온몸에 흠뻑 마지며
학교에서 터벅터벅
텅 빈 우리 집
젖은 책과 공책을
방바닥에 고루 펴놓았다.
뒷밭으로 달려갔더니
그 때까지 비 마지며
고구마 싹을 심으셨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 울 엄마!”
오창 구룡공원
빛 고운 청풍명월 고장
넓은 들녘의 곡창지대
예부터 풍요롭고 인심이 후덕하여
마중 손길 줄줄이 이어지는 대오창
방사광 가속기와 첨단 과학단지
전 국민의 먹거리 생산 중심지
오늘도 동진강 물녘에서 죔죔
오창 향수에 물든 섬광의 고을.
새벽마다 물안개 퐁퐁 솟아오르고
섬섬옥수 들꽃 세상 구룡 소류지
달님, 별님도 품고 놀다 가는
문학과 함께하는 오창 구룡공원.
산
동쪽산은 아침마다
해님을 낳으면서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남쪽산은 점심마다
해님을 머리 위로 올려
우리를 따뜻하고 행복케 한다.
서쪽산은 저녁마다
해님을 삼키면서
바알간 노을을 수놓는다.
동쪽산은 어머니
남쪽산은 왕자님
서쪽산은 화가야!
-수필-
총명한 아이들
靑松 장 병 학
전교생이 하교한 한적한 여름 햇살이 따가운 어느 날 오후였다. 농촌 지역이라 학원이 한 곳도 없어 읍 소재지에 있는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그 날도 교문 주위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며 학원 차를 기다렸다.
끝내 더위를 참지 못한 저학년 여자 아이들 세 명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수심이 깊은 웅덩이로 달려갔다. 세 아이는 웅덩이 속에 온몸을 담갔다. 자신도 모르게 수심이 2미터나 되는 깊은 곳으로 빠져 들었다. 깊은 물 속 바닥에 있는 이끼 낀 작은 바위를 밟는 순간 갑자기 물 가운데로 미끄러지면서 세 아이들은 허우적거리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 때 멀리서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은 이를 수상히 본 후, 사고 현장으로 즉시 달려왔다. 이 때 남자 아이들은 무조건 들어가서는 우리까지 다 죽는다며 주변에 긴 장대나 기다란 끈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상기하면서 마지막 방법인 인간 띠를 만들어 물속으로 서서히 들어가 두 명의 여자 아이를 구출해냈다. 마지막 한 친구는 수심이 깊은 한복판에 있어 인간 띠로 해도 자신들까지 물 속 깊이 빠짐을 판단했다. 세 아이는 현장에 있었고 두 아이는 다리 밑에서 술파티를 하고 있는 어른들한테 황급히 달려가 구조 요청을 했다. 어른들은 술이 얼근한 채 오히려 대낮에 웃기지 말라며 비웃기만 했다.
구조 요청을 했던 두 아이는 어른들을 원망하면서 다시 학교를 향하여 있는 힘을 다하여 뛰었다. 선생님께 알리자마자 하던 일손을 멈추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때는 늦어 물속에 가라앉았다. 황급하게 달려간 선생님은 깊은 물에 가라앉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밖에 눕힌 채 인공호흡을 수없이 가했으나 회생치를 못했다. 드디어
119 구조대가 달려와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끝내 살려내지 못하였다. 부모는 병원 복도에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억장이 무너지면서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학교장인 나를 비롯 우리 교직원들은 영안실에서 자정이 넘도록 유족들과 같이 숨진 아이를 지켰다.
이튿날 영구차를 학교로 안내하여 교정에서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결식을 진행했다. 학교장인 나는 눈물을 쏟아내며 조사를 읽었다. 아이가 즐겁게 공부했던 교실까지 가서 그토록 아끼고 정들었던 책상 위에 조화를 바치면서 교직원, 학부모들, 학생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저 세상으로 간 사랑스러운 아이는 금방이라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달려오는 것만 같았다. 한 송이 못다 핀 국화꽃을 태운 영구차가 교문을 빠져나감에 우리는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전날부터 각종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장한 일을 해낸 초등학생’, ‘인간 쇠사슬로 구출한 아이들’ 등의 소식이 톱기사로 전국에 보도되었다. 오히려 각 처에서 학생 교육을 잘 시킨 학교장이라며 내게 오히려 격려의 전화가 이어질 때마다 죄스럽기만 했다.
「우리 시대」라는 TV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전국에 15분간이나 방영해주면서 어른들도 해내지 못한 장한 일을 했다고 보도했다. 충청일보 충청논단에 「사마공과 충북 어린이」라는 논제 아래, 요즈음 같은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 신선한 삶의 교훈을 온 국민에게 주었다고 극찬했다.
