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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위봉사 입구 → 능선 갈림길 → 위봉산(장대봉) 왕복 → 다경봉 → 되실봉 → 서례봉 → 암봉 → 오도재 → 오도재봉 → 서방산 → 종남산 → 송광사 주차장'의 13.5km 구간을 6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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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봉산[威鳳山]
높이; 525m
위치: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은 일명 추줄산으로도 불리며, 행정구역상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와 동상면 수만 리에 경계하고 있다. 북동쪽에는 화부산(, 602m), 서쪽에는 서대산(612m)·종남산(600m), 남동쪽에는 원등산(713m)이 있다. 동쪽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는 사봉천을 이루고 다시 북쪽으로 흘러 동상저수지로 유입된다. 남쪽 계곡의 경사는 완만하며 산기슭에는 송광사·위봉사·위봉산성 등이 있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 동상저수지, 동으로 연석산, 운장산, 남으로 원등산, 마이산, 만덕산, 서로는 종남산, 서방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위봉사는 604년(백제 무왕 5) 창건된 것인데 한국 불교사찰 31 본산의 하나로서 경내에는 보광명전(普光明殿; 보물 608) 등이 있다. 위봉산성은 송광사에서 위봉사로 넘어가는 고개 위에 그 터가 남아 있는데 성내에는 행궁과 진전의 터도 있다.
송광사에서 더 깊이 골짜기를 타고 4㎞쯤 위봉산 고갯길을 오르면 위봉산성 서문이 나온다. 이 위봉산성 서문을 지나 300m쯤 내려가면 위봉사가 나온다.
위봉산성은 이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축성했던 성이다. 성의 규모는 길이 16㎞, 높이 4~5m, 폭 3m의 홍예석문이 지방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다. 이 산성은 1675년 (숙종 원년) 7년의 세월과 인근 7개 군민을 동원하여 쌓은 것을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전주 경기전의 영정과 왕조실록을 묘향산까지 피난시켰고, 무주 적상산성에 설치한 사고도 어려움이 많아 전주에서 가까운 험한 지형을 골라 새로 성을 쌓아서 이태조 영정을 피난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사찰 앞에서 1백여 미터 아래에 있는 위봉폭포가 장관이다. 절벽 사이로 비류직하 하는 60여 미터의 폭포와 빼어난 경관은 그 아래로 펼쳐진 골짜기, 그리고 동상댐 호반의 절경 등이 어우러져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차량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 한국의 산하
서방산[西方山]
높이: 612m
위치: 전북 완주군 용진면
종남산과 서방산 줄기는 드넓은 김제 만경평야와 산간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숲이 울창하고 암벽과 암릉이 제법 쏠쏠하게 발달해 있다. 울창한 숲속을 흘러내리는 봉서사 골짜기의 개울도 맑고 수려해 평야가 가까우면서도 깊은 산중의 맛이 느껴져 이 지역 산꾼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특히 뛰어난 것은 조망이 좋다는 것. 평야와 산지의 경계에 있어 넓은 김제 만경들을 넘어 서해를 볼 수 있고 북에서 동을 거쳐 남으로도 수많은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송광사 쪽은 교통이 편리하나 봉서사 쪽은 용진면 간중리 두억마을에서 절까지 3km가량을 걸어가야 하므로 이 코스는 차량을 지원받을 때 이용하면 더욱 좋다. - 한국의 산하
종남산[終南山]
높이: 608m
위치: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종남산은 전주에서 동북쪽 1.5km쯤 되는 송광사 뒷산이다. 고산의 안수산이 오도재를 건너 서방산과 종남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로 동으로는 오도재, 오성리 너머로 위봉산성과 되실봉의 암봉이 조망되고 서남쪽으로 용진평야와 전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산의 바로 아래 서남쪽 기슭에는 마치 서부활극에나 나오는 서부 평원과도 같은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시야가 확 트인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여기에는 전라북도 예비군 동원훈련장을 비롯해 학생야영장, 한국 보이스카우트 전북연맹 훈련장, 신원사, 송광사가 자리 잡고 있어 전주와 진안 간 국도에서 송광사까지의 2.6km의 봄철 벚꽃 상춘객과 함께 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그치지를 않는다. 이 산은 예비군이나 청소년층의 하이킹 코스로도 주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주시민들의 반나절 등산코스로 또는 서방산까지를 연계한 하루 등산코스로 적합한 곳이다.
