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들아 다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세!
천태산 기슭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오솔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이세종은 울고 있었다. “하나님, 이 죄인들을 어떻게 하실라우?”그의 마음 속엔 자비심이 강물처럼 넘쳤다. 걸음마다 눈물이었다. 이탈리아의 성인 프란치스코가 언제나 울며 거리를 지나갔듯이 이세종도 자비충만하여 걸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남의 영혼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호소하였다.
이세종은 예수 믿다가 타락한 이를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누구의 집을 방문할 때는 대문 밖에서 잠깐 발을 멈춰 서서 자기 마음을 반성해 보고 자기 속에 사랑이 없으면 그 집에 들어가지 않고 되돌아갔다. 그는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가슴 위로 덮고 자지 않았다. 이 추운 밤에도 남의 집 처마 아래서 웅크리고 밤을 지새울 사람을 생각해서였다. 그는 밥을 먹을 때도 땅바닥에 차려놓고 먹었다. 예수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였는데 걸인들에게 일일이 상을 차려줄 수가 없어서 자기도 땅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는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차마 먹을 것을 입에 넣지 못했다. 남이 죄를 짓는 것만 보고도 울었고 남이 불행을 당하면 달려가서 함께 울었다.
“만물들아! 다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세!”아름다운 산천과 우거진 숲을 바라볼 때면 이세종은 한량없이 기뻤다. 그는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일이 없지만 프란치스코가 해와 달과 벌레들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노래했듯이 이세종도 황홀한 환희 속에서 그렇게 노래했다.
그는 모든 성인들이 그렇듯이 사람뿐만 아니라 산천초목과 금수곤충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사랑했고,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을 경외하고 넘치는 자비심으로 대하였다. 그는 산길을 지나가면서도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풀잎을 쓰다듬어 주면서 다녔다. 길에 뻗어나온 칡 넝쿨은 밟지 않고 옮겨 놓고 지나갔다. 누가 밟은 넝쿨을 들고는 탄식하며 넝쿨에서 흐르는 진액이 피같다고 하였다. 자기 발 밑에 밟혀 죽어가는 개미를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이나 빈대도 죽이지 않았다. 파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몰아내긴 했어도 죽이진 않았다. 자기 집 구정물 통에 쥐가 빠지면 나뭇가지를 꺾어 사다리를 놔 주어 쥐가 도망치게 해 주었다. 부엌 구석에 독사가 있어도 때려잡지 않고 나뭇가지로 슬슬 몰아 밖으로 내쫓아 보내면서 “큰일 날 뻔했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사람의 먹을 거리라고 해서 마음대로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에게 횡포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생명은 대소고저를 막론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그분께서 주관하시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온갖 생명에 대한 사랑 여기에 이세종의 토착적 영성의 핵이 있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 속에 있는 감각적 욕망을 제어하며 살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이루는 생명을 하나같이 제 몸 위하듯 존중하였다.