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와의 만남을 하루 앞둔 월요일. 신정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소원을 말해봐 SO WANT!’ 덕분에 영화를 보고 파스타를 먹으러 갈 생각에 이리 저리 장소와 시간을 알아보던 중에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혜민 선생님. 저 연미인데용 도담선생님이랑 얘기 해봤는데 내일 롯데월드 가는 건 어떠신가요'
연미와 함께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 저는 어디든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말이었습니다. 뭘 먹든 어딜 가든 연미와 함께 하는 것은 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신나게 일정을 잡고,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롯데월드에 가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기대하며 준비했습니다.
화요일 아침. 온라인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 신난 연미가 도담도담실에 왔습니다. 여느 아침과는 다르게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에너지도 넘쳐보였습니다. 교과서를 챙기면서 오늘은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내서 오전 시간을 보내보자고 응원하며 연미를 배웅해주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연미가 도담도담실로 와서 가방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나섰습니다. 연미에게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갈지 아니면 가는 동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찾아볼지 물어보니 학교 근처에서 먹고 가자고 답변했습니다. 얌샘에 가서 연미가 좋아하는 화이트 크림 떡볶이와 참치 김밥을 시켜서 맛있게 나눠먹으며 롯데월드를 기대하는 마음을 나눴습니다.
밥을 다 먹고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먹을 간식을 사들고 택시를 타고 신도림역으로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 잠실역으로 갔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제가 많이 편해졌는지 연미가 이런 저런 질문들을 했습니다. 롯데월드에 많이 가봤는지, 젤리를 좋아하는지, 주말에는 주로 어떤 것을 하는지 등의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를 나누며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롯데월드에 도착해서 표를 끊는 곳에서 가져간 카드를 쓰려고 했는데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연미가 매표소의 위치를 확인해서 그쪽으로 가서 결제를 해보자고 얘기해 가서 직원에게 결제를 시도하니 바로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신나게 안내사항에 대해 듣고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실외로 먼저 나가서 연미와 사전에 미리 찾아봤던 자이로스핀을 바로 타러 갔습니다. 석촌호수 바로 옆에서 풍경 구경도 하고, 속도도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연미는 들어가자마자 첫 놀이기구라 긴장했는지 눈을 질끈 감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웠다고 얘기했습니다. 이후 바로 옆에 있던 연미가 좋아하는 회전그네를 타며 신남을 더 끌어 올렸습니다.
몸풀기로 가볍게 두 개를 연달아 타고난 후 롯데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놀이기구 중 하나인 혜성특급을 타러 줄을 섰습니다. 평상시였으면 사람이 정말 많고 오래 기다려야 했겠지만, 평일이고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는 더 멀리 떨어져있을 수 있었고, 연미와는 한층 더 가까워지고 우리만의 세상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롯데월드에 처음 오는 것은 아니지만 혜성특급은 처음 타봤다고 얘기하는 연미. 어느새 예전에 들었다던 혜성특급 괴담을 찾아 읽으면서 장난스럽게 저에게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혜성특급이 가장 재밌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처음 타는 것을 즐긴 후 길을 가다가 KFC 문 옆에 콜팝 전단지를 보고 연미가 신이 나서 먹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 타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돌아가자고 한 터라 지체 없이 망설임 없이 KFC로 들어가 연미가 콜팝을 시켜 먹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놀이공원에 와서 그런지 연미는 굉장히 신나보였습니다.
다음으로는 롯데월드에서 가장 빠르다는 아틀란티스를 타러 갔습니다. 무서운 것을 잘 탄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던 연미도 아틀란티스가 쌩쌩 달리는 것을 앞에서 볼 땐 겁이 났는지 긴장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던 중 어느새 그 걱정되는 마음을 저에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행동 등으로 풀게 된 것 같습니다. 스킨십이 자연스러워진 만큼 연미와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습니다.
시속 72km의 빠른 아틀란티스를 타는 중 중간에 짧게 느려지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는 연미가 무서워할까봐 걱정하며 쳐다보고, 연미는 제가 잘 타고 있나 저를 처다 보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괜히 서로 웃음이 났습니다. 후에 나눈 이야기이지만 제 머리가 빠른 속도로 인해 굉장히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연미는 그런 저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연미가 무서울까 걱정돼 손을 쓰다듬으며 웃었던 겁니다. 이유는 각자 달랐지만 그저 함께 하니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러 놀이기구를 탄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인생 네컷을 찍을 수 있는 기계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첫 회기를 기념하기 위해 연미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포즈도 맞추고, 자리도 바꿔가면서 사진을 찍고 연미가 마음에 들어 하는 배경과 모양으로 사진을 최종 선택하였습니다. 예쁜 사진과 예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진을 한 장씩 나눠 갖고, 사이좋게 공차 버블티를 하나씩 손에 들고 연미가 좋아하는 바이킹을 타러 갔습니다. 음료는 카운터에 맡기고 맨 끝에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 연미는 늘 손잡이를 꽉 잡고 타길래 이번 바이킹에서는 제가 가방을 들고 있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연미가 '선생님 괜찮겠어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괜찮다고 답변하고 맘껏 소리 지르며 타자고 당부했습니다.