'종남산(終南山)'이란 송광사를 세운 도의 선사가 절터를 구하기 위하여 남으로 내려오다가 이곳에 이르러 땅속에서 깨끗하고 풍부한 영천수가 솟아오른 것을 발견하고는 큰 절을 세울 곳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남으로 내려가는 길을 포기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지금도 지금도 보이스카우트 제1 야영장과 본관이 있는 곳에선 사시사철 맑고 깨끗한 영천수가 나와 훈련장의 음료수와 풀장 용수로 쓰고 있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4월 셋째 주 목요일은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완주 위봉산행 중 A 코스인 위봉산~서방산~종남산 연계 산행을 하기로 했다. 전북의 오지라고 하면, 무진장을 거론하지만, 완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산이 많은 지역으로 오랜만에 총 13.5km 거리에, 6시간 30분의 소요 시간을 책정한 산행으로 기대가 크다. 한번에 달리는 위봉산, 서방산, 종남산을 한국의 산하에서는 암릉과 암봉이 발달했고, 특히 조망이 좋은 산이라고 소개했다. 고로 당일 날씨가 받쳐준다면, 대한민국 유일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 만경평야를 조망할 수도 있을 전망인데, 기상청 중기 예보에 의하면 종일 맑은 날씨다. 다만, 미세먼지가 어떨지는 당일 아침에나, 확인할 수 있어, 예상할 수 없으나, 좋기를 바랄 뿐이다.
대기자가 3명이 넘자, 산악회에서 28인승에서 31인승 버스로 변경해, 좌석 간 간격이 다소 비좁아 약간은 불편한 이동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이 산악회는 그 차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니, 다들 큰 불만은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기자가 있어도 인솔 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28인승 그대로 진행했는데, 대장의 의견을 무시하는 걸 보면 안내 산악회의 정책이 변한 듯하다. 특히 우천 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솔 대장의 산행 연기나 취소 요청도 무시하고, 취소자에게는 회비의 20%에 달하는 페널티까지 물리고 차량 운행을 강행하는 걸 보면 확실히 변하기는 했다.
위봉산과 가까운 모악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17~22℃, 바람은 2~4m/s, 구름 한 점 없는 맑을 날씨라는 예보라, 다소 더울 걸로 예상된다. 해서 다른 건 평소와 다름없으나, 시원한 물을 많이 준비할 예정이다. 물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선시장표 또는 불광역표 김밥도 준비한다. 그동안 산악회 버스를 사당에서 탔으나, 최근에는 지하철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변해, 환승 과정에서 차를 놓쳐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 환승을 없애기 위해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타기로 했다. 하산주야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이 맛집으로 선택한 화신순두부에서 늦은 점심을 겸해 마신다. 다만, 안주가 부실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는 하나, 적당한 선택지가 있을 거라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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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알람에 놀라 핸드폰을 보니, 오늘이 완주 위봉산 가는 날이라, 재빨리 기상해 볼일을 보는 동안 먼저 미세먼지 상황을 확인했다. 초미세먼지 '보통', 미세먼지 '나쁨'이다. 고로 조망은 기대할 수 없다. 그 외 다른 건 지난밤과 달라진 건 없다. 아니, 빈자리 하나가 채워졌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가며, 김밥집이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불광역 마을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곳은 아직이고, 먼 곳은 영업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먼 거리의 김밥집으로 가 김밥 한 줄을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 역과 가까운 김밥집이 그 시간에 문을 열지 않는다면, 굳이 불광역으로 갈 이유가 없어, 앞으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신내역으로 가기로 했다.