중국 송나라 때 정치가이며 학자였던 사마광은 자치통감을 저술한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함께 커다란 물항아리 옆에서 놀고 있었다. 그 중 한 어린이가 부주의로 발을 헛디딤에 그 속에 빠지는 일이 벌어져 익사 직전에 있었다. 이에 놀란 다른 어린이들은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도와 줄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이때 사마광의 머리를 스치고 지난 것은 물항아리를 깨면 친구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섰다. 그는 어른 주먹보다도 훨씬 큰 돌을 가져다가 그것을 깨려 했으나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마침내 물항아리는 깨지고 물은 밖으로 쏟아져 나옴에 허우적대던 어린이는 마침내 구출되었다.
사마광 같은 총명한 어린이처럼 생거진천 우리 백곡아이들에게 상찬의 박수를 힘차게 보냈다. 구조하려는 어린이들 모두가 침착했으며, 구조방법도 슬기로웠다고 했다. 이들 어린이들의 마음과 행동은 교통사고 현장을 보고도 지나쳐버린 어른들이나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운전자들과는 얼마나 비교되며 자랑스러운가?
우리 인간은 개인적이든 집단적 차원의 결정이든 간에 세 가지 판단 즉 가치판단, 사실판단, 결과판단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사마광이나 우리 아이들은 친구를 구하겠다는 행위 목적은 가치판단에 해당될 수 있다. 돌로 물항아리를 깰 수 있다는 것이나 서로 손을 맞잡으면 친구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은 경험적인 사실에 근거한 사실판단이다. 어른을 찾아 마을로 뛰어 들어가 시간을 끌었다면 물에 빠진 친구는 이미 기절했을 것이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물항아리나 물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갔다면, 그들마저 희생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건에 따른 결과 판단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 결과 판단은 아주 기민했고 매우 정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집과 편견 그리고 이해득실 등 자신이 이로운 대로 의식, 무의식으로 판단할 때가 너무도 많지 않은가?
햇빛보다 더 밝고 영리한 아이들 곁에서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무척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겸연쩍게 느끼기도 했다. 진천군수께서도 학교를 방문하여 다섯 명의 영리한 아이들한테 표창과 푸짐한 상품을 안겨 주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아이들이 초청하여 대통령 내외분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대통령 옆 자리에서 자리한 늠름한 모습이 저녁 뉴스 시간에 방영되어 많은 분들의 칭찬도 이어지기도 했다.
각박한 세상에 학교에서 진솔하게 배운 지식을 이용하여 위기를 살려낸 총명한 우리 아이들이 마냥 자랑스럽고 오래도록 이 땅의 의인(義人)으로서 귀감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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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장병학의 발자취
-문단-
시와 의식(문예한국) 수필(1986) 등단,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동시 등단(2002)
충북수필문학회장, 충북글짓기지도회장, 중부문학회 회장, 청주문인협회 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충북위원회 회장, 충북문인협회 수석 부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한국문예수필문학회 부회장 역임
한국교육총연합회 주최 ‘전국대학생수필공모대회’ 심사위원장
충북문화재단 자문위원, 충북예총 자문위원, 중부매일, 충청일보 논설위원
현)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회위원장, 충북아동문학회 고문,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충북회장, 수필의 날 조직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전통문학연구위원
-교육-
청주교육대학교, 경희대학교교육대학원 졸업
청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외 7학교 교사
음성 수봉초, 삼성초등학교 교감, 충북열린교육회장
음성교육청,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충북새교실회장
진천 백곡초, 삼수초, 청주 풍광초등학교 교장
괴산증평교육청 교육과장, 교육장 직무대행
청천학생야영장장, 충북교육박람회 상임대표
극동정보대학 겸임교수, 충청북도의회 교육의원
-수상-
(문학): 한인현 문학지도상, 박화목아동문학상, 진천문학상, 청주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충북문학상, 운초문화상(문학), 문예한국 작가상,
감사패(교육감, 충북도의회 의장, 충북지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육): 충북의 별(충북교육감), 단재교육학술상(충북교육감)
전국교육연구대회 1등급(2회, 문교부장관, 푸른기장증), 2등급(2회 수상)
한국교원총연합회 특별상(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국교육자대상(한국일보사장), 베스트의정상(여성유권자충북연맹회장)
모범공무원 표창(국무총리)
황조근정훈장(대통령)
-저서 및 집필-
* ‘꿈을 주는 동시’(동시집,2008), ‘별님도 덩실덩실’(동시집,2019. 제7회 박화목아동문학상 수상집))
* ‘늘 처음처럼’(수필집,2002), ‘신이 내린 선물’(수필집,2019)
* ‘함께 가는 융합 미래사회’(칼럼집,2014)
* ‘수준별 열린교육’(공저,1998)
* ‘고장을 빛낸 사람들’(충북지사 발행: 충청북도:효열, 청백리 21명 집필,1994 )
* ‘내고장전통가꾸기’ (진천군수 발행: 집필 및 편집위원 1982)
- 시비 -
* 청주 풍광초등학교 교정
* 괴산 백봉초등학교 교정
첫댓글 멋지십니다~~
엄마 냄새가 난다
울 엄마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