여태껏 연미에게 뭔가를 해줄 때 연미는 늘 저를 먼저 생각하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행위에 따라서 선생님인 제가 피해를 받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질문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연미가 남을 배려하는 성격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쩌면 받는 것이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론 연미를 만날 때 받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유도 상관 없이 그저 받는 것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바이킹까지 신나게 타고난 후 연미가 롯데월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타고 싶어했던 물 사이로 빨리 달리는 후룸라이드를 타러 갔습니다.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 예약을 해놓은 것이 의미가 없었지만, 연미와 저만을 위해 한 열차를 탈 수 있다는 것도 신났고, 언제 물이 많이 튈지 고민하며 기다리는 것도 신이 났습니다. 후룸라이드에서 내리고 난 우리 둘은 머리와 팔이 다 젖어있었는데, 젖은 서로를 바라보며 또 한참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으로 놀이 기구를 하나만 더 타고 나가려고 찾던 중 ‘어? 솜사탕이다!’ 라며 연미가 어느 상점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나선 팝콘도 먹어도 되냐며 물어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좋다고 얘기했더니 신나서 팝콘과 솜사탕을 시켰습니다. 행복한 표정으로 양 손에 간식을 들고 있으면서도 연미는 ‘선생님은 안 드세요?’라고 저를 챙겼습니다. 맛있는 간식과 마음을 함께 나눠준 연미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안 먹어도 되니 연미가 많이 먹으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간식을 여러 개 먹었더니 배가 불러 팝콘은 결국 집으로 가져가 먹기로 했습니다.
어느덧 가야할 시간이 다 돼서 밥을 먹으러 가는 중에 연미와 함께 롯데월드에서 찍었던 사진을 같이 구경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어느새 저희의 하루가 전부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던 연미는 자신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도 예쁜데 조금 더 웃으면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앞으론 그렇게 해보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에는 ‘연미야 조금 더 웃어볼까?’ 라고 얘기해주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을 먹을지 결정하기 위해 나와서 걷다가 피자집이 보였고, 연미는 피자가 먹고 싶다고 바로 이야기했습니다. 마침 그 피자집에 연미가 좋아한다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도 있어서 피자와 함께 시켰고, 고기를 좋아한다던 연미를 위해 스테이크도 함께 시켰습니다. 연미는 스테이크를 한 번도 안 먹어봐서 어떨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음식이 나온 후 하나씩 다 맛을 보던 연미가 전부 맛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잘 먹는 연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밥을 먹으며 흐뭇하게 연미를 바라보았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이런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롯데월드에 와서 재밌게 놀기도 해보네요. 감사해요.’
연미가 갑자기 저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아니라고, 연미 덕분에 선생님도 여기 와서 재밌는 시간 보내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었던 거라고 고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올 수 있게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니 연미가 약간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친구 주원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작년에 주원이는 멘토링을 했었는데, 연미는 하지 못했을 때 감정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부럽고 자신도 얼른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얘기하길래 이유를 물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선생님을 만나려고 그랬던 건가 봐요. 예전엔 부러웠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부러워요.’
고마웠습니다. 저를 만나는 것을 이렇게나 크게 생각해주고 기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연미를 만나 행복하고, 연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굉장히 의미있고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멘토링을 하겠다고 바로 대답해주고, 시간과 마음을 내주어서 고맙다고 표현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고 필요한 것 같아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을 하며 훈훈한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연미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종일 간식도 많이 먹고, 저녁도 여러 종류를 시켰는데 피자와 파스타 스테이크를 거의 남김 없이 다 먹었습니다.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너무 맛있고 마음에 쏙 든다고 얘기하는 것이 예뻤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 중이라 배가 부를 법도 한데 그러면서도 마카롱을 사서 가자고 얘기하니 신나서 반응하는 것도 귀여웠습니다. 밥을 먹고 이동하기 전 잠시 역사 내에서 마카롱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찾으려고 했던 마카롱 집이 문을 닫은 것을 알게 되어 아쉬운대로 근처 파리바게트에 가서 마카롱을 골라왔습니다. 아쉬우니 나중에 연미에게 아주 맛있는 마카롱을 사주겠다고 얘기하니 ‘에이 그럼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잖아요.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연미에게 연미는 그걸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선생님이 연미가 너무 소중해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고, 선생님도 연미가 좋아하는 마카롱을 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연미가 ‘감동이에요..’ 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아까도 짧게 느꼈지만 연미는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만나면서는 조금 더 받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이 표현하고 아끼고 싶습니다. 연미라는 존재 자체로 귀하고 사랑받기에 마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야겠습니다. 멘토링을 통해 받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져서 연미도 남에게 그렇게 베풀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집 앞으로 와서는 꼭 안아주며 덕분에 오늘 즐거웠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함께해서 행복했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함께 다녀오진 못했지만 하루 종일 우리를 신경 쓰셨을 천화현 선생님의 마음도 함께 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미를 응원하고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연미와 얘기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또 놀이기구도 타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든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또 함께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됐습니다.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낼 수 있게 초대해준 연미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 추천해주시고, 하루 종일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신경써준 천화현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원을 말해봐라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제공해주신 신정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