김밥집에서 나와 역으로 내려가 3호선 개찰구까지 걸어간 후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6시 7분 열차를 보내고, 6시 13분 차를 탔다. 7분 차는 대화발이라, 불광역에 도착할 때는 빈자리가 없고, 13분 차는 구파발발이라 빈자리가 많다. 고로 급하지 않으면 대화발 열차를 탈 이유가 없다. 6시 13분 불광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예정대로라면 6시 53분 도착해야 하나, 실제는 4분 늦은, 6시 57분에 도착했다. 그나마 갈아타지 않고, 같은 선상에 있는 목적지라 문제가 없었지, 갈아타야 하는 코스였으며, 환승 열차를 놓칠 뻔한 상황이다. 나라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어쨌든 화장실에 들를 시간도 없어, 서둘러 12번 출구로 나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익숙한 인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게 보인다. 멀찍이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당에 출발 버스 도착 시간이 가까워, 길을 건너가, 인솔 대장과 익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확히 7시 10분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보조 가방만 들고 차에 올라, 사당에서 온 일행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열차에 이어서 책을 봤다. 그리고 죽전과 신갈에서 나머지 승객이 타는 걸 보고,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천안논산고속도로다. 목적지가 완주니, 가장 빠른 코스가 맞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실내등이 들어와 패드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정안 알밤휴게소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집을 나서 불광역에 도착했을 때,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보리차가 든 물병을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해서 휴게소에서 생수를 사야 해, 차에서 내려 겸사겸사 스트레칭도 하고, 볼일도 본 후, 휴게소를 구경했다. 버스로 돌아가 출발을 기다리자, 20분 휴식 시간을 꽉 채운 후 차가 출발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특별히 길을 잃거나, 위험한 구간이 있는 건 아니라, 별 다른 주의는 없었으나, 생각보다 기복이 많은 산이라,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인솔 대장의 이번 산행에 대한 평가다. 해서 13km에 불과하나, 6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책정했고, 기온 20℃ 넘는다는 예보니, 더위 먹지 않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진행하라는 게 대장의 부탁이다. 그리고 들머리에서 왕복 20분 거리에 위봉폭포가 있는데, 빠른 선두만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자, 기사가 폭포 입구까지 태워주겠다고 해, 애초 들머리였던 위봉사를 지나, 위봉폭포 전망대에서 버스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위봉폭포로 내려가는 갑판 계단에 서자 저 멀리 거의 능선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여,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폭포로 내려가며 보니, 정말 대단한 폭포다. 이런 폭포가 여기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폭포수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감상과 기록을 남긴 후 다시 버스로 돌아오자, 기사가 차를 돌려, 애초 들머리인 위봉사가 아니라, 등산로 입구에 차를 세운다. 몇 번, 이 기사의 차를 탄 경험이 있는 주변 승객 말대로 등산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기사다. 폭포에서 들머리로 이동하는 동안 인솔 대장이, 다 같이 폭포 구경하느라 30분 정도 소요 시간을 잡아먹었으나, 마감은 예정대로 4시 30분으로 해도 되는지 일행에게 물었다. 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라, 폭포 구경과 상관없이 마감은 4시 30분이다. 고로 실제 산행 시간은 10시 29분부터 4시 30분까지라, 6시간 정도다. 그럼 1시간 30분 일찍 하산해 육개장집에서 석쇠갈비를 먹으려던 산행 대장 겸 주당 대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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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이미 기동한 등산 앱을 기록 모드로 변경하고, 버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멨다. 이후 주위를 둘러본 후 GPS 오차 보정이 끝났을 때쯤 앱으로 현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97m, 예상보다 높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서방산이 612m, 고도차는 315m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들머리에서 1.2km 거리에 있는 위봉산의 높이가 525m라, 228m만 올라가면 된다. 뭐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데, 선두는 위봉폭포에서 잡은 먹은 시간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거의 달리다시피 위봉산을 향해 올라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 중간 정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양평 용문봉에 오르려던 시도가, 평일과 휴일의 지하철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걸 망각하는 바람에 용문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산행을 못해서 그런지, 시작부터 숨이 가빠온다. 해서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해 등산로 주변의 야생화 등을 기록으로 남기며 올라갔다.
들머리에서 8분가량 올라가자, 등산로가 이상해 자세히 살펴보니 산성이다. 그런데, 최근에 손을 본 거 같지는 않은데, 상태가 좋다. 해서 산 소개를 보니, 역시 북한산성과 같이 숙종 때 쌓은 거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위로 12분 정도 올라가자 울창한 숲 사이로 오른쪽으로 봉우리가 보인다. 인솔 대장이 위봉산은 왕복해야 한다고 했는데, 거리나 위치나 위봉산으로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7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나고 그 주변에 배낭이 놓여 있다. 선두가 놓고 간 거다. 역시 나도 배낭을 벗어, 그곳에 두고 우회전해 위봉산으로 향했다. 짙푸른 녹음에 희미하게 흔적만 보이는 위봉산을 바라보며 그걸 향해 가자, 10시 54분 등산 앱이 위봉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갔다.
정상을 찍고 돌아 내려오는 선두와 인사를 나누며 올라가, 10시 56분 돌탑과 그 옆에 정상석이 아니라 알루미늄판이 서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선두는 이미 정상을 찍고 돌아갔고, 다른 일행은 도착하기 전이라, 일단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뜨려는 데, 막 도착한 일행이 인증을 부탁해 사진을 찍어 준 후, 정상을 떠나 갈림길로 돌아갔다. 물론 돌아가면서 안면이 있는 일행과는 몇 마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목요 오지팀과 스물일곱 번이나 산행을 같이했는데, 그중 80% 정도는 동일한 산꾼이라, 다들 익숙한 얼굴이다. 11시 1분 갈림길에 도착해 보니, 갈 때와는 달리, 배낭이 많이 늘었다. 그중 내 배낭을 들어 올려 둘러메고, 다음 목표인 서방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고개로 150m가량 내려가자, 당연히 다시 오르막인데, 나무를 박은 계단으로 등산로 상태는 괜찮은 편이나, 경사가 심해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역시 페이스 조절을 위해 주변의 야생화를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정상에 도착하니, 군산산악회에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단 '다경봉 55Xm'라는 명패가 보인다. 위봉산 다경봉인데, A4 지에 인쇄해 비닐로 감싼 명패가 비바람에 시달려 높이를 적은 부분이 찢어져 마지막 일 단위 숫자는 읽을 수 없지만, 어쨌든 정상보다 높다. 해서 다경봉을 위봉산 정상으로 표기하는 지도도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서방산을 향해 계속 가는데, 다경봉부터는 경사가 완만하고, 산성이 능선에 있어 등산로 또한 그 산성 위로 가고 있다. 그 산성 위를 걸어, 500m 정도 가자, 갈림길 이정표로 좌회전 내려가면 서문이다. 직진인 되실봉까지는 0.93km! 갈림길을 지나, 되실봉으로 향해 6분 정도를 가니 경사가 급해진다. 분위기로 봐서는 되실봉이 멀지 않다. 그런데, 막상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고 보니, 되실봉은 아직 멀었고, 그나마 경사가 다시 완만해져 조금 전과 같이 힘들지 않다는 게 위안이다.
11시 34분 이번 산행의 B 코스로 위봉산을 제외한 위봉산성 서문에서 시작하는 길과 만났다. 정확히는 갈림길이나, 이정표는 없다. 몸이 좋지 않은 인솔 대장과 초면의 등산객 등 두 사람이 선택한 코스다. 갈림길에서 20여 미터를 가니,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위치를 잘못 잡은 거 같은데, 그래도 없는 거보다는 낮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 의하면 되실봉 다음에 서래봉이라는 봉우리가 또 있어, 위봉산에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다경봉, 되실봉, 서래봉 셋이나 된다. 그럼, 무명봉까지 합치면 꽤 큰 산이라는 얘기다. 되실봉까지 남은 거리는 0.70km, 고로 10분 동안 고작 300m 왔을 정도로 경사가 급했다는 얘기다. 와중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선두 그룹이 두릅 따는 걸 구경하느라, 약간 지체한 것도 있다. 어쨌든 다시 완만한 능선 위 산성으로 되실봉으로 향하면, 왼쪽으로 보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정체는 알 수 없으나, 올라야 할 봉우리라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다.
완만한 경사라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되실봉으로 향하고 있는데, 11시 41분 등산 앱이 되실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42분 누군가 돌탑 꼭대기에 '되실봉 608m'라 적은 넓적한 돌을 올린 정상에 도착했다. 되실봉은 다경봉보다 높아, 서래봉의 높이를 모르지만, 위봉산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역시 아무도 없는 곳이라,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바로 다음 봉우리인 서래봉으로 향하며, 배가 고파 배낭에서 김밥을 꺼냈다. 그런데, 두릅을 따느라 뒤에 처졌던 주당 멤버가 나를 추월하며, 선두 그룹이 앞에 있으니, 빨리 가자고 재촉해 김밥을 다시 배낭에 넣고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고개로 내려가며 보니,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고, 그 부근에서 선두 그룹에 속했던 여성 산꾼이 고사리를 꺾고 있다.
11시 53분 임도를 건너, 임도가 자른 능선으로 올라, 서래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자, 부서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서래봉까지 남은 거리는 0.88km, 그런데 이정표가 부서져 좌회전하면 어딘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이정표에서 직진 방향을 보니, 울창한 숲 사이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서래봉으로 오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거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올라, 12시 17분경 정상이라 생각한 곳에 도착했는데 아니다. 그걸 정상이라 생각한 건 그다음부터는 완만한 경사라 아래에서는 정상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그나마 체력 손모가 적은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다시 전진해 1분 정도 가니 등산 앱이 서래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가, 12시 19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고산자연휴양림 갈림길로, 거기 서 있는 이정표 기둥에 앞선 산꾼이 '서래봉'이라 적어놓았으나,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았는지, '서래봉 702m'라고 쓴 넓적한 돌까지 이정표 기둥에 기대어 놓아,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608m 높이의 되실봉이 위봉산 상봉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100m가량 더 높은 이 서래봉이 상봉이다. 그럼, 되실봉은 중봉이다. 그건 그렇고, 역시 정상 주변에 아무도 없어 인증을 남기기 위해 삼각대를 꺼내 설치하고 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이 막 도착해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서래봉을 끝으로 위봉산의 봉우리는 다 올랐고, 이제는 오도재로 내려가 서방산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향해 가는데, 앞에 선두 그룹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 가서 보니, 등산로에서 벗어난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해서 그곳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아 김밥을 꺼내 먹었는데, 산꾼으로 참여한 친한 인솔 대장의 목소리가 들려 그도 불렀다. 정확히는 여성 인솔 대장인 그녀의 점심은 막걸리라, 그것도 한잔 얻어 마셨다.
선두가 점심과 막걸리를 다 먹고, 마시고 그 자리를 떠나 출발하려는 순간 고사리를 꺾던 여성 산꾼이 도착해, 점심 선수가 교체됐다. 이후 먼저 먹기 시작한 나도 김밥을 다 먹고, 그녀에게 먼저 가겠다고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나기 전, 미세먼지로 시야는 좋지 않지만,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나온 위봉산 능선과 가야 할 서방산 종남산 능선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서래봉에서 오도재로 이어지는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그 중간 정상에 돌탑이 있는 암봉이 보인다.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볼만한 봉우리라고 얘기한 돌탑봉이다. 고로 서래봉이 위봉산의 마지막 봉우리가 아니라 돌탑봉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암봉이라 잔뜩 기대하고 걸음을 재촉해, 12시 35분 안수산 갈림길 지나며 보니, 능선은 거의 90도로 좌회전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위봉산과 서방산, 종남산이 마주 보려면, 능선이 디귿을 써야 해, 어디에선가 다시 90도로 좌회전할 거다. 어쨌든 그 이정표에서 50여 미터를 가자, 돌탑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암봉 정상 돌탑 주변에 산꾼이 보여 자세히 보니, 조금 전에 출발한 선두다. 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외쳤으나, 다른 선두는 그 말을 못 듣고 암봉에서 떠났고, 막 도착한 여성 인솔 대장이 그 소리를 듣고 포즈를 취해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암봉으로 가기 위해 고개로 내려가서 보니, 등산로는 암봉 뒤로 우회해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할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등산로를 버리고 정면에서 네발로 암봉으로 기어올라, 12시 41분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탄 암벽이고 오르는 재미가 좋은 암봉이다. 암봉이니 당연히 전망대라,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능선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왼쪽이 지나온 위봉산 능선이고, 오른쪽이 가야 할 서방산, 종남산 능선이다. 그런데, 양쪽 다 임도가 산 중턱을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이 흉물스럽다.
끝으로 지나온 서래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암봉을 떠나 이제야말로 오도재로 내려간다. 그러다, 오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바위 전망대에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임도다. 즉, 임도가 위봉산에서부터 오도재를 지나, 종남산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각보다 고도를 많이 낮추는 것에 기겁하며 오도재로 가다가, 임도가 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3분경 오도재 바로 위에 도착했다. 산꾼 한 명이 오도재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가고 있어 자세히 보니, 여성 인솔 대장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오도재로 내려가, 이정표가 보여 가까이 가서 보니, ‘순례길 반환점’이고, 앞선 산꾼이 그 기둥에 '오도재 393m'라고 적어 놓았다. 많이 내려오는 건 알았지만, 서래봉에서 300m가 넘게 내려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내 기억으로 서방산과 종남산이 600m가 넘으니, 2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한다. 어쨌든 오도재에 도착한 거로 위봉산은 끝났고 이제는 서방산이다. 그런데, 지도에 515봉으로 표기된, 고깔 모습의 뾰족한 봉우리에 오르는 게 첫 번째 난관이다.
오도재 임도를 건너, 515봉 능선에 올라서자 완만한 경사로 시작되던 능선이 100여 미터를 지나자, 급경사로 변한다. 급경사 능선을 어느 정도 올라가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골라야 해, 거의 10m 오른 후 10초 쉬는 식으로 호흡을 고르며 올라, 1시 16분 바로 위 돌탑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515봉 정상이다. 그 돌탑을 지나, 계속 전진하니, 울창한 숲 사이 하늘로 뚫린 공간으로 꽤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고개를 내민다. 서방산? 그런데, 515봉에 오르면 더는 힘들게 오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뭐 이미 알고 있던 거고, 다행히 돌탑봉에서 고개로 떨어지지 않아, 그나마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즐기며 서방산으로 향해, 1시 16분 왼쪽의 위봉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 바위에 올라, 지나온 위봉산 능선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후 다시 산책로 수준의 완만한 경사를 즐기며 전진하자, 앱이 서방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물론,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는데, 진정한 깔딱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역시 10m 오르고, 10초 쉬는 식으로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올라, 1시 49분 거대한 헬기장인 서방산 정상에 도착했다. 널찍한 헬기장에는 B 코스를 선택한 인솔 대장이 주저앉아 짐을 정리하고 있고, 그 옆에는 일행 한 명과 산꾼으로 참여한 여성 인솔 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후, 재빨리 헬기장 주변을 스캔해, 헬기장을 벗어난 오른쪽 갈림길에서 위봉산과 같이 알루미늄 정상 표지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뭐 인증을 찍을 분위기는 아니라, 그것만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미 산꾼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은 떠나고, 쉬고 있는 이번 산행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눈 후 진행하는 길목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그걸 향해 출발했다. 1시 57분 서방산에서 0.45km 거리의 ‘봉서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며 보니, 종남산까지 남은 거리가 2.2km로 생각보다 멀다. 그나마 다행은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라는 거. 물론, 봉우리 직전 깔딱이 있겠지만!
봉서산 갈림길을 지나, 완만한 경사의 능선 위 등산로로 종남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자, 우거진 녹음 속에 희미하게 봉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종남산이다. 해서 남은 거리를 예측해 볼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그나마 다행은 종남산 아래까지 등고선이 변함이 없는 게 갑자기 급경사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지도로 남은 거리와 경사 정도를 확인하고, 계속 전진해 2시 13분 두 번째 봉서사 갈림길을 지났다. 종남산까지 남은 거리는 1.15km! 녹음을 즐기며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전진하다,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급 해진다. 종남산이 멀지 않았다. 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깔딱을 올라가며 이제나저제나 등산 앱이 반응하기를 기다렸으나, 정상에 도착해도 반응이 없다.
종남산 정상석 대신 산불 감시용 CCTV가 설치된 철탑이 우뚝 서 있고, 그 주변은 의자가 설치된 쉼터로, 조금 앞서 도착한 일행 중 한 명이 쉬고 있다. 그 옆에는 산꾼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이 고사리를 꺾고 있다. 그 대장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다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종남산으로 향해, 2시 31분 송광사 갈림길을 통과하며 보니, 종남산까지는 0.15km 남았다. 다 왔다. 해서 등산 앱이 반응하기를 기다리며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라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향해, 2시 33분 마침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 메시지가 나왔다.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신이 나,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2시 34분 앞선 위봉산이나 서방산과 같이 알루미늄으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는 종남산 정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앞서 봉우리와 같이 주변에 인증을 부탁할 산꾼이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송광사를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왼쪽 아래로 보이는 송광사라 생각되는 몇 채의 기와집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급경사를 내려가자, 앞을 봉우리가 가로막고 있다. 제발 저건 넘지 않고, 송광사가 왼쪽에 있으니,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를 기도하며, 봉우리 아래 도착해 위로 올라가며 보니, 앞산 산꾼이 갈림길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라, 앱의 지도로 길을 확인 중이다. 해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오른쪽의 7분 능선으로 난 길을 자세히 관찰한 후, 그에게 봉우리를 넘는 길과 우회하는 길로 봉우리 너머에서 다시 합류할 거 같다고 하자, '그렇죠?!'라 해, '네!'라고 답하고, 힘들게 봉우리를 넘고 싶지 않다고, 한마디 남기고 우회로를 선택해 갔다. 그리고 끝에 가서 보니 예상대로 반대편에서 다시 두 길이 합류한다.
앞에 보이는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전진하자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급경사다. 왼쪽에서 본 게 송광사라면,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은 계속 오른쪽이다. 그럼, 아까 본 절은 송광사가 아니라, 들머리 부근에 있는 위봉사다(산행 후 지로도 확인한 결과 절이 아니라, 고택들이다)! 급경사에 낙엽까지 쌓인 약간 위험한 등산로라, 나무 기둥을 박고 그 사이를 연결한 밧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서 익숙한 말소리가 들린다. 선두다. 해서 조금 빠르게 가, 3시 정각에 선두를 따라잡았다. 이후 그들과 함께 암릉으로 바뀐 등산로에서 왼쪽 아래, 마을과 건너편 위봉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인덕마을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를 보니, 송광사까지 남은 거리는 1km, 현재 시각 3시 9분, 3시까지 송광사 도착이라는 목표는 실패다. 해서 3시 20분까지 도착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송광사를 향해 출발했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굴을 구경하기도 하며, 길을 재촉해, 3시 18분경 임도라 생각되는 시멘트 포장이 도로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아래로 내려가 보니, 임도가 아니라, 두 채의 폐건물이다. 주택은 아닌 거 같고, 널찍한 시멘트 포장 주차장으로 봐서, 공장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굳게 잠긴 철제문을 우회해 그 폐가에서 나오자, 임도다. 그리고 그 임도로 50여 미터를 내려가자, 송광석 담벼락이 이어지고, 그 담벼락 끝은 건물로, 그 옆으로 송광사로 들어가서 보니, 그 건물이 요사로 일반인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 서둘러 불당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미륵 대불에게 인사 후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그 왼쪽의 산신각이라 생각되는 건물로 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산신각이 아니라, 삼성각이다. 어쨌든 산신을 모신 전각은 틀림없어, 먼저 산신에게 무사 산행을 하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다음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대웅전으로 가, 늘 그랬듯이 옆문으로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대한 삼세불이다. 해서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등산화를 벗고 대웅전으로 들어가, 좌로부터 아미타여래, 석가모니, 약사여래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무언가 있는 불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중앙의 석가여래에게 신고 후 대웅전에서 나와, 소개문이 찾아봤다. 예상대로 대웅전 아래에 문화재에는 공통적으로 있는 소개가 있어, 내려가서 읽어봤다. 일단 대웅전과 삼세불은 국가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걸 모두 기록으로 남긴 후 대웅전 옆 수도가 보여, 감로수 대신 수도라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걸 받아 마셨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절 구경이 끝나고, 정문을 향해 가며 보니, 감로수라, 그 물맛을 봤다. 그런데, 선두 그룹 다섯 명 중 셋은 어디 있는지 안 보이고, 나와 또 한 명만 남았는데, 그가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가는 걸 보고, 대장이 육개장 얘기를 했는데, 거기 가서 씻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는 처음 듣는 소리인 듯하다. 해서 대장에게 전화하고, 그가 일러준 곳으로 향했다.
3
송광사 구경을 끝내고,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를 지나쳐 다리를 건너, 앞서가는 주당 뒤를 따라가자, 한 슈퍼 앞에 자리를 잡는다. 그 시각이 3시 39분으로 마감인 4시 30분까지는 51분이 남았다. 그런데, 육개장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었나?! 애초 그럴 생각이었으나, 거기서 너무 과하면, 일행 모두가 가기로 예정된 식당에서 제대로 즐길 수 없고, 다른 일행의 보는 눈도 있어, 슈퍼에서 술과 안주를 사 간단하게 마시기로 했다는 거다. 그 말이 맞다. 거기다 슈퍼 밖에 수도도 있어 씻을 수도 있고 좋았다. 해서 먼저 이슬이 두 병과 맥주 세 병, 안주로 과자 두 봉지를 가지고 나와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산꾼 한 명이 수돗가에서, 여성 산꾼은 화장실에서 씻는 동안, 셋이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여성 산꾼이 씻고 나와 동참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야외 수돗가에서 씻는 사이, 산꾼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도 합류해 총 6명이 함께 했다. 해서 과자로는 안주가 부실해 보여, 비상식으로 들고 다니는 육포와 알밤, 견과류를 꺼내 먹다 보니, 술이 부족해 이슬이 두 병과 맥주 두 병을 더 가져왔다. 그렇게 몇 번 추가했으나, 솔직히 마감 10분 전인 4시 20분경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슈퍼에서의 1차를 마감하고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가서 보니, 막 인솔 대장이 도착해 바닥에 주저앉아 정리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두릅 딴 얘기를 하자, 대장이 농담으로 대장도 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산꾼이 배낭에서 두릅이 든 봉지를 꺼내, 아직 여린 순을 모아 대장에게 건넸다.
그러자, 대장이 펄쩍 뛰며 농담이었다고 받지 않고 버스로 가 버려, 인솔 대장 대신 산꾼으로 참여한 다른 인솔 대장이 득템했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일행이 속속 도착해, 마지막 두 사람이 마감 시각 정각인 4시 30분에 도착해, 이것저것 정리 후 마감보다 5분 늦게 하산주 겸 식사 장소인 순두부 식당으로 향해, 4시 57분경 도착했다. 예약한 게 아니라, 끼리끼리 알아서 주문해 늦은 식사 또는 하산주를 마시는 동안, 주당 넷은 미리 주문한 두부전골을 안주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략 한 병 정도 마시고 나자, 술이 더는 안 들어가, 결국 남기고 몇 시에 식당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죽전이다. 그리고 8시 36분 아침에 출발한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리는 거로 최종 산행을 마감했다.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위봉산 등산로 입구 → 능선 갈림길 → 위봉산/장대봉 왕복 → 다경봉 → 서문 갈림길 1 → 서문 갈림길 2 → 되실봉 → 임도 → 갈림길 → 서례봉 → 안수산 갈림길 → 암봉/돌탑봉 → 오도재 → 오도재봉/515봉 → 서방산 → 봉서사 갈림길 1 → 봉서사 갈림길 2 → 주차장 갈림길 → 종남산 → 2야영장 갈림길 → 송광사 주차장'의 15km(트랭글) 구간을 5시간 10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47분, 휴식 23분!
등산 앱의 문제로 1km 내외의 오차가 있지만, 오랜만에 15km 가까운 거리에 100m 이상의 기복이 수두룩하게 있는 산이라, 힘은 들었으나, 즐거운 산행이었다. 불볕더위 덕에 더 힘들었지만!
다녀온 산꾼이라면 누구나가 탁월한 조망을 얘기했으나, 미세먼지로 시야가 좁아 제대로 된 경치를 감상하지 못한 게 아쉬운 산행이었다.
산꾼이라면 한 번 정도는 반드시 달려봐야 할 위봉산~오도재~서방산~종남산 연